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원론

1. 본문

기일원론(氣一元論)은 '기(氣)'를 세계 만물의 유일한 근원으로 보고, 모든 현상의 발생과 발전을 설명하는 철학입니다.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 대립하여, 물질적인 '기'가 세계의 기초를 이룬다고 주장합니다.
주요 내용:

• 세계의 근원: 기일원론에서는 우주 만물이 '기'라는 하나의 근원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이 '기'는 물질적인 것으로, 우주 공간에 가득 차 있으며 모든 사물을 구성합니다.
• 이(理)의 역할: 이기이원론에서 정신적인 '이(理)'를 세계의 근원으로 보는 것과 달리, 기일원론에서는 '이'를 '기'가 있은 후에 생기는 2차적인 것으로 봅니다. 즉, '이'는 '기'의 운동 법칙이나 내적 합법칙성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 만물의 생성: 기일원론에서는 '기'가 자체적으로 운동하고 변화하여 만물을 생성한다고 설명합니다. '기'는 음기와 양기라는 두 가지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모든 사물이 발생하고 발전합니다.
• 인간의 인식: 인간의 정신과 지각도 물질적인 '기'가 모여서 된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사물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경험과 관찰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학자:

• 한국: 서경덕, 임성주, 최한기 등이 대표적인 기일원론 학자입니다. 특히 서경덕은 조선 성리학에서 기일원론의 선구자로, 우주의 본체를 '기'로 보았습니다.
• 중국: 북송의 장재(張載)가 기일원론의 연원으로, 그의 태허설(太虛說)이 대표적입니다. 이후 명대 중기의 나흠순(羅欽順), 명말 청초의 왕부지(王夫之)를 거쳐 청대 중기의 대진(戴震)에 의해 이론이 완성되었다고 봅니다.

이기이원론과의 차이점:

• 이기이원론은 '이'와 '기'를 모두 세계의 근원으로 보지만, '이'를 더 근본적이고 우위에 두는 반면, 기일원론은 '기'를 유일한 근원으로 보고 '이'는 '기'의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부차적인 것으로 봅니다.
• 이기이원론에서는 '이'가 '기'를 주재한다고 보는 반면, 기일원론에서는 '기'가 스스로 운동하고 변화하며 만물을 생성한다고 봅니다.

기일원론적 인간론 (대진):대진(戴震)은 기일원론적 자연관에 입각한 인간론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혈기심지(血氣心知)로 보았는데, 이는 인간이 받은 '기'의 자연적인 본성입니다. 감정과 욕구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사회적인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진리는 이러한 자연적인 것에서 발견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