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수 (법조인)

2. 생애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6년 과정의 광주서중을 졸업했다.^[1] 고려대학교 법대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2주 만에 학업을 중단했다. 1956년 제8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하여 20여 년간 판사로 재직하다 197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원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했다. 1980년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며 김근태 고문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 주요 시국사건에 변호인단으로 참여했고, 변협 인권위원장으로서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인권보고서’를 펴냈다.

1988년부터 1994년까지 헌법재판소 초대 재판관을 지냈다.^[3] 검사의 형사소송법상 기소 편의주의에 의한 불기소처분에 대해 1989년 최초의 위헌 결정을 했고, 1994년 대통령의 국가비상대권 발동 사건에서 주심을 맡아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위헌 결정을 했다. 구속 피의자와 미결수가 변호인을 만날 때 교도관이 입회해 대화 내용을 적고 사진을 찍는 관행에 제동을 건 1992년 ‘변호인 접견 방해 사건’ 주심을 맡아 위헌을 이끌어냈으며, 대법원의 법무사 채용규칙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위헌을 선고해 법률의 하위 법령에 대한 헌법심사의 가능성을 열었다.

1988년 야당인 평민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되었으나,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감한 사안에서는 소수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죄 위헌 사건에서 단순위헌을 주장했고, 1991년 사회보호법 사건, 1993년 교수재임용 제도 위헌소송에서도 위헌 소수의견을 냈다.

1994년 임기만료로 퇴임하면서 청와대가 훈장 수여를 제안했으나 ‘훈장을 받을 일을 한 게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1997년에 펴낸 회고록 <법조 여정>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이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당기거나 늦추도록 부탁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1992년 초원복집 사건을 주도한 김기춘이 신청한 선거운동원이 아닌 자의 선거운동금지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 사건에서 "청와대 비서관들이 자신을 제외한 다른 재판관을 찾아와 결정을 빨리 내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또한 "1990년 법무사시험 실시를 법원행정처장 재량에 맡긴 법무사법 시행규칙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로 합의한 사실을 대법원이 사전에 알고 법원행정처 판사들을 각 재판관에게 보내 선고 연기를 부탁했다"고 밝혔다.^[2]

2003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2017년 11월 5일 8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