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자아삼

1. 본문

화자아삼(火者亞三, 1473~1521)은 명나라 중기의 포르투갈 사신 및 통역관입니다. 그는 원래 말라카에 거주하는 화교였으며, 어린 시절 거세당하여 노예가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자(火者)'는 당시 복건이나 광동 등지에서 거세된 노비를 칭하던 말이며, '아삼(亞三)'은 그의 집안 항렬상 세 번째에 해당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보입니다.

1518년, 포르투갈 사신 토메 피르스(Tome Pires)가 명나라와의 통상을 요구하기 위해 왔을 때, 화자아삼은 5명의 통역관 중 한 명으로 고용되었습니다. 1519년 명나라에 도착한 그는 정덕제(正德帝)의 총신 강빈(江彬)과 관계를 맺었고, 포르투갈어를 구사하여 정덕제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그는 정덕제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포르투갈어를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화자아삼은 점차 교만해져서 사이관(四夷館) 주객주사(主客主事) 양작(梁焯)에게 무례하게 대했고, 이에 분노한 양작은 그를 채찍질했습니다. 강빈은 양작을 크게 꾸짖고 정덕제에게 알렸지만, 조정 대신들 중에는 강빈과 화자아삼의 행실을 싫어하는 이들이 많았고, 양작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어 정덕제는 양작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1521년, 정덕제가 급사하자 군신들은 강빈을 살해하고 화자아삼을 하옥시켰습니다. 화자아삼은 48세의 나이로 옥중에서 병사했습니다. 일설에는 강빈이 모반을 일으켰고, 화자아삼이 포르투갈인들과 연락하여 무기를 구하려 했다고도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