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한 (소설가)

2. 생애

김정한은 1908년 경상남도 동래부 북면 남산리(현 부산광역시 금정구 남산동)에서 김해 김씨 집성촌의 7남매 중 맏이이자 장손으로 태어났다. 본향은 경북 청도이며, 김일손의 조카 삼족당 김대유의 후손이다. 무오사화로 연좌되어 호남으로 유배되었다가 중종반정 후 풀려난 선조들이 이곳에 정착하였다.

어려서 증조부가 세운 서당에서 한학을 배웠고, 1919년 범어사 경내 명정학교(현 청룡초등학교와 금정중학교 전신)에 입학했다. 중앙고보를 거쳐 동래고보를 1928년 졸업했다. 울산 대현보통학교 교사로 재직 중 일본의 민족적 차별대우에 불만을 품고 조선인교원연맹 조직을 계획했으나 일경에 체포되어 교직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1930년 일본 와세다 대학 부속 제일고등학원 문과에 입학, 1931년 유학생회 발간 ‘학지광(學之光)’ 편집에 참여했다. ‘조선시단’에 단편 ‘구제사업(救濟事業)’을 기고했으나 제목만 실리고 내용은 삭제당했다. 1932년 여름 귀국 후 양산 농민봉기사건에 연루되어 투옥, 학업을 중단하고 이듬해 남해보통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농민문학에 투신한다.

1936년 단편 〈사하촌〉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 〈옥심이〉(1936), 〈항진기〉(1938) 등을 발표하며 '민중을 선동하는 요주의 작가'로 지목되기도 했다. 〈월광한〉(1940), 〈낙일홍〉(1940), 〈추산당과 곁사람들〉(1940) 등을 발표하고, 동아일보사 동래지국을 운영하다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일제 탄압이 심해지자 붓을 꺾었다.

1947년 부산중학교 교사를 거쳐 1949년부터 부산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5·16 직후 교수직을 물러나 ‘부산일보’ 상임논설위원으로 활동하다 1965년 복직했다. 1966년 중편 〈모래톱 이야기〉를 발표하며 문단에 복귀, 낙동강변 가난한 어촌민의 생활과 수난을 생생하게 그려내 주목받았다. 이후 5년간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 핍박받는 농촌 현실을 폭로하는 소설을 썼다.

1967년 한국문인협회 및 예총 부산지부장을 역임했다. 1969년 중편 〈수라도〉로 제6회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한말부터 광복 직후까지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허진사(許進士) 댁의 가족사와 한민족의 수난사를 그린 ‘수라도’는 민중의 항거정신을 부각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단편집 《낙일홍》과 《인간단지》(1971)를 발표했다. 1974년 부산대 교수 정년퇴직 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민족문학작가회의 전신) 회장, 1987년 민족문학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2003년 6월, 후배 작가들과 사회인사들이 부산광역시 지원으로 김정한 생가를 복원했다. 금정산을 등지고 오륜대를 바라보는 팔작 지붕의 전통 한옥이다.

2. 1. 출생과 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