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생기

3. 줄거리

'나'는 25년 11개월의 생애를 마감한다고 가정하고 '종생기'라는 글을 구상한다. 톨스토이 같은 유명인들의 죽음을 언급하며, 자신만의 인상적인 마지막을 남기려 한다.

'나'는 빈곤과 노쇠로 곧 죽을 것이라 예상하며 여러 벌의 유서를 준비한다. 그러던 중 정희에게서 편지를 받고 그녀와의 만남을 회상한다. 정희는 R과 S와 헤어지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지만, '나'는 이것이 거짓임을 안다.

멋을 내고 정희를 만나러 나간 '나'는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걷는다. 정희의 가족은 그녀가 열네 살 때 매음을 시켰고, 열아홉 살인 지금은 그녀 스스로 매춘을 한다. '나'는 정희의 배신을 짐작하면서도 그녀와 술을 마신다.

술에 취한 '나'는 정희의 옷에 토하고, 그녀의 옷에서 떨어진 편지를 줍는다. 편지는 정희가 절연했다던 S에게서 온 것으로, 오늘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눈을 뜨니 정희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나'는 정희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녀가 자신의 시신을 찾는다면 얼굴이 붉어질 것이라 자조한다.^[1]

4. 주제와 분석

《날개》, 《동해》, 《지주회시》와 함께 신심리주의 기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잠재의식을 표출한다.^[1] 사랑과 배신, 자학, 냉소 등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를 처절하게 묘사하며,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어두운 면모를 투영하여 자전적인 성격이 강하다.^[1] 정희의 부정과 배신은 이야기 전개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며, '나'의 자가당착과 고뇌를 심화시킨다.^[1] 이상 스스로가 거부하려 했던 윤리관에 얽매여 충격받고 괴로워하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주인공 '나'를 통해 철저히 해부한다.^[1]

5. 등장하는 작품들

〈종생기〉는 이상의 작품들 중에서도 다른 예술, 문학 작품들이 본문에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이상은 예술 작품을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시킬 때 매우 치밀하게 계획하고 해체하여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예술 작품들은 소설의 문단이나 내용 전체를 함축하기도 한다. 다양하고 폭넓은 예술 작품과 예술 사조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한 언급을 넘어 적극적인 활용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이상의 작품 세계의 문화적 기반이 매우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1]

5. 1. 구체적인 작품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