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질 (소설)

1. 본문

《호질(虎叱)》은 박지원이 쓴 한문 단편 소설로, 그의 문집인 《열하일기》에 수록되어 있다. '호질'은 '호랑이가 꾸짖는다'라는 뜻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호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인간 세상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줄거리산 속에서 호랑이가 창귀들과 함께 저녁 식사 거리를 의논한다. 창귀들은 의원, 무당, 선비를 추천하지만, 호랑이는 그들의 위선과 탐욕을 꿰뚫어 보며 모두 거부한다. 그러다 창귀의 추천으로 학식이 높은 유학자 북곽 선생을 알게 된다.

한편, 정나라에는 명망 높은 북곽 선생과 열녀로 칭송받는 과부 동리자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북곽 선생은 밤마다 동리자의 집에서 밀회를 즐기고 있었고, 동리자는 절개를 지킨다는 명성과는 달리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어 아버지가 다른 다섯 아들을 두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북곽 선생과 동리자는 밀회를 즐기다 동리자의 아들들에게 발각된다. 북곽 선생은 허둥지둥 도망치다 똥구덩이에 빠진다. 겨우 빠져나오자 호랑이가 나타나 그의 위선적인 행동을 질책한다. 북곽 선생은 목숨을 구걸하며 호랑이에게 아첨하지만, 호랑이는 인간 세계의 부조리와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사라진다.

날이 밝자 북곽 선생은 밭일을 하러 나온 농부와 마주친다. 그는 호랑이에게 했던 비굴한 모습과는 달리, 다시 학식 높은 선비의 모습으로 돌아가 유교 경전을 들먹이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등장인물

• 북곽 선생: 학식이 높고 도덕적인 인물로 존경받지만, 실제로는 위선적이고 음란한 인물이다.
• 동리자: 열녀로 칭송받는 과부이지만, 실제로는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 위선적인 인물이다.
• 호랑이: 인간의 위선과 부도덕함을 비판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로, 작가의 비판 의식을 대변한다.
• 창귀: 호랑이에게 붙어 다니는 귀신으로, 인간의 먹잇감을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 동리자의 아들들: 어머니의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북곽선생을 여우로 오인하고 공격하는 인물들로, 이들 또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어리석은 존재들로 그려진다.

• 양반 계층의 위선과 허위의식 비판: 북곽 선생과 동리자를 통해 당시 양반 계층의 부패한 도덕관념과 이중성을 비판한다.
•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문제 제기: 호랑이의 입을 빌려 인간의 위선과 탐욕을 비판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풍자와 해학: 위선적인 인물들을 희화화하고, 호랑이의 입을 빌려 풍자적으로 비판하여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비판 의식을 강조한다.
• 우화적 기법: 호랑이를 의인화하여 인간의 문제를 비판하는 우화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 실학사상: 실학자였던 박지원의 현실 비판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 인간과 문명의 대립: 단순히 위선적인 유학자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인간과 문명의 대립이라는 심오한 담론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