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밥

2. 줄거리

어느 날, 한 외딴 섬의 묘지 벽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거대한 동굴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나타난 한 노인은 자신이 천 년 전 멸망한 황금의 왕국의 왕이라 자칭하며, 왕국이 광란의 마술사에 의해 지하에 갇혀 있으며, 마술사를 토벌하는 자에게 나라의 모든 것을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 말에 이끌려 수많은 모험가들이 마물이 들끓는 던전이 있는 섬으로 모여든다.

주인공 라이오스가 이끄는 6인 파티는 던전 심층부에서 레드 드래곤에게 도전하지만, 굶주림으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괴멸 상태에 빠진다. 라이오스의 여동생이자 마법사인 파린은 오빠를 감싸다 드래곤에게 먹히지만, 마지막 순간 사용한 탈출 마법 덕분에 남은 일행은 간신히 지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장비 외의 모든 소지품과 식량을 잃고, 동료였던 슈로와 나마리마저 파티를 떠나버린다. 리더 라이오스, 엘프 마법사 마르실, 하플링 열쇠공 칠책 세 명은 파린이 드래곤에게 완전히 소화되기 전에 구출하여 마법으로 소생시키기로 결심하고 던전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자금과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라이오스는 던전 내 마물을 잡아 식량을 조달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마르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라이오스는 버섯과 큰 전갈을 잡아 요리하려 하지만 방법을 몰라 곤경에 처한다. 그때, 마물 요리에 정통한 드워프 전사 센시가 나타나 능숙한 솜씨로 큰 전갈과 버섯, 슬라임으로 전골 요리를 만들어 대접한다. 예상외의 맛에 놀란 라이오스 일행은 센시에게 자신들의 목적을 이야기하고, 레드 드래곤을 요리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는 센시는 기꺼이 동료로 합류한다. 이렇게 라이오스 일행은 덮쳐오는 몬스터를 물리치고, 요리하고, 먹으며 던전을 공략하는 여정을 시작한다.^[76][77] 이 작품은 던전 탐험을 배경으로, 모험가들이 다양한 몬스터를 현실적인 조리법으로 요리하며 나아가는 미식 판타지의 성격을 띤다. 슬라임, 맨드레이크, 바실리스크, 골렘 등 판타지 단골 몬스터의 생태를 논리적으로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작중 요리에는 레시피가 기재되어 있어 판타지임에도 현실감과 설득력을 더한다.^[78][79]

수많은 고난 끝에 지하 5층에 도달한 일행은 다시 레드 드래곤에게 도전하여 큰 부상을 입으면서도 토벌에 성공한다. 소화되어 뼈만 남은 파린을 되살리기 위해 마르실은 금기시된 고대 마술을 사용하여 레드 드래곤의 시체를 재료로 파린을 소생시킨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소생 과정에서 레드 드래곤의 육체를 사용한 영향으로 파린은 드래곤의 주인이었던 '광란의 마술사' 시슬에게 정신을 지배당하게 된다. 상황을 정비하려던 라이오스 일행은 별도로 파린을 구하기 위해 온 슈로 일행, 그리고 슈로에게 구출된 카브루 일행과 마주친다. 그때 하반신이 드래곤과 합쳐진 키메라 모습의 파린이 습격하여 슈로와 카브루 파티에 큰 피해를 입힌다. 죽은 동료들을 소생시킨 슈로와 카브루는 라이오스 일행이 금기를 어겼다고 판단하여 지상으로 돌아가 보고하고, 이로 인해 라이오스 일행은 지상으로 돌아갈 길을 잃는다. 그들은 파린을 되찾고 광란의 마술사를 토벌하기 위해 던전 탐사를 계속하기로 결의한다.

슈로에게서 도망친 이즈츠미를 새로운 동료로 맞이한 라이오스 일행은 미궁을 헤매는 망령의 인도로 황금성을 멀리 볼 수 있는 수수께끼의 공간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광란의 마술사의 저주로 인해 늙지도 죽지도 못한 채 천 년의 시간을 보내온 황금의 나라 주민들이 있었다. 주민들과 왕의 손자인 야아드는 나라의 수호신 날개사자의 예언에 따라 라이오스를 새로운 왕이 될 인물로 여기고 나라의 미래를 맡긴다. 이후 꿈속에서 날개사자와 대화한 라이오스는 자신이 왕이 될 운명임을 강하게 의식하게 된다. 또한 센시의 제안으로, 광란의 마술사를 쓰러뜨리고 파린의 드래곤 부분을 먹으면 파린을 원래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다.

한편, 카브루는 섬에 도착한 엘프 부대 카나리아대와 접촉한다. 던전을 위험하게 여겨 제압하려는 카나리아대는 광란의 마술사를 유인하여 파린과 함께 처리하려 하지만, 카브루는 이를 저지하려다 카나리아대 대장 미스룬과 함께 지하 6층으로 추락한다. 그곳에서 던전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카브루는 라이오스 일행의 던전 공략이 가져올 위험성을 깨닫는다. 이후 지상 지원군과 합류한 카브루는 라이오스 일행을 쫓기로 결심하고, 그의 의도를 눈치챈 미스룬과 카나리아대도 뒤를 따른다.

라이오스 일행은 마침내 던전 최하층에 도달하여 보펄 버니와 파린 키메라를 쓰러뜨리고 시슬의 은신처에 도착한다. 시슬이 소환한 드래곤에 의해 전멸 직전에 몰리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라이오스는 기지를 발휘하여 시슬을 붙잡고 설득을 시도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시슬은 라이오스를 구속하고, 그 틈을 타 본색을 드러낸 날개사자가 시슬의 천 년간 쌓인 욕망을 먹어치운다. 폐인이 되기 직전, 시슬은 마지막 힘으로 마르실을 소생시키고, 마르실의 마법으로 다른 동료들도 부활한다. 날개사자의 봉인이 풀리기 직전, 카브루와 미스룬이 이끄는 카나리아대가 도착한다. 심문 과정에서 마르실 외에는 최면술에 걸리고, 마르실과 카나리아대의 갈등 끝에 마르실이 날개사자의 봉인을 풀고 미궁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버린다.

미궁의 주인이 된 마르실이 미궁의 형태를 바꾸면서 내부는 대혼란에 빠진다. 모험가들과 카나리아대, 오크들은 미궁의 주인이 된 (것으로 오해받는) 라이오스의 처우를 두고 대립한다. 슈로와 나마리는 진실을 알기 위해, 카나리아대는 미궁을 봉쇄하기 위해 라이오스를 쫓는다. 라이오스는 미궁의 힘에서 불길함을 느끼고 마르실을 설득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도망친다. 마르실은 방해가 되는 카나리아대와 싸우기 위해 마물을 이끌고 지상으로 향하지만, 미궁이 확장되어 세계를 뒤덮기 시작하고, 악마(날개사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도망친 라이오스는 카브루, 슈로 등과 합류하여 마르실이 미궁의 주인이 되었고 날개사자의 정체가 악마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다시 마르실을 설득하고 악마를 쓰러뜨리기 위해 마르실과 합류한다. 그러나 날개사자에게 조종당하는 마르실은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라이오스 일행은 마르실의 마음을 돌리려 시간을 벌며 그녀의 소원이 가진 위험성과 미궁의 힘의 왜곡을 설득하여 마침내 성공한다. 하지만 미궁의 주를 그만두는 방법은 주인이 죽거나 악마를 쓰러뜨리는 것뿐이었다.

날개사자와의 대화에서 실마리를 잡은 라이오스는 악마를 쓰러뜨린 후 미궁의 모든 이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마르실을 대신하여 미궁의 주인이 된다. 그러나 라이오스가 바란 '악마 소멸'과 '파린의 완전한 소생'은 날개사자에게 무시당하고, 그의 근원적인 욕망인 '마물이 되고 싶다'는 유혹에 넘어가 자신이 구상한 마물의 모습으로 변하며 육체를 빼앗긴다. 라이오스의 육체를 차지한 날개사자는 자신의 소원인 '인간의 욕망을 영원히 맛보는 것'을 이루기 위해 모든 인류를 이계로 데려가려 한다. 그러나 마물로 변한 라이오스가 날개사자의 '식욕'을 먹어치우면서, 악마는 핵심 욕망과 '모든 소원을 이루는 능력'을 잃고 단순한 마력으로 돌아간다. 소멸 직전, 날개사자는 라이오스에게 '가장 큰 소원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저주를 남긴다.

악마의 소멸 후 미궁이 붕괴하기 시작하자, 마르실 일행은 탈출을 서두른다. 그때까지 인형에 깃들어 있던 야아드는 자신의 몸 대신 할아버지 델갈의 몸에 들어가 시슬을 데리고 일행을 출구로 인도한다. 미궁 밖으로 나오면 소멸할 운명이었던 야아드는 미궁과 외부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살아남고, 라이오스 역시 무사히 돌아온다. 라이오스는 사람들에게 식사 약속을 상기시키는데, 그것이 '여동생(파린의 드래곤 부분)을 함께 먹어달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기에 처음에는 거센 반발에 부딪히지만, 여동생을 구하려는 그의 진심이 전해져 많은 이들의 협력 속에 대연회가 시작된다. 이 자리에서 라이오스는 사람들에게 왕으로 추대받아 악식왕이라는 이명을 얻는다. 그는 작은 섬을 다스릴 생각이었지만, 그곳이 사실은 황금향이 가라앉았던 대륙임이 밝혀진다. 한편, 시슬은 야아드를 보고 델갈이 무사히 돌아왔다고 믿으며 평온하게 잠든다.

연회는 7일 밤낮으로 이어졌고,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과 끊임없이 배고픔을 느끼게 된 라이오스를 위해 마침내 거대한 용의 고기가 모두 소비된다. 라이오스는 날개사자의 저주 때문에 파린의 소생이 실패할까 두려워하지만, 동료들의 격려와 엘프들의 도움을 받아 소생 의식을 시작한다.

파린은 꿈속에서 자신의 일부였던 용을 먹는다. 그때 날개사자가 나타나 더 먹고 싶냐고 묻고, 파린이 긍정하자 "그쪽이 더 춥고 잔혹한 길"이라면서도 길을 보여준다. 그 길을 따른 파린은 마침내 눈을 뜬다. 하반신에 약간의 용의 특징이 남았지만, 파린의 소생은 성공한다.

이후 왕이 된 라이오스는 고생하면서도 나라를 다스리고, 마법과 마물을 이용한 식량 생산 연구에 힘쓴다. 시간이 흘러, 식사에 집착하는 이유를 묻는 아이들에게 라이오스는 "식사는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다"라고 답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