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상사 회장 척살 사건

2. 도요타 상사 사건

도요타 상사는 현물 어음 사기를 이용한 악덕 상행위로 수만 명에게 피해를 입힌 회사였다. 피해 총액은 2000억엔에 달하는 거대 사기 사건으로 사회적인 주목을 받았다.

1985년(쇼와 60년) 6월 18일, 오사카시 기타구에 위치한 도요타 상사 회장 나가노 가즈오의 자택 아파트 현관 앞에는 "오늘 체포"라는 정보를 듣고 많은 언론 취재진이 모여 있었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경, 사기 피해자의 전 상사에 해당하는 남성^[1] 두 명(이하 '''I'''와 '''Y''')이 나가노의 방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대기 중이던 경비원에게 '''"나가노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비원이 연락을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사이, 두 사람은 전 부하 피해자 6명으로부터 '''"이제 돈은 됐고, 나가노를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보도진에게 말했다.^[2]

두 사람은 통로 쪽 현관 옆 창문의 알루미늄 샷시를 부수고 창문을 깨 방 안으로 침입했다. 그들은 나가노의 머리 등 전신 13곳을 구 일본 제국 육군의 정식 30년식 총검으로 찔렀다. 많은 언론 매체가 범행 일부를 생방송으로 중계했지만, 아무도 이를 제지하려 하지 않았다.^[3] 방에서 나온 가해자들은 '''"야, 경찰 불러, 빨리. 내가 범인이야"'''라고 보도진에게 말했고, 언론의 질문에 답한 뒤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언론에게 담배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파트 밖으로 나왔을 때, 달려온 오사카부경 텐마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살인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나가노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복부 자상이 치명상이 되어, 사건 발생 약 45분 후인 오후 5시 15분경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나가노가 소지하고 있던 현금은 겨우 711JPY이었다.^[4]

마이니치 방송 보도국 사회부 기자였던 니시무라 히데키(현재 킨키 대학 객원교수)는 나가노의 방 앞 복도에서 가해자(I 및 Y)에게 인터뷰를 시도하는 한편, 인근 주민을 통해 관할 텐마 경찰서에 신고했다. 현장 일대를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이 신고가 전달되어 가해자 체포로 이어졌다. 체포 직전,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관을 향해 아파트 입구에서 언론 관계자들이 '''"'''(가해자를)''' 빨리 체포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처음에는 가해자들도 "범인은 나다"라며 이에 동조했지만,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여 흥분한 상태에서 언론 관계자들이 계속 외치자, 가해자가 짜증을 내며 언론 관계자를 구타하는 일도 발생했다. 니시무라의 증언에 따르면, 도요타 상사 사건 수사를 효고현 경찰이 주로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사카부 경찰은 현장 아파트에 대한 특별 경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가노가 살해당할 당시의 영상(나가노는 실내에 있었으므로 살해 장면 자체는 찍히지 않았으나, 가해자의 침입 모습과 창가에 방치된 피투성이의 나가노가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이 기록됨)은 NHK 뉴스와 민방 TV 각국에서 중계되었다. 뉴스 센터 9시에서는 오프닝 직후 캐스터 기무라 타로가 급히 "끊어주세요"라며 스태프에게 전화로 바스트 샷 전환을 요청했고, 스튜디오 화면으로 바뀌자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는 자극이 강할 수 있습니다"라며 시청 주의를 당부했다.^[5] 사건 후 발매된 사진 주간지 『FOCUS』에는 가해자 중 한 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 단말마의 표정을 짓는 나가노를 안고 있고, 다른 한 명이 총검을 든 사진이 실렸다.

요미우리 신문이 독자 투표로 선정한 1985년 일본 10대 뉴스에서 이 살해 사건은 일본항공 123편 추락 사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후 사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도요타 상사가 모은 자금 대부분이 유용되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최고 책임자인 나가노가 사망하면서 자금 흐름에 대한 규명이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수사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해자들이 관계자로부터 입막음을 위해 살인을 청부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었다.

1986년 3월 12일, 오사카 지방 법원에서 I에게 징역 10년, Y에게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두 사람 모두 항소했으나, 각각 1990년과 1989년에 형이 확정되었다.

그 후, 가해자 중 한 명은 주변 언론에 범행을 지시한 배후가 있다며 4차례 재심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