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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평형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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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단속 평형 이론은 종의 진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기존의 계통점진이론에 반하여, 스티븐 제이 굴드와 닐스 엘드리지에 의해 1972년 제안되었다. 이 이론은 종의 형태가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특정 시기에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고 주장하며,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소적 격리 이론과 이스라엘 마이클 러너의 유전적 상동성 이론에 기반한다. 단속 평형 이론은 진화 속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현대 진화 생물학에서 계통 점진이론과 함께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다윈의 진화론, 도약설, 종 선택 등과 관련하여 많은 비판과 논쟁을 겪었다. 언어학, 신화학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어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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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평형이론
개요
단속 평형설에 따른 종 분화 모델
굴드의 단속 평형설에 대한 견해
정의진화생물학에서 화석 기록에 나타나는 오랜 기간의 정체기와 짧은 기간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
제안자닐스 엘드레지와 스티븐 제이 굴드
발표 연도1972년
주요 내용종은 지질학적 시간 규모에서 볼 때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변화함
종의 대부분은 긴 시간 동안 형태학적으로 거의 변화하지 않음
배경
기존 이론점진주의적 진화론 (계통적 점진주의)
점진주의적 진화론진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난다고 보는 관점
단속 평형설의 등장 배경화석 기록에서 점진적인 변화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
이론의 핵심 내용
평형기종이 형태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긴 기간
단속기종 분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짧은 기간
종 분화 모델측방 분기 (allopatric speciation) 모델과 연관
측방 분기지리적으로 격리된 집단에서 새로운 종이 발생하는 과정
논쟁 및 비판
주요 논점단속 평형설이 자연 선택을 부정하는가? (엘드레지와 굴드는 이를 부인)
단속 평형설이 거시 진화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하는가?
비판화석 기록의 불완전성 때문에 급격한 변화처럼 보이는 것일 수 있다는 주장
유전자 수준에서의 미세한 변화가 누적되어 거시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반론
영향 및 의의
진화론에 대한 기여진화의 속도와 양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
거시 진화 연구에 대한 관심 증대
발생학적 제약과 같은 진화적 제약 요인에 대한 연구 촉진
과학계의 반응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나, 진화론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음

2. 역사적 배경

단속 평형 이론은 생물 종의 진화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기존의 계통점진이론을 비판하며 등장한 이론이다. 1972년 고생물학자 닐스 엘드리지와 스티븐 제이 굴드가 공동 논문을 통해 공식 발표했으며,[125] 이는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소적 종분화 이론[126]과 이스라엘 마이클 러너의 유전적 항상성 개념[127] 등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이론은 화석 기록에서 관찰되는, 종이 오랜 기간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정체)를 유지하다가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급격히 변화하는 패턴을 설명하고자 한다.[8]

2. 1. 이론의 등장

단속평형이론은 종의 진화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세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기존의 계통점진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론이다. 1971년 미국 지질학회 연례 회의 심포지엄에서 처음 소개되었고,[1][97] 1972년 스티븐 제이 굴드와 닐스 엘드리지가 《단속평형》[125]이라는 논문을 통해 공식 발표하였다. 이 이론은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소적 격리 이론[126]과 이스라엘 마이클 러너의 유전적 상동성 이론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127]

굴드와 엘드리지가 단속평형이론을 제시할 당시, 진화 이론의 "표준"은 에른스트 마이어가 제시한 이소적 종분화를 종분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었다.[125][128] 마이어는 1954년 발표한 논문 〈유전환경의 변화와 진화〉[126]와 그의 대표 저서 《동물 종과 진화》(1963년)[129]를 통해 이소적 종분화 이론을 널리 알렸다.

이소적 종분화 이론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개체군을 가진 종은 구성원 간의 활발한 유전자 이동을 통해 종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존에 유리한 돌연변이가 발생하더라도 큰 개체군 내에서 희석되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종분화가 억제된다. 고생물화석 기록은 이러한 종의 안정성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반면, 소규모 무리가 원래 집단에서 분리되어 지리적으로 격리되면 유전자 이동이 차단된다. 이 상태에서는 돌연변이의 영향이 커지고 새로운 자연환경에 의한 자연선택 압력이 더해져, 기존 집단과는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적응하며 새로운 종으로 분화될 수 있다. 마이어는 1954년 논문에서 지리적 격리에 의한 이소적 종분화가 종분화의 주된 방식이라면, 지리적 격리가 일어나지 않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생물 종은 안정적인 상태(정체)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단속 평형 이론은 에른스트 마이어유전자 혁명 개념을 이소적 종분화, 특히 주변종 분화에 적용하여 화석 기록에서 관찰되는 패턴을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종의 갑작스러운 출현과 종분화의 관계는 이미 1954년 마이어에 의해 제기되었지만,[3] 과학사에서는 일반적으로 1972년 엘드리지와 굴드의 논문을 새로운 고생물학 연구 프로그램을 연 중요한 기초로 평가한다.[8][9][10][11][95][96] 단속 평형 이론이 마이어의 아이디어와 구분되는 주요 지점은, 엘드리지와 굴드가 종의 '정체' 상태에 훨씬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한 반면, 마이어는 화석 기록에서 나타나는 형태학적 불연속성, 즉 '갑작스러운 도약'[12]을 설명하는 데 더 집중했다는 점이다.[8] 마이어는 나중에 엘드리지와 굴드의 논문을 높이 평가하며, 진화적 정체성이 "대부분의 진화 생물학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며 단속 평형 이론이 "고생물학과 진화 생물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8]

1972년 엘드리지-굴드 논문 발표 1년 전인 1971년, 나일스 엘드리지는 학술지 ''진화''에 점진적 진화가 화석 기록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으며, 마이어가 제시한 이소적 종분화 메커니즘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능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5]

엘드리지와 굴드의 단속 평형 이론 발표 배경에는 1971년 미국 지질학회 연례 회의 심포지엄이 있었다.[1][97] 이 심포지엄은 현대 미세진화 연구가 고생물학과 거시 진화의 여러 측면을 어떻게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당시 회의를 조직했던 톰 쇼프는 굴드에게 종분화에 관한 발표를 맡겼다. 굴드는 "엘드리지의 1971년 고생대 삼엽충에 관한 연구[5]가 종분화의 고생물학적 함의에 대해 새롭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기 때문에, 쇼프에게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회상했다.[13] 굴드에 따르면, "아이디어는 주로 나일스에게서 나왔고, 나는 의견을 교환하고 내용을 정리하여 기록하는 역할을 했다. '단속 평형'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1972년 논문의 대부분을 작성했지만, 엘드리지-굴드 논문에서 나일스가 공식적인 제1 저자이다."[14][98] 엘드리지는 그의 저서 ''시간 틀''에서 "많은 토론 끝에 각자 거의 절반씩 썼다... 굴드가 더 나은 일관성을 위해 전체 원고를 편집했다. 우리는 원고를 제출했고, 쇼프는 처음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술회했다.[15]

엘드리지는 미국의 삼엽충 화석 연구에서, 굴드는 빙하기 버뮤다 제도의 육상 달팽이 화석 연구에서 각각, 종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분화한 후 매우 오랜 기간 동안 해부학적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패턴을 발견했으며, 이는 단속 평형 이론의 중요한 경험적 근거가 되었다.

한편, 존 윌킨스와 가레스 넬슨은 프랑스 건축가 피에르 트레모가 이미 이전에 "굴드와 엘드리지의 단속 평형 이론의 예측"과 유사한 주장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16]

2. 2. 다윈의 진화론과의 관계

들이 화석 기록에 갑자기 등장하며, 처음 나타난 시점부터 멸종할 때까지 점진적인 변화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사실이며, 찰스 다윈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83][84] 다윈은 이러한 현상을 화석 기록의 불완전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지배적이던 격변설이나 점진적 창조설과 달리 진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강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점진주의를 옹호한 찰스 라이엘의 영향을 받아 진화의 점진적인 성격을 강하게 내세웠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 1844년 작성한 에세이 초고의 여백에 "만약 종들이 정말로 대격변 이후 전 세계에 걸쳐 갑자기 창조되었다면, 내 이론은 틀린 것이다"라고 적었다.[85]

흔히 다윈이 변화의 속도가 일정하거나 거의 일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오해하지만, 그는 이미 《종의 기원》 초판에서 "다른 속과 과의 종들은 같은 속도나 같은 정도로 변하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제3기 지층에서 멸종된 형태의 무리 속에서 몇몇 살아있는 조개 껍질을 여전히 발견할 수 있다... 실루리아기 ''Lingula''는 이 속의 살아있는 종과 거의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완족동물인 ''Lingula''는 약 5억 년 전의 화석에서도 발견되며 오늘날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살아남았다.[86] 《종의 기원》 제4판(1866년)에서는 "종들이 변형을 겪은 기간은 연수로 측정하면 길지만, 같은 형태를 유지한 기간과 비교하면 아마 짧았을 것이다"라고 썼다.[87]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단속 평형 이론은 다윈이 제시한 진화의 개념과 전반적으로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85]

그러나 단속 평형 이론의 초기 설명에서는 종분화에 있어 "주변 고립체(peripheral isolates)"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다윈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 다윈은 이주와 격리가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으며, 격리가 새로운 종 생성에 중요하긴 하지만, 넓은 지역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널리 퍼질 수 있는 종을 생성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썼다.[88]

종 형성에 있어 격리의 중요성은 다윈의 초기 생각(1844년 에세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종의 기원》을 집필할 무렵에는 그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85] 그는 자신의 수정된 견해에 대해, 크고 열린 지역에서는 유리한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많은 종들이 경쟁하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개선된 종들이 더 널리 퍼져나가고 더 많은 새로운 변종과 종을 낳을 것이므로, 유기 세계의 변화 역사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89]

결론적으로 단속 평형 이론은 진화의 구체적인 메커니즘, 특히 종분화가 주로 일어나는 환경(격리된 소규모 집단 대 넓은 지역)에 대한 다윈의 일부 견해와는 차이를 보이지만,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다윈의 핵심 이론과는 배치되지 않는다.[85][90]

3. 주요 내용

단속평형이론은 종의 진화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세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기존의 계통점진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론이다. 1972년 스티븐 제이 굴드와 닐스 엘드리지가 발표하였으며[125],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소적 격리 이론[126]과 이스라엘 마이클 러너의 유전적 항상성(homeostasis) 이론[127] 등을 바탕으로 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진화가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정체'(stasis)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종분화'(speciation)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것이다. 굴드와 엘드리지가 이론을 발표할 당시, 에른스트 마이어가 제시한 이소적 종분화 모델이 종분화의 주요 원인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125][128][126][129] 이 모델에 따르면, 지리적으로 고립된 소규모 집단은 유전자 이동이 차단되어 돌연변이자연선택의 영향으로 빠르게 새로운 종으로 분화할 수 있다. 반면, 규모가 큰 중심 집단은 지속적인 유전자 이동을 통해 유전적 균질화를 유지하며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 즉 '정체'를 유지하게 된다.[28] 마이어는 이러한 지리적 격리에 의한 종분화가 주된 방식이라면, 격리가 없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종은 안정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3] 단속평형이론은 바로 이러한 예측과 화석 기록에서 관찰되는 오랜 정체 현상에 주목한다.

찰스 다윈 역시 『종의 기원』에서 종의 변화 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며, 어떤 종들은 매우 오랜 기간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예: ''Lingula'')을 인지하고 있었다.[86] 그는 "종들이 변형을 겪은 기간은... 같은 형태를 유지한 기간과 비교하면 아마 짧았을 것"[87]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점진적 창조설 등에 맞서 점진적인 진화 과정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기에[85], 화석 기록상의 급격한 변화나 단절은 주로 기록의 불완전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83][84] 또한 다윈은 이소적 격리보다는 넓은 지역에서의 경쟁과 적응이 새로운 종 형성에 더 중요하다고 보았는데[88][89], 이는 단속평형이론 초기 버전에서 강조된 주변부 고립의 중요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의 속도가 변할 수 있다는 점과 정체 현상의 존재를 인정한 점에서 단속평형이론은 다윈의 진화론의 기본적인 틀과 배치되지 않는다.[85][90]

단속평형이론은 진화가 항상 느리고 점진적으로만 일어난다는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며, 화석 기록에서 흔히 관찰되는 '정체' 현상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 이론은 이후 진화 속도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고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 1. 종분화와 정체

단속평형이론은 종의 진화가 오랜 기간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정체(stasis)'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종분화(speciation)'가 반복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스티븐 제이 굴드와 닐스 엘드리지가 1972년 발표한 이론으로[125], 기존의 계통점진이론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 이론은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소적 격리 이론[126]과 이스라엘 마이클 러너의 유전적 항상성(homeostasis) 이론[127] 등에 영향을 받았다.

발표 초기에는 마이어가 제시한 이소적 종분화 모델이 주요 설명 기제로 받아들여졌다.[125][128] 마이어의 이론에 따르면[126][129], 지리적으로 고립된 소규모 집단은 유전자 이동이 차단되어 돌연변이자연선택의 영향으로 빠르게 새로운 종으로 분화할 수 있다. 반면, 규모가 큰 중심 집단은 지속적인 유전자 이동을 통해 유전적 균질화를 유지하며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 즉 '정체'를 유지하게 된다.[28] 마이어는 이러한 지리적 격리에 의한 종분화가 주된 방식이라면, 격리가 없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종은 안정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3]

과거 조지 게일로드 심슨과 같은 학자들은 진화의 대부분이 점진적으로 일어난다고 보았으나[20], 단속평형이론은 '정체'를 진화의 중요한 일반적 현상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많은 화석 기록 연구[21][22][23]와 이를 종합한 메타 분석 결과[24][25]는 종의 상당수가 오랜 기간 정체 상태를 보이다가(약 71%)[24] 단속적인 변화를 겪는 패턴(약 63%)[25]을 지지한다.[26] 대표적인 정체의 예로는 약 1억 8천만 년 동안 형태 변화가 거의 없는 양치류 ''오스문다 클레이토니아''[27], 형태는 유사하지만 유전적으로 분화된 자매 종[42], 수백만 년간 형태학적 정체를 보인 ''Amalda'' 속 조개 화석[43][44] 등이 있다. 굴드는 이러한 정체 현상이 단속평형이론의 가장 중요한 기여라고 평가했다.[45] 여기서 정체란 완전한 불변이 아니라, 종의 표현형이 평균값 주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를 의미한다.[46]

이론이 발전하면서, 단속 평형 현상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이 반드시 이소적 종분화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다른 종분화 방식이나 더글러스 푸투이마가 강조한 생식 격리 기제의 중요성[32] 등도 고려되었다.[2] 정체가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제시되었다. 초기에는 이스라엘 마이클 러너의 발생 및 유전적 항상성 이론[33]이 주목받았으나 이후 반증되었다.[34] 그 외에도 서식지 추적[35][36], 안정화 선택[37], Stenseth-Maynard Smith 안정성 가설[38], 분할된 개체군의 제약[37], 정규화된 클레이드 선택[39], 코이노필리아[40][41] 등이 제안되었다.

단속평형이론은 생물학적 종 개념에 기반하지만, 고생물학 연구에서는 주로 화석의 형태에 의존하여 형태적 종을 구분할 수밖에 없다. DNA 정보 부재와 화석화 과정의 영향으로[99] 생물학적 종 경계를 명확히 하기 어렵고, 형태 변화만을 기준으로 종분화를 판단하는 것은 순환 논법의 오류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119][108] 또한 어떤 수준의 형태 변화를 '단속적'이라고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 고생물학자들은 화석 기록에서 정체와 급격한 변화가 관찰된다는 점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이러한 단속 평형 패턴이 진화의 보편적인 모습인지, 아니면 예외적인 경우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다.

실러캔스와 같은 살아있는 화석은 종종 단속 평형의 예로 언급되지만, 이론의 핵심 증거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고대 종과 현생 종 간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으며, 굴드 등이 제시한 주요 증거는 삼엽충의 체절 수, 폐어의 두개골, 의 껍데기 형태 변화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형태 변화이다.[120] 장기간 형태가 안정되는 현상(정체)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종 자체가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형태는 비슷하지만 생식적 격리된 별개의 종(자매 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42] 갈라파고스 제도의 다윈 핀치류에 대한 피터 & 로즈마리 그랜트 부부의 연구[121]는 관찰 가능한 시간 내에도 빠른 형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형태 변화가 생식적 격리와 반드시 동시에 급격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즉, 급격한 형태 변화와 종분화 시점이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3. 2. 진화 속도 논쟁

계통점진이론과 단속평형이론의 충돌은 "진화의 속도가 변화하는가?"라는 질문에 관한 논쟁이다. 계통점진이론은 집단에서의 유전자 빈도 변화가 항상 일어나므로 진화 속도가 일정하거나 항상 빠르다고 보는 반면, 단속 평형이론은 고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진화의 속도가 급격히 변하는 시기와 상대적으로 변화가 거의 없는 안정기(정체)가 번갈아 나타난다고 주장한다.[125][128]

현대 진화생물학에서는 계통점진이론과 단속 평형이론 모두 진화의 양상을 설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며, 관찰하는 시간 척도에 따라 각 이론의 설명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 진화유전학과 고생물학의 발전, 특히 네안데르탈 지놈 프로젝트와 같은 고인류 유전학 연구 및 실러캔스살아있는 화석 연구는 이러한 통합적 이해를 뒷받침했다. 즉, 긴 지질학적 시간대에서는 진화가 급격한 변화와 긴 정체기를 반복하는 단속 평형의 양상이 두드러질 수 있으며, 짧은 시간대에서는 점진적인 변화가 관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단속평형이론이 제기한 "진화 속도의 변화"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졌고, 진화 속도 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Hox 유전자 연구나 ENCODE 프로젝트 등을 통해 유전체 내에서도 영역에 따라 진화 속도가 다를 수 있음이 밝혀지면서, 두 이론은 상호 보완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화석 기록에서 관찰되는 진화의 단속적 패턴에 대한 대안적 설명. 거대 돌연변이와 겉보기에 "빠른" 점진적 진화의 에피소드 모두 지질학적 기록에서 10,000년이라는 시간이 거의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인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단속 평형 이론은 종종 점진주의와 완전히 대립하는 이론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점진주의의 틀 안에서 설명될 수 있는 이론이다.[64][103]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서 볼 때 화석 기록상의 변화가 갑작스러워 보일지라도, 이는 실제로는 수만 년에 걸쳐 일어나는 점진적인 변화가 짧은 순간에 응축되어 나타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러한 오해에 대해 "우리 고생물학자 동료들 대부분은 이러한 통찰을 놓쳤는데, 그들이 진화 이론을 공부하지 않았고, 이소적 종분화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지질학적 시간에 대한 번역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집단 유전학자 동료들 역시 그 함의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는 주로 그들이 지질학적 규모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14][98] 존 메이너드 스미스 역시 "5만 년을 요하는 변화는 고생물학자에게는 갑작스럽지만, 집단 유전학자에게는 점진적이다[105]"라고 언급하며, 화석 기록상의 단절이 반드시 도약적인 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104]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눈먼 시계공''에서 진화 속도에 대한 혼란을 정리하며, 진화가 항상 일정한 속도로 진행된다는 식의 극단적인 계통점진주의(도킨스는 이를 "일정 속도주의"라 칭함)는 "다윈주의의 캐리커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65][66] 그는 진화 속도가 변한다는 "가변 속도주의"가 타당하며, 이를 다시 두 가지로 구분했다. 닐스 엘드리지와 굴드의 단속 평형 이론은 진화가 안정 상태와 상대적으로 빠른 변화 상태를 오간다고 보므로 "''이산(離散) 가변'' 속도주의"에 해당하며, 이는 진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거나 거의 멈춘다는 점에서 급진적인 주장이라고 평가했다.[67] 반면, "''연속 가변'' 속도주의"는 진화 속도가 빠름, 느림, 멈춤 사이를 연속적으로 변동한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정체(stasis)는 단순히 매우 느린 진화의 한 형태일 뿐이지만, 단속 평형 이론에서는 정체가 진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간주된다.[68]

단속 평형 이론은 조지 게일로드 심슨의 양자 진화[100], 리하르트 골트슈미트의 도약 진화설[101], 또는 격변설과 혼동되기도 한다.[102] 그러나 굴드와 엘드리지는 단속 평형 이론이 이러한 이론들과는 다르며, 특히 새로운 종의 출현이 단 한 세대 만의 급격한 변화(도약)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소적 종분화와 같은 기존 진화 메커니즘을 통해 약 5만 년에서 10만 년에 걸쳐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점진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99]

4. 이론의 메커니즘

단속 평형이론은 진화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세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기존의 계통점진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등장한 이론이다. 1972년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와 닐스 엘드리지가 발표한 논문[125]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이 이론은 진화생물학에른스트 마이어가 제시한 이소적 종분화 이론[126]과 이스라엘 마이클 러너의 유전적 상동성 이론[127] 등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있다.

단속 평형이론의 핵심 주장은 종의 진화가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간 동안 거의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태, 즉 정체(stasis)를 유지하다가 특정 시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변화, 즉 단속(punctuation)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는 화석 기록에서 종종 관찰되는 패턴, 즉 오랜 기간 변화 없던 종이 어느 순간 새로운 형태로 대체되는 듯한 모습을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초기 이론에서는 이러한 빠른 변화가 주로 이소적 종분화, 즉 지리적으로 격리된 작은 집단에서 빠르게 일어나는 종분화 과정과 관련 깊다고 보았다.[125][128] 큰 집단은 유전자 이동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반면, 격리된 작은 집단은 빠른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마이어의 아이디어[126]가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단속 평형이론은 진화의 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개체 수준의 자연선택뿐만 아니라, 종 수준에서의 선택, 즉 종 선택(species selection)이라는 개념을 탐구하기도 한다. 이는 어떤 종이 가진 고유한 특성(예: 분산 능력, 종분화 속도, 멸종 저항성 등)이 그 종의 장기적인 생존이나 번성(더 많은 자손 종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환경 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특성을 가진 종들이 살아남거나, 더 빠르게 새로운 종으로 분화하는 경향이 있다면 이를 종 선택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 ヴルバ(Elizabeth Vrba)는 종 선택에 일정한 패턴이 있을 것으로 보았고, 리처드 도킨스는 이를 바탕으로 특정 계통이 다른 계통보다 멸종하기 어려운 이유, 즉 '진화하기 쉬움의 진화'를 탐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 선택 개념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종 선택이 실제로 일어난다 해도 개체 선택만큼 중요하거나 빈번하지는 않을 것이며, 복잡한 적응 형질의 진화를 설명하기에는 양적으로 부족하다고 비판했다.[105] 프란시스코 J. 아야라는 종의 특성으로 보이는 것들(예: 특정 환경에 대한 저항성)도 결국 그 종을 구성하는 개체들의 특성이므로, 이는 개체 선택의 문제이지 종 선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에른스트 마이어 역시 종 수준의 특성이라는 것은 결국 개체 수준의 유전형질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종 선택은 개체 선택과 달리 변화가 누적되기 어려워 복잡한 적응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기 어렵다는 비판과 함께[107], 제창된 이후로 종 선택이 개체 선택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107]

4. 1. 단속적 변화

나일스 엘드리지(Niles Eldredge)와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가 1972년 단속 평형 이론을 발표할 당시, 진화 생물학계에서는 이소성 종분화가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표준적인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었다.[1] 이 모델은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가 1954년 논문과 1963년 저서 ''동물 종과 진화''를 통해 널리 알린 개념이다.[3][28]

이소성 종분화 모델에 따르면, 크고 넓게 퍼져 있는 종의 개체군은 광범위한 유전자 흐름 때문에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유익한 돌연변이가 나타나더라도 개체군 전체로 퍼지기 어렵고, 환경 변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사라질 수 있다.[28] 따라서 종 전체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화석 기록에서 드물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반면, 원래의 큰 집단에서 지리적으로 격리된 작은 집단은 유전자 흐름의 영향을 받지 않아 독자적인 진화 경로를 밟기 쉽다. 특히 이들 주변부 집단은 생존 환경의 한계에 놓여 자연 선택의 압력을 강하게 받는다. 만약 대부분의 진화가 이렇게 격리된 작은 집단에서 빠르게 일어난다면(이소성 종분화), 화석 기록에서는 점진적인 변화의 증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마이어는 이미 1954년에 이러한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 "급격하게 진화하는 주변의 격리된 개체군은 많은 진화적 새로움의 기원이 될 수 있다. 이들의 격리와 비교적 작은 크기는 고생물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던 급격한 진화 현상과 화석 기록의 부족을 설명해 줄 수 있다."[3]

단속 평형 이론은 주로 유성 생식을 하는 생물에 적용되지만,[29] 일부 학자들은 유전자 흐름으로 안정화되기 어려운 바이러스와 같은 무성 생식 종에도 이 모델을 적용하기도 한다.[30][31] 시간이 지나면서 굴드를 포함한 연구자들은 단속 평형 이론을 반드시 이소성 종분화와 연결짓기보다는, 다른 방식의 종분화 가능성도 인정하게 되었다.[2] 특히 굴드는 더글러스 푸투이마가 강조한 생식적 격리 메커니즘의 중요성에 주목했다.[32]

단속 평형 이론에서 '단속적(punctuated)'이라는 표현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굴드가 리처드 골드슈미트[49]라는 유전학자의 "희망적인 괴물(hopeful monster)" 가설(단번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생각)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있어, 일부 생물학자들은 단속 평형이 한 세대 만에 급격한 도약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잘못 해석하기도 했다.[50][51][52][53] 이러한 오해는 창조론자들이 고생물학 기록의 빈틈을 강조하고, 현대 진화 생물학이 마치 급격한 도약설(신-도약설)을 지지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54]

굴드는 이러한 오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 "우리가 단속 평형 이론을 통해 진화의 경향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창조론자들이 이를 화석 기록에 전이 화석이 없다는 증거로 계속 인용하는 것은 매우 답답한 일이다. (우리가 말하는) 전이 형태는 종 수준에서는 부족할 수 있지만, 더 큰 생물 그룹 사이에서는 풍부하게 발견된다."[55]

실제로 단속 평형 이론에서 '단속'이 일어나는 기간은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서는 짧지만, 절대적인 시간으로는 상당히 길다. 이론 지지자들은 일반적으로 이 기간을 약 5만 년에서 10만 년 사이로 추정한다.[56]

단속 평형 이론은 조지 게이로드 심슨(George Gaylord Simpson)이 제기한 양자 진화(quantum evolution) 가설과 비교되기도 한다. 심슨은 지질학적 기록상 매우 드물게 진화가 극도로 빠르게 일어나 완전히 새로운 , , 수준의 생물 그룹이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58][59] 굴드는 심슨을 "20세기 가장 위대하고 생물학적으로 통찰력 있는 고생물학자"라고 평가했지만,[57] 두 이론 사이에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양자 진화와 단속 평형 이론 비교'''
특징양자 진화 (심슨)단속 평형 이론 (엘드리지 & 굴드) |
상위 분류군 (, , 등)의 진화 | 수준에서의 진화 |
상승 작용적 상호작용, 유전적 부동, 적응 환경 변화 [60] | 이소성 종분화 (초기), 일반적 종분화 [22] |
존재는 인정하나, 진화의 큰 그림에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봄 [61] | 진화의 주요 패턴 중 하나로 강조 (평형 상태) |



심슨은 정체 상태(그는 서맥적 모드(bradytelic mode)라고 불렀다)를 인정했지만, 이를 진화의 보편적 규칙이라기보다는 예외적인 상태로 보았다.[61] 반면, 엘드리지와 굴드는 정체 상태(평형)가 진화의 일반적인 모습이며, 변화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단속)에 집중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평가들은 단속 평형 이론이 단순히 양자 진화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62][63]

해양 생물학자 웨슬리 엘즈버리(Wesley Elsberry)는 다양한 버전의 단속 평형설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99]

'''단속 평형설의 주요 주장 (엘즈버리 요약)'''[99]
번호내용
1고생물학적 현상은 현재의 생물학적 원리로 설명되어야 한다.
2대부분의 새로운 종은 기존 종이 점진적으로 변하는 종내 진화(anagenesis)보다는 종이 갈라져 나가는 분기적 진화(cladogenesis, 즉 종분화)를 통해 탄생한다.
3대부분의 신종은 지리적으로 격리된 작은 집단에서 발생하는 주변 종분화(peripatric speciation)를 통해 탄생한다.
4크고 넓게 분포하는 종은 그 존재 기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정체)를 유지한다 (이 주장은 후에 다소 완화되었다).
5새롭게 생겨난 딸 종은 일반적으로 지리적으로 제한된 지역에서 진화한다.
6딸 종의 진화는 종 전체의 존속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7화석 기록은 대부분의 종이 오랜 기간 변화 없이 유지되는 정체 상태와, 새로운 종이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생태적 이동과 분산의 결과)을 보여준다.
8적응적인 진화는 대부분 종이 형성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집중된다.
9진화적 적응의 방향성은 개별 개체의 생존 경쟁보다는 종 선택(species selection)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엘드리지와 굴드는 단속 평형 이론과 대비되는 기존의 계통 점진설(phyletic gradualism)을 다윈의 저술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계통 점진설의 특징 (단속 평형설 관점)'''
특징내용
1새로운 종은 조상 종 전체가 점진적으로 변화하여 나타난다.
2이러한 변화는 균일하고 느리게 진행된다.
3변화는 개체군 전체, 즉 조상 종의 대부분 또는 모든 개체에게 영향을 미친다.
4변화는 조상 종이 분포하는 지역 전체 또는 대부분에서 일어난다.
함의 1따라서 이상적인 화석 기록은 조상과 자손을 연결하는 길고 연속적인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함의 2화석 기록에서 보이는 변화의 단절이나 급격한 변화는 단순히 화석 기록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엘드리지와 굴드는 특히 계통 점진설의 두 가지 함의, 즉 화석 기록에서 연속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는 점과 기록의 단절이 불완전성 때문이라는 점을 비판하며 단속 평형 이론을 제시했다.

4. 2. 정체

단속 평형이론에서 정체(stasis)는 한 종이 지질 시대에 걸쳐 매우 오랜 기간 동안 거의 또는 전혀 진화적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세대에 걸쳐 점진적인 변화가 꾸준히 축적된다고 보는 기존의 계통점진이론과 대비되는 개념이다.[125] 스티븐 제이 굴드와 닐스 엘드리지는 화석 기록에서 종종 관찰되는 이러한 장기간의 안정성이 진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화석 기록은 정체가 실제로 널리 나타나는 현상임을 시사한다. 단속 평형이론이 제기되기 전에는 많은 진화 생물학자들이 정체를 드물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지만[8][18][19](예를 들어, 고생물학조지 게일로드 심슨은 계통 점진적 진화가 90%를 차지한다고 보았다[20]), 이후 연구들은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화석 기록의 종분화 패턴에 대한 58개 연구를 검토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조사된 종의 71%가 정체를 나타냈으며, 63%는 단속적인 진화 패턴(정체 후 급격한 변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4][25] 마이클 벤튼은 "정체가 흔하다는 것이 분명해 보이며, 이는 현대 유전학 연구에서는 예측되지 않았었다"고 언급했다.[26] 진화적 정체의 대표적인 예로는 양치류인 ''오스문다 클레이토니아''가 있는데, 고생물학적 증거에 따르면 이 종은 최소 1억 8천만 년 동안 핵과 염색체 수준에서도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했다.[27]

정체에 대한 증거는 형태학적으로는 거의 구별되지 않지만 유전적으로는 수백만 년 동안 분리되어 온 자매 종 연구에서도 발견된다.[42] 또한, 현존하는 공생 올리브 조개(''Amalda'' sp.)의 화석 기록은 여러 계통에서 3백만 년 이상 형태적 정체가 유지되었음을 보여준다.[43][44]

굴드는 "정체는 진화 과학에 대한 이론의 가장 중요한 기여로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45] 철학자 킴 스테럴니는 정체의 의미를 명확히 하며, 이것이 세대 간 변화가 전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계통이 변화하더라도 그 변화가 누적되지 않고 종의 표현형 평균 주위에서 변동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나단 와이너의 책 ''핀치의 부리''가 바로 이 과정을 묘사한다고 덧붙였다.[46]

정체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제시되었다. 굴드는 초기에 I. 마이클 레너의 발생 및 유전적 항상성 이론에 주목했으나, 이 가설은 이후 기각되었다.[33][34] 다른 제안된 메커니즘으로는 서식지 추적,[35][36] 안정화 선택,[37] Stenseth-Maynard Smith 안정성 가설,[38] 분할된 개체군의 제약,[37] 정규화된 클레이드 선택,[39] 그리고 코이노필리아(koinophilia, 동종 선호)[40][41] 등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정체를 포함한 진화 속도의 문제를 다루면서, 단속 평형이론이 진화 속도가 일정하다는 "일정 속도주의"(계통점진주의의 극단적 해석)를 비판하고 속도가 변할 수 있다는 "가변 속도주의"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엘드리지와 굴드를 안정기(정체)와 상대적으로 빠른 변화기가 번갈아 나타난다고 보는 "이산 가변 속도주의자"로 분류하며, 이는 진화 속도가 연속적으로 변한다고 보는 "연속 가변 속도주의자"와 구분된다고 보았다.[67][68] 단속 평형론자에게 정체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만, 연속 가변 속도주의자에게는 단순히 진화가 매우 느리게 일어나는 극단적인 경우일 뿐이다.[68]

정체 현상 자체는 많은 고생물학자들이 인정하지만, 이것이 진화의 일반적인 패턴인지 아니면 예외적인 경우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있다.[108] 또한 화석 연구에서 사용되는 '형태학적 종' 개념과 생물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생물학적 종'(생식적 격리 기준) 개념 사이의 불일치 문제도 지적된다.[99][119] 형태적으로는 정체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생식적으로 격리된 별개의 종일 수 있기 때문이다.[42] 실러캔스와 같은 살아있는 화석은 종종 정체의 예시로 언급되지만, 굴드 등은 고대 실러캔스와 현생 실러캔스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며 실제 유연관계도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이를 단속 평형 이론의 핵심 증거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중요하게 제시한 증거는 삼엽충의 체절 수 변화, 폐어의 두개골 변화, 의 껍데기 형태 변화 등이었다.[120]

또한, 종분화가 일어나는 시기와 급격한 형태 변화가 발생하는 시기가 반드시 일치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굴드와 엘드리지는 이 둘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지만, 갈라파고스 제도의 다윈 핀치류에 대한 그랜트 부부의 연구 등은 빠른 형태 변화가 관찰되더라도 이것이 즉각적인 생식적 격리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121]

5. 현대 진화 생물학에서의 수용

현대 진화생물학에서는 계통 점진이론과 단속 평형이론 모두를 받아들이며, 이 둘의 차이는 관찰하는 시간 축의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두 이론의 충돌은 본질적으로 "진화의 속도가 변화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논쟁이었다. 계통점진이론은 집단 내 유전자 빈도 변화가 꾸준히 일어난다고 보아 진화 속도가 일정하거나 항상 빠르다고 주장한 반면, 단속 평형이론은 고생물학적 연구를 근거로 진화의 속도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쟁은 진화유전학과 고생물학이 함께 발전하면서 점차 해소되었다. 네안데르탈 지놈 프로젝트와 같은 고인류 유전학 연구나 실러캔스 같은 살아있는 화석 연구가 진행되면서, 관찰하는 시간의 길이에 따라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즉, 긴 시간 척도에서는 단속평형이론이 설명력을 가지는 반면, 짧은 시간 척도에서는 계통점진이론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속평형이론의 핵심 아이디어인 "진화 속도의 변화" 개념이 학계에 받아들여졌고, 이는 계통 점진이론에도 영향을 미쳐 진화 속도 변화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만들었다.

Hox 유전자 연구나 ENCODE 프로젝트를 통한 비발현 유전체 영역 연구가 진행되면서, 유전체 내에서도 부위별로 진화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는 두 이론이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시사하며, 현대 진화 연구는 이러한 통합적인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생물학자들은 화석을 통해 종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는 "화석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된다. 엘드리지와 굴드가 단속 평형설을 제창하게 된 배경 중 하나도 이 문제였다. 현대 생물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종 개념은 에른스트 마이어가 제시한 생식적 격리에 기반한 '생물학적 종' 개념이다. 단속 평형설 역시 이론적으로는 생물학적 종 개념을 따르지만, 실제 화석 연구에서는 형태적 특징에 의존하는 '형태적 종' 개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화석에는 DNA와 같은 생물학적 종 추론에 필요한 정보가 남아있지 않고, 화석화 과정에서 형태가 변형될 수 있어 형태학적 분류 자체에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99] . 프란시스코 아얄라는 이러한 점을 들어 "먼저 형태로 종을 정의하고, 그 다음에 종이 생길 때 형태도 크게 변화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순환 논법의 오류"라고 지적했다[119] . 카와다 마사히로는 형태적으로 분류된 종에 현대의 생물학적 종 개념을 적용하는 것의 한계를 지적하며 "화석 기록이 항상 단속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108] . 또한, 어떤 형태적 차이를 단속적인 변화로 보고 어떤 차이를 연속적인 변화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임의적일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석 기록에서 단속 평형적으로 보이는 현상 자체가 나타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생물학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현재 논쟁의 초점은 이러한 단속 평형 현상이 진화의 일반적인 패턴인지, 아니면 예외적인 경우인지에 맞춰져 있다.

실러캔스와 같은 살아있는 화석은 종종 단속 평형이론을 설명하는 예시로 언급되지만, 정작 굴드 등 이론 제창자들은 이를 결정적인 증거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고대의 실러캔스와 현생 실러캔스는 명확히 구분될 정도로 형태적 차이가 있으며, 같은 목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실제 유연관계는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굴드 등이 단속 평형의 증거로 제시한 사례들은 날개의 진화나 사지 수 변화와 같은 몸 구조(Body plan)의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삼엽충의 체절 수 변화, 폐어의 두개골 변화, 굴 껍데기의 평탄함 변화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형태 변화에 집중되어 있다[120] .

장기간 형태가 변하지 않는 '정체(stasis)'는 진화에서 관찰되는 중요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종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특정 형태적 특징이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것을 나타낸다. 실제로 형태는 거의 같지만 생식적으로는 격리된 별개의 종(cryptic species)은 자연계에서 흔히 발견된다. 1990년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피터 그랜트와 로즈마리 그랜트 부부가 수행한 다윈 핀치류 연구는 인간이 관찰 가능한 짧은 시간 동안에도 급격한 형태 진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121] . 이 연구에서는 부리 형태의 점진적인 변화가 새의 지저귐 소리 변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생식적 격리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지적되었지만, 부리 형태의 단속적이고 급격한 변화가 생식적 격리와 동시에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굴드와 엘드리지는 생물의 진화가 유전자나 개체 수준뿐만 아니라 종 수준에서도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진화의 계층설'을 주장하며, 종 분화와 형태의 단속적 진화를 연결하려 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종 분화 연구 결과들은 급격한 형태 변화와 종 분화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속 평형설은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종의 '정체' 상태에 주목하게 했으며, 개체나 집단의 점진적인 변이가 쌓여 종 분화가 일어나는 것 외에도, 새로운 종의 출현이나 멸종 자체가 진화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비록 이 주장의 일부 극단적인 측면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122], 더글러스 풋유마는 형태의 정체 현상에 학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 엘드리지와 굴드의 중요한 공헌이라고 평가했다. 에른스트 마이어 역시 단속 평형설 등장 이전에는 이소적 종분화나 주변 분리 종분화 모델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고 언급했다[122] . 또한 이 이론은 진화가 여러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진화의 계층성' 개념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이러한 기여들 덕분에 단속 평형설은 여전히 검증하고 논의할 가치가 있는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진화학자들은 단속 평형설이 기존의 신다윈주의를 대체하는 이론이라기보다는, 그 틀 안에서 진화의 특정 양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속 평형설의 아이디어는 생물학을 넘어 언어학과 같은 다른 학문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언어학자 R. M. W. 딕슨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언어 등을 연구하면서, 전통적인 비교언어학의 계통수 모델이나 파문설과는 다른 관점에서 언어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단속 평형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123] .

6. 비판과 논쟁

단속 평형이론은 발표 이후 진화 생물학계에서 다양한 비판과 논쟁에 직면했다. 주요 비판은 이론의 독창성, 진화 속도 및 패턴 해석, 장기간의 '정체(stasis)' 원인, 종 선택과 같은 제안된 메커니즘의 타당성, 그리고 굴드의 수사적 표현 방식 등에 집중되었다.

리처드 도킨스는 화석 기록의 간격이 진화가 아닌 이주를 반영할 수 있으며 이론이 과장되었다고 지적했고,[69][72][73][74]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굴드가 주장을 오락가락했다고 비판했다.[75][114] 로버트 트리버스는 굴드가 기존 개념을 이용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종 선택 이론을 뒷받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80]

에른스트 마이어는 이론이 급격한 변화와 정체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스스로를 새로운 다윈주의 비판으로 내세우며, 도약설 부활 가능성을 시사한 점 등을 논란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론의 새로움에 대해서는 심슨이나 존 메이너드 스미스 등이 진화 속도 변화는 이미 알려진 개념이라고 반박했다.[104][118]

굴드의 설득력 있는 글쓰기 방식은 대중적 이해를 도왔다는 평가와 함께,[78] 이론을 과대 포장했다는 비판도 받았다.[78][117] 반면, 이론의 성공이 굴드의 수사보다는 화석 기록의 본질을 잘 설명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79]

이러한 논쟁 과정에서 일부 비평가들은 단속 평형 이론을 농담조로 "얼간이들의 진화"(eng)라고 불렀고,[81] 이에 단속 평형론자들은 계통 점진주의를 "느림보의 진화"(eng)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82] 이처럼 단속 평형이론은 대진화와 소진화의 관계, 진화의 속도와 패턴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며 진화 생물학 연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6. 1. 점진주의와의 관계

단속 평형이론은 종의 진화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세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기존의 계통점진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등장했다. 1972년 스티븐 제이 굴드와 닐스 엘드리지가 발표한 이 이론은[125] 에른스트 마이어의 이소적 격리 이론[126]과 이스라엘 마이클 러너의 유전적 상동성 이론에 기반한다.[127]

현대 진화생물학에서는 계통점진이론과 단속 평형이론 모두를 수용하며, 이 둘의 차이는 관찰하는 시간 축의 길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즉, 긴 지질학적 시간대에서는 단속 평형이론이, 비교적 짧은 시간대에서는 계통점진이론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이론의 핵심적인 차이는 "진화의 속도가 변화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나타난다. 계통점진이론은 집단 내 유전자 빈도 변화가 꾸준히 일어나므로 진화 속도가 비교적 일정하거나 항상 빠르게 진행된다고 보는 반면, 단속 평형이론은 고생물학 연구를 바탕으로 진화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시기와 거의 변화가 없는 안정기가 번갈아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진화유전학고생물학의 발전, 특히 네안데르탈 지놈 프로젝트와 같은 고인류 유전학 연구, 실러캔스 같은 살아있는 화석 연구, 그리고 Hox 유전자나 ENCODE 프로젝트를 통한 비발현 유전체 영역 연구 등은 진화 속도가 유전체 내에서도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며 두 이론의 조화로운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단속 평형이론의 핵심 아이디어인 "진화 속도의 변화" 개념을 받아들이게 했고, 이는 계통점진이론 연구에도 영향을 미쳐 진화 속도 변화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만들었다.

단속 평형 이론은 종종 점진주의와 대립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 이론이 실제로는 점진주의의 한 형태라고 주장했다.[64][103] 지질학적 퇴적층 사이에서 진화적 변화가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변화는 세대 간 큰 도약 없이 점진적으로 일어나며, 이것이 긴 지질학적 시간 동안 축적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굴드는 많은 고생물학자나 집단 유전학자들이 각자의 학문적 관점(지질학적 시간 또는 진화 이론)에만 집중하여 이러한 통찰을 놓쳤다고 지적했다.[14][98]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눈먼 시계공''에서 단속 평형 이론을 둘러싼 혼란을 정리하고자 했다. 그는 계통점진이론을 진화 속도가 일정하다는 의미의 "일정 속도주의"로 해석하는 것은 다윈주의를 왜곡한 "캐리커처"이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65][66] 그는 진화 속도가 변한다는 "가변 속도주의"가 타당하며, 이를 다시 "연속 가변 속도주의"(속도가 느림부터 빠름까지 연속적으로 변함)와 "이산 가변 속도주의"(안정과 급격한 변화만 존재)로 나누었다. 도킨스는 엘드리지와 굴드의 단속 평형 이론을 "이산 가변 속도주의"로 보았고, 이는 진화가 폭발적으로 진행되거나 전혀 진행되지 않는 두 상태만 가정한다는 점에서 급진적이라고 평가했다.[67] 반면, 도킨스 자신은 "연속 가변 속도주의" 입장에서, 진화 속도는 매우 빠름에서 매우 느림, 그리고 정지 상태까지 모든 중간 단계를 포함하며 변동할 수 있으며, 정체(stasis)는 단지 매우 느린 진화의 극단적인 경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68]

단속 평형 이론은 조지 게일로드 심슨의 양자 진화[100], 리하르트 골트슈미트의 도약 진화설[101], 라이엘 이전의 격변설, 또는 대량 절멸 이론과 혼동되기도 하지만[102], 실제로는 점진설의 확장이며 세대 간 큰 도약을 가정하지 않는다.[103] 예를 들어, 어떤 동물의 다리 길이가 50,000년 동안 50cm 길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지질학적으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형태적으로는 큰 변화이다. 만약 평균 세대 간격이 5년이라면 이는 10,000세대에 해당하며, 세대당 평균 0.005cm씩 점진적으로 변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존 메이너드 스미스가 지적했듯이, "5만 년을 요하는 변화는 고생물학자에게는 갑작스럽지만, 집단 유전학자에게는 점진적이다."[105] 화석 기록 사이의 간격은 수천 세대에 달할 수 있으므로, 화석 기록의 불연속성이 반드시 도약적 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104] 굴드는 단속 평형적 진화가 자연 선택과 돌연변이와 같은 기존의 진화 메커니즘을 통해 약 5만 년에서 10만 년 정도에 걸쳐 일어날 수 있으며, 주변 종분화설 이상으로 도약적인 이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99]

단속 평형 이론의 증거로는 유폐된 복족류삼엽충 파코프스목 화석 연구 등이 제시되었으며[99], 살아있는 화석의 존재 역시 장기간의 정체(stasis)를 뒷받침하는 현상으로 언급된다. 반면, 신다윈주의 관점에서는 장기간의 정체를 안정 선택의 결과로 설명하거나[104], 인위 선택 하에서 생물이 빠르게 변화하는 예를 들며 정체를 유발하는 강력한 유전적 제약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6. 2. 도약설과의 관계



단속 평형이론에서 나타나는 진화의 '단속적' 특성은 엘드리지와 굴드의 이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굴드가 "희망적인 괴물"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유전학자 리처드 골드슈미트에 대해[49]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점 때문에, 일부 생물학자들은 단속 평형이론의 '단속'이 단일 세대 만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도약(saltation)을 의미한다고 잘못 해석했다.[50][51][52][53] 이러한 해석은 창조론자들이 고생물학적 기록의 약점을 부각하고, 현대 진화 생물학이 마치 새로운 형태의 도약설을 지지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데 자주 이용되었다.[54]

굴드는 이러한 오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우리가 경향을 설명하기 위해 단속 평형을 제안했기 때문에, 창조론자들이 - 의도적이든 어리석음이든, 나는 알지 못하지만 - 화석 기록에 전이 화석이 없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계속해서 인용되는 것은 분통 터지는 일입니다. 전이 형태는 일반적으로 종 수준에서는 부족하지만, 더 큰 그룹 사이에서는 풍부합니다."[55]


단속 평형이론에서 '단속'이 일어나는 기간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쟁이 있지만, 지지자들은 일반적으로 5만 년에서 10만 년 사이로 본다.[56] 이는 지질학적으로는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생물학적 세대로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따라서 단속 평형이론은 조지 게일로드 심슨의 양자 진화(multitemporal evolution)[100], 리하르트 골트슈미트의 도약 진화설(다량의 유전적 변이가 동시에 일어나 부모와 전혀 다른 자손, 즉 신종이 탄생하는 진화 양식)[101], 라이엘 이전의 격변설, 그리고 대량 절멸을 설명하는 이론들과는 구별되어야 한다.[102] 단속 평형이론은 종종 점진설과 상반되는 이론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점진설의 한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103] 지질 퇴적물 사이에서 발견되는 화석 기록의 진화적 변화가 돌발적으로 보일지라도, 단속 평형이론은 각 세대 사이에 거대한 유전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굴드는 고생물학자들이 진화학, 특히 이소적 종분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지질학적 시간 척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으며, 진화학자들 역시 지질학적 시간을 간과했기 때문에 단속 평형의 함의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98] 예를 들어, 어떤 종의 동물의 다리 길이가 5만 년 동안 50cm 길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 시간은 지질학적으로는 한순간이지만, 형태적으로는 매우 큰 변화이다. 만약 평균 세대 간격이 5년이라면, 이는 1만 세대에 해당한다. 이 개체군이 매 세대 동일한 속도로 진화했다고 가정하면, 한 세대당 0.005cm의 비율로 다리 길이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5만 년을 요하는 변화는 고생물학자에게는 갑작스럽지만, 집단 유전학자에게는 점진적이다[105]"라고 지적하며, "화석 기록 사이는 수천 세대 떨어져 있으며, 화석의 단절은 도약적 진화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104]"고 설명했다.

굴드 등은 단속 평형이론이 점진설과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진설을 확장하는 이론이라고 주장했으며, 1977년 논문에서 이를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99] 굴드는 그의 마지막 저서 『진화의 이론의 구조』에서 단속적 진화가 자연 선택과 돌연변이와 같은 이미 알려진 진화 유전학의 메커니즘에 의해 약 5만에서 10만 년 정도에 걸쳐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즉, 단속 평형이론은 주변 종분화설 이상으로 도약적인 이론이 아니다.[99]

단속 평형이론이 증거 부족으로 검증 불가능하다는 비판에 대해, 엘드리지와 굴드는 유폐된 복족류삼엽충 파코프스목의 화석 기록을 포함한 고생물학적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99] 또한, 실러캔스, 오키나에비스, 은행나무, 투구게와 같이 수억 년 전부터 존재하며 당시의 화석과 거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현존하는 종들, 즉 살아있는 화석의 존재는 생물의 형태가 장기간 변화하지 않는 '정체(stasis)' 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간주된다.

단속 평형이론과 도약 진화설을 결부시키는 것은 또 다른 주요 오해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리하르트 골트슈미트를 칭찬하는 글을 쓰고[110], 계통 점진설과 신다윈주의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비판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가 도약설을 단속 평형이론과 연관시킨다고 오해했다.[99] 그러나 굴드는 유전적 관점이 아닌 발생학적 관점에서 '희망적인 괴물'의 가능성을 논했을 뿐, 실제로 도약설과 단속 평형이론을 결부시키지는 않았다.[111] 그는 다른 글에서 "그 과정은 수백 년, 수천 년이 걸릴 것"이라고 명확히 언급하며 도약설을 부정했다.[112] 찰스 다윈이 점진적인 진화관을 강조한 주된 이유는 당시의 도약설이 진화론에 신에 의한 창조 개념을 끼워 넣으려는 시도와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에도 살아있는 화석처럼 어떤 계통은 오랫동안 변화하지 않고 다른 계통은 빠르게 변화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다윈은 점진주의를 고수했지만, 진화 속도의 획일성까지 주장하지는 않았다. 도약설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굴드 역시 점진론자이다. 한편,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가 항상 일정한 속도로 진행된다는 '획일적 점진설'(굴드 등이 비판한 개념)에는 다윈도 아마 반대했을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다윈 역시 단속 평형론자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윈 자신도 『종의 기원』 제4판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많은 종은 일단 형성되면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다... 종이 변화하는 기간은, 연수로 따지면 길더라도,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기간에 비하면, 아마 짧을 것이다.[113]

6. 3. 종 선택 논쟁

단속 평형설은 여러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그중 하나는 오랜 기간 동안 종의 형태가 변하지 않는 '정체' 상태가 왜 나타나는지에 대한 것이다. 굴드 등은 유전자 흐름, 유전적 항상성, 그리고 발생적 제약을 정체의 원인으로 꼽았다. 발생적 제약이란 생물의 유전자형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돌연변이가 일어나더라도 실제 표현형으로 나타날 수 있는 변화의 폭은 제한된다는 생각이다. 반면 엘드리지는 '서식지 추적' 개념을 강조했는데, 이는 환경이 변할 때 생물 집단이 형태를 바꾸는 대신 살기 적합한 다른 서식지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공통적으로 자연 선택의 효과를 제한하거나 저항하는 다른 요인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두 번째 주요 논점은 종의 형태가 진화하고 적응적 진화가 언제,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가이다. 엘드리지, 굴드, 라우프, 스탠리 등은 이 과정에서 종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종 선택 이론은 종 자체가 가진 특성(예: 서식 범위의 넓이, 개체 수의 많고 적음 등)에 따라 종들 사이에서 생존 경쟁이 벌어지며, 그 결과 어떤 종은 멸종하고 어떤 종은 새로운 적응적 형질을 발달시킨다고 설명한다. 이는 군 선택 이론과는 구별된다. 군 선택은 개체의 이익을 희생하여 무리 전체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택이 일어난다고 보아 개체 선택과 대립하는 반면, 종 선택은 종 수준의 특성이 종의 생존과 번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뿐 개체 선택과 반드시 배치되는 것은 아니며 양립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논점은 자연 선택이 주로 소진화(종 내에서의 작은 변화)만을 설명할 수 있으며, 대진화(종을 넘어서는 큰 규모의 진화)는 다른 메커니즘, 특히 종 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작위적인 변화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이다. 이 관점에서 자연 선택은 진화의 큰 흐름을 결정하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종 선택 연구는 개체나 집단 수준의 자연 선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멸종 패턴이나 진화 경향을 밝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ヴ르바(Elizabeth Vrba)는 종 선택을 통해 설명될 수 있는 일정한 법칙이나 패턴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도킨스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어떤 계통이 다른 계통보다 멸종에 더 강한 경향, 즉 '진화하기 쉬움의 진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메이너드-스미스는 대부분의 적응적 형질을 종 선택과 멸종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양적으로 무리가 있으며, 개체 선택보다 종 선택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는 있더라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105]

종 선택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굴드는 갑자기 마른 연못에서 우연히 저산소나 건조 환경에 강한 특성을 가진 물고기 종만 살아남는 경우를 종 선택의 예로 들었다. 이런 사건은 종종 발생할 수 있지만, 아야라는 저산소나 건조에 강한 것은 종의 특성이 아니라 개체의 특성이므로 이는 개체 선택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즉, 종 선택의 기본 전제인 '종 고유의 특성'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메이너드-스미스는 그러한 특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마이아는 종 수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들도 결국은 그 종을 구성하는 개체들의 유전자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능력(분산 능력)은 종의 특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각 개체의 특성이기도 하다.

또한, 설령 종 선택 현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개체 선택처럼 점진적으로 누적되지 않기 때문에, 복잡하고 정교한 적응 형질이 발달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더불어 종 선택 이론이 제창된 지 30년이 넘도록, 개체 선택보다 더 중요한 진화의 동력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107]

6. 4. 기타 비판

리처드 도킨스는 화석 기록에서 나타나는 간격은 진화적 사건이 아닌 이주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며, 진화는 다른 곳에서 "아마도 점진적으로" 일어났을 것이라고 보았다.[69] 그는 단속 평형 모델이 정체 현상 관찰과 화석 기록에 기록된 급격하고 일시적인 종 분화 사건의 예로부터 추론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70] 그러나 도킨스는 단속 평형설이 엘드리지와 굴드의 "후기 저술" 때문에 "일부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과대 포장되었다"고 지적하며,[72] 이 가설이 "특별히 많은 홍보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73] 그는 이를 "사소한 윤색", "신다윈주의 이론의 표면에 나타나는 흥미롭지만 사소한 주름"이며, "신다윈주의 종합의 확고한 범위 내에 있다"고 평가했다.[74]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그의 저서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서 굴드가 단속 평형 이론을 혁명적인 것과 보수적인 것이라는 두 가지 입장을 오가며 주장했으며,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전통적인 신다윈주의 입장으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75][114] 굴드는 ''뉴욕 리뷰 오브 북스''와[76][115] 그의 마지막 전문 저서 ''진화 이론의 구조''에서 데닛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77][116]

영문학 교수 하이디 스콧 등 일부 비평가들은 굴드의 생생한 문체와 은유 사용 능력, 그리고 비전문 독자들을 위한 대중적 저술 성공이 단속 평형설을 알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서도,[78] 이러한 수사적 기술 때문에 이론이 과학적 가치 이상으로 비과학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신뢰를 얻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78][117] 반면, 철학자 존 린과 생물학자 헨리 하우는 단속 평형설의 성공이 굴드의 수사 능력보다는 화석 기록의 본질과 훨씬 더 관련이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기존 화석 데이터의 재분석을 통해 고생물학계가 점점 더 만족스럽게 엘드리지와 굴드가 진화적 변화의 훨씬 더 짧은 기간에 의해 중단된 진화적 정체 기간을 식별한 것이 옳았음을 보여주었다"고 언급했다.[79]

진화 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는 굴드가 "다윈 시대부터 잘 알려진"(진화가 "급격한 변화의 기간과 번갈아 가며 긴 정체의 기간"을 나타낸다는) 주장을 사용하여 종 선택에 관한 뚜렷하지만 더 "과장된"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했다며, 이를 "일종의 지적 사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80]

일부 비평가들은 농담조로 단속 평형 이론을 "얼간이들의 진화"(evolution by jerks)라고 불렀으며,[81] 이는 단속 평형론자들이 계통 점진주의를 "느림보의 진화"(evolution by creeps)라고 묘사하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82]

단속 평형설이 가져온 주요 논점들은 다음과 같다.

  • 장기간의 "정체" 원인: 유전자 흐름과 유전적 항상성이 강조되었으며, 굴드는 발생적 제약(돌연변이의 방향이 기존 형질에 의해 제한됨)을 추가로 강조했다. 엘드리지는 환경 변화 시 개체군이 형태적 진화 없이 서식지를 이동하는 "서식지 추적"을 중시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자연 선택에 저항하는 메커니즘의 존재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논쟁적이었다.
  • 적응적 진화의 시기와 메커니즘: 엘드리지, 굴드, 데이비드 라우프(David M. Raup), 스티븐 스탠리(Steven M. Stanley) 등은 종 선택을 제안했다. 이는 종 자체가 가진 특성(서식 범위, 개체 수 등)에 따라 종 간의 경쟁이 일어나 멸종이나 적응적인 형질 변화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개체의 이익보다 무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군 선택과는 구별되며, 개체 선택과 양립할 가능성이 있다.
  • 대진화와 소진화의 관계: 자연 선택은 소진화만을 가져오고, 대진화는 다른 메커니즘(주로 종 분화 시 발생하는 무작위적 변화)에 의해 설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관점에서는 대부분의 진화적 변화가 종 분화 중에 일어나며, 이때의 무작위적 방향이 계통의 진화 경향을 결정하므로 자연 선택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에른스트 마이어는 단속 평형설이 광범위한 비판과 논쟁을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다음 네 가지 주장을 꼽았다.

# 급격한 진화와 장기적인 정체의 강한 강조

# 이것이 새로운 생각이라는 주장 및 점진주의와의 대비

# 다윈주의에 대한 반증이라는 주장 (특히 "다윈주의는 실질적으로 사멸하고 있다"는 굴드의 발언)

# 도약설, 즉 유망한 괴물(hopeful monster) 개념의 부활 가능성 시사

마이어는 또한 용어의 모호함과 다의성이 혼란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론의 새로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진화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조지 게일로드 심슨이 이미 논했으며 자신이 학생이었을 때부터 정설이었다고 말했다.[104] 울리카 세겔스트롤레(Ullica Segerstråle)는 마이어, 심슨, 레빈턴, 스테빈스와 아얄라, 에드워드 윌슨 등 여러 학자들이 단속 평형설 주장의 "과장"과 "이미 다른 사람이 말한 것의 반복"이라는 점을 지적했다고 기록했다.[118] 도널드 엘즈베리(Donald Elsberry)는 다윈이 일정 속도의 점진설을 주장했다는 근거를 제시할 책임이 엘드리지와 굴드에게 있다고 비판했다.[99]

7. 다른 분야에의 적용

단속 평형설은 본래 생물학진화 이론이지만, 그 개념은 언어학이나 신화학과 같은 다른 학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94][123] 구체적인 적용 사례는 하위 섹션에서 설명한다.

7. 1. 언어학

언어학 분야에서는 R. M. W. Dixon이 언어의 역사, 특히 호주 원주민 언어의 선사 시대에 대해 단속 평형 모델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91] 그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기존에 제안된 파마-니웅간 어족 가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Dixon의 모델은 학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언어학자들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92]

한편, 전산 계통학적 방법을 이용한 최근 연구들은 언어 변화 과정에서 단속적인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언어가 서로 갈라져 나갈 때 발생하는 어휘 차이의 약 10%에서 33% 정도가 이러한 급격한 변화(단속적 급증)에 해당한다.[93]

7. 2. 신화학

단속적 평형 이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민담신화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주장되어 왔다.[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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