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 (수호전)

2. 생애

배선(裴宣)은 징자오부(현재의 시안 일대) 출신으로, 고향에서 공목(孔目, 현의 서기)으로 일하며 강직하고 청렴한 성품으로 "철면 공목(鐵面孔目)"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송나라의 법률에 정통하고 검술에도 능했으며, 그의 성실함과 청렴함은 주변에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강직함이 오히려 부패한 지부(知府)의 미움을 사게 되어 모함을 받고 사문도로 유배되는 처지가 되었다.

유배 길에 오르던 중 음마천을 지날 때, 산적인 등비와 맹강에게 구출되었다. 등비와 맹강은 배선의 인품에 감복하여 그를 음마천 산채의 새로운 수령으로 추대했다. 이후, 양산박의 대종과 양림이 고향으로 돌아간 공손승을 찾기 위해 음마천에 들렀을 때, 배선은 양산박의 명성을 듣고 합류하기를 희망했다. 결국 그는 등비, 맹강 등 음마천의 동료들과 함께 양산박에 합류하게 되었다.

양산박에서는 그의 법학 지식과 뛰어난 사무 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군정사(軍政司)에 임명되었다. 배선은 양산박 내의 규율과 논공행상 규정을 제정하고, 인원 명부를 관리하며 전투 준비를 체계화하는 등 조직 운영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그의 단정한 풍채를 활용하여 관리로 변장하고 계략에 참여하기도 했다.

108성이 모두 모인 후에도 군정사의 직책을 계속 맡았으며, 관군과의 전투 및 조정 귀순 후의 여러 전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왕경 정벌 전투에서는 적에게 포로로 잡혀 혹독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는 강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랍의 난을 평정한 후에도 살아남은 배선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두령들의 명단을 정리하여 송나라 조정에 보고하는 상주문을 작성했다. 전후 처리 과정에서 무휘랑 도통(都統)의 벼슬을 제수받았으나, 부패한 조정의 현실을 꿰뚫어 보고 관직을 거절했다. 그는 동료 양림과 함께 과거 자신들의 근거지였던 음마천으로 돌아가 은거하며 조용하고 평온한 여생을 보냈다.

2. 1. 음마천의 두목

2. 2. 양산박 합류

2. 3. 군정사로서의 활약

2. 4. 방랍의 난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