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허

4. 은허의 규모 및 유적

殷墟^중국어는 동서 6km, 남북 4km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으로, 총면적은 240000m²에 이른다. 환수를 사이에 두고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며, 남쪽에는 소둔촌(및 안양시) 등이, 북쪽에는 무관촌(武官村) 등이 위치한다.

소둔촌 일대는 22대 왕 무정 이후의 갑골(甲骨)과 청동기가 집중적으로 발굴된 곳이다. 소둔촌 북동부는 궁전 등이 위치한 은나라 도읍의 중심지로 추정되며, 주변에서는 공방터 등도 발견되었다. 다만, 도성의 성벽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은 의문으로 남아있다.^[20]

소둔촌에서는 갑골문자가 새겨진 다수의 갑골(거북의 배딱지나 소와 사슴의 어깨뼈 등)이 출토되었는데, 총 5,000자 이상의 글자가 확인되었고 그중 1,700자 정도가 해독되었다. 이 갑골문자(甲骨文字)의 연구를 통해 은 왕조의 존재가 동시대 자료를 통해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글자가 현재 사용되는 한자의 원형임이 확인되었다.

무관촌 일대에는 13기의 대규모 무덤이 발견되었으며, 그중 왕릉 8기(무정 이후 8대)는 밀집해 있다. 유물이 발견되지 않은 무덤은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은나라 멸망으로 인해 매장되지 않은 무덤이라고 추측된다.

1928년부터 1937년까지 중앙 연구원 역사언어연구소는 15회에 걸쳐 은허를 발굴 조사하였다. 그 결과 다량의 갑골, 십수 좌(座)의 큰 묘, 1000좌에 달하는 작은 묘, 은나라 궁전이나 주거지를 발견하여 이 땅이 반경 이후 은나라 수도였음을 확인했다. 중앙에는 토단을 쌓아올린 궁전 초석과 토단 주위에 수혈식 주거 유적이 있는데, 제왕·왕족의 주거는 지상식인 반면 일반 백성의 주거는 수혈식이었다. 또한 그 외곽에서는 도기·골기 등을 만드는 장인의 공장과 주거지가 많이 발견되었다. 큰 묘는 네모꼴이거나 아형(亞形)이며, 중앙의 관을 둘러싼 부장품으로는 청동 용기, 무기, 악기, 옥으로 만든 장신구 등이 놓여 있었다.

30km²에 달하는 은허는 중국에서 가장 큰 고고학 유적지 중 하나이다. 발굴 조사를 통해 궁전, 사당, 무덤, 공방 등 80곳이 넘는 다져진 흙 기초 유적이 발견되었다. 고고학자들은 이러한 유적을 통해 은허가 상나라의 정신적, 문화적 중심지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1. 부호묘 발굴

4. 2. 환북상성 유적

5. 유물의 특징 및 중요성

은허에서 발굴된 약 15만 점의 갑골문은 초기 한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상나라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15] 왕이룽(王懿榮)이 갑골을 처음 발견한 이후, 뤄전위(羅振玉), 왕궈웨이(王国维) 등의 학자들이 갑골문을 연구하여 상나라의 역사적 사실을 밝혀냈다.^[9] 리지(李济)가 이끈 1928년-1937년의 발굴에서는 10만 개가 넘는 갑골이 발굴되어 상나라의 문자 체계가 잘 정비되어 있었음을 보여주었다.^[12]

은허의 청동기 유물은 세계 청동기 문화의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후무무 정(Houmuwu ding)과 같은 대형 청동기는 정교한 분할 주형 공정으로 주조되어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준다.^[16] 1976년에 발굴된 부호(婦好)묘에서는 최고 수준의 청동기 유물들이 다수 출토되었다.^[15]

은허 유적에서는 궁전, 사원, 왕릉, 공방 등 다양한 시설이 발견되었다. 이는 상나라의 사회, 문화, 종교, 장례 풍습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15] 특히, 무덤에서는 인간과 동물 희생의 흔적이 발견되어 당시의 장례 풍습을 짐작하게 한다.^[15]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 결과, 은허인들은 현대 북방계 한족과 유사한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