님의 침묵

1. 본문

"님의 침묵"은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1879-1944)이 1926년에 출간한 시집이자, 이 시집에 수록된 표제시의 제목입니다.
시 "님의 침묵" 전문: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해석 및 의미:

• 님: 단순한 연인을 넘어 조국, 부처, 진리 등 절대적인 존재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침묵: 님의 부재를 의미하며, 단순한 부재를 넘어선 깊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한용운의 시 "반비례"에서는 "당신의 소리는 침묵이에요"라는 구절을 통해 침묵이 곧 소리임을 역설합니다.
• 이별과 슬픔: 님과의 이별은 큰 슬픔을 가져오지만, 화자는 이 슬픔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합니다.
• 만남에 대한 믿음: 이별의 순간에도 다시 만날 것을 믿는 불교의 윤회 사상이 드러납니다.
• 사랑의 노래: 님의 침묵 속에서도 님을 향한 사랑의 노래는 계속됩니다.

• 1926년 출간.
• 88편의 시와 '독자에게'라는 후기가 수록.
• 시집 전체는 기(起, 이별), 승(承, 슬픔), 전(轉, 희망), 결(結, 만남)의 연작시 형태로 구성.
•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독립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는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