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민 노선

2. 역사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여야가 백중세(비슷한 세력)를 보일 때, 자민당이 공명당과 민사당의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형태로 중요 법안들을 성립시켰던 것이 자공민 노선의 시초이다.

1960년 자민당 출신 총리인 기시 노부스케가 안보투쟁의 여파로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 자민당이 후임 총리로 민사당의 니시오 스에히로를 거론했을 정도로 두 정당의 관계는 가까웠다. 니시오 본인이 총리직을 고사했기에 후임 총리는 자민당의 이케다 하야토가 차지했지만, 일본사회당은 이러한 관계를 불편하게 여겨 민사당을 '익찬 야당', '제2의 자민당'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니시오는 이에 대해 사회당을 '제2의 일본 공산당'이라며 반박했다).

1971년 오키나와 반환 협정 당시, 자민당 다나카 가쿠에이 간사장, 민사당 이케다 데이지 국회대책위원장, 공명당 야노 준야 서기장이 접촉하여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책 협조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만 자민당과 민사당의 관계가 당 대 당의 관계였다면, 자민당과 공명당의 관계는 다나카파 대 당의 관계라고 불릴 정도로 자민당 내 다나카파가 공명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공명당과 민사당은 야당으로서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대립하는 관계였기에, 사회당과 접촉하여 사공민 노선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자공민의 선거 협력이 가시화되면서 세 정당은 밀접한 관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1979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미노베 료키치의 후임으로 사회당과 공산당은 오타 가오루를 지지했지만, 자공민과 신자유클럽의 지지를 받은 스즈키 슌이치가 승리했다. 이 선거 이후 민사당은 자민당 및 중도 정당과의 연립 정권을 목표로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반공을 대의로 삼아 사회당까지 포함하는 거대 여당 체제도 구상되었으며, 이는 사공 공투를 파기시키는데 기여하게 된다.

1988년 소비세 신설 법안이 통과되자 여론의 반발이 거셌고, 자민당에 협조하여 소비세 법안을 통과시킨 공명당과 민사당도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는 도이 다카코가 이끄는 사회당의 인기를 급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었고, 1989년 제15회 일본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에서는 일시적으로 사공민 노선으로 회귀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당과 협력한 공명당과 민사당은 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사회당이 대부분의 결실을 가져가면서 사공민 노선은 금방 위기를 맞았다. 같은 해 자민당 가이후 도시키가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으로 취임한 뒤, 오자와 이치로 자민당 간사장은 이치카와 유이치 공명당 서기장, 요네자와 다카시 민사당 서기장과 관계를 구축하여 자공민 노선이 부활했다. 1990년 제39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에서도 사공민 노선은 유지되었지만, 여전히 사회당만 독주하면서 공명당과 민사당의 불만은 커져갔고, 정국은 자공민 노선으로 기울었다.

1991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자공민이 이소무라 히사노리를 옹립했지만 패배했다. 이 사건은 자민당 내에서 스즈키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오자와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것이었고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자와가 간사장직을 사임했다. 오자와가 물러나면서 자공민 노선도 일시 후퇴했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는 자공민과 사회당이 협력해서 단일 후보를 내기를 바랐지만, 사회당은 오자와에 반대했기 때문에 이소무라 지지를 거부했다. 1992년 「유엔 평화유지 활동 등에 대한 협력에 관한 법률」(PKO법) 통과를 둘러싸고 자공민과 사공 두 세력이 대립했지만, 결국 자공민의 뜻대로 통과되었다.

공명당과 민사당은 시간이 갈수록 혁신 야당에서 보수 야당으로 변화했고, 자민당과의 정책 협조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자민당은 민사당보다는 공명당을 더 신경 썼다. 창가학회를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공명당은 선거에서 막강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었던 반면, 민사당은 정책적으로 자민당과 원래 가까웠기에 자민당 입장에선 공명당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PKO법 통과 이후 제16회 일본 참의원 의원 통상선거에서 공명당은 처음으로 자민당과 선거 공조를 이루었다. 민사당은 사회당 및 렌고와 협력했지만, 협력이 원활하지 않아 선거에서 크게 패배했다.^[1]

2. 1. 자공민 노선의 기원

2. 2. 사공민 노선의 한계와 자공민 노선의 부상

2. 3. 55년 체제의 붕괴와 연립 정권

2. 4. 자공 연립 정권의 성립과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