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람 2세

3. 즉위 전 배경

바흐람 2세는 사산 왕조의 네 번째 왕(샤)인 바흐람 1세()의 장남이자, 샤 샤푸르 1세()의 손자였다.^[1] 사산 왕조는 224년, 아르다시르 1세(바흐람 2세의 증조부)가 호르미즈드간 전투에서 아르타바누스 4세()를 죽이고 아르사케스 제국을 무너뜨리면서 이란의 지배자가 되었다. 바흐람 2세는 262년경 이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가 샤푸르 1세의 카베-예 자르토슈트 비문에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흐람 1세는 샤푸르 1세의 장남이었지만, 어머니의 낮은 신분 때문에 왕위 계승 후보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작은 왕비이거나 첩이었을 수도 있다. 샤푸르 1세가 270년에 사망하고, 호르미즈드 1세가 왕위를 이었으나 1년 만에 사망했다. 바흐람 1세는 조로아스터교 사제 카르티르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다. 그는 형제 나르세에게 사산 아르메니아 통치권을 주는 대가로 왕위 계승권을 포기하는 협정을 맺었다. 아르메니아는 로마-페르시아 전쟁 동안 로마 제국과 사산 제국 사이의 분쟁의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나르세는 바흐람 1세를 찬탈자로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바흐람 1세 시대에 나르세는 자신의 이름과 초상을 새긴 화폐를 독자적으로 발행했는데, 이는 사실상 독립 선언이었다. 바흐람 1세는 장인인 메세네 왕 샤푸르와 조로아스터교 사제 카르티르의 도움으로 정권을 굳혔다. 샤푸르는 제국 내에서 제2위의 지위를 얻었고, 바흐람 2세가 발행한 화폐에는 왕비와 황태자도 함께 새겨졌다. 카르티르는 평민 출신임에도 대귀족의 반열에 올랐고, 제국 전역의 모베드(제사장) 겸 판사, 이스타르의 아나히타 사원 관리자 겸 주관에 임명되었다.

4. 치세

282년,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카루스가 유프라테스강을 넘어 메소포타미아를 침공했다. 바흐람 2세는 동방 아프가니스탄의 반란을 진압하느라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메소포타미아는 파괴되고 약탈당했으며, 셀레우키아와 크테시폰이 로마군에 점령되었다. 그러나 카루스는 낙뢰로 사망했고(암살설도 있음), 로마군은 철수했다. 카루스의 아들 누메리아누스는 페르시아와 평화 조약을 맺었다.

286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다시 페르시아와 전쟁을 시작했다. 그는 티리다테스 3세가 페르시아에 반란을 일으키도록 지원했다. 몇 차례 전투 후, 아르메니아는 독립을 선언했다. 티리다테스는 페르시아군을 격파하고 주요 거점을 함락시켜 아르메니아의 지배자가 되었고, 페르시아 영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동방 정세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바흐람 2세는 로마에 유리한 휴전 협정을 맺었다. 이는 군부의 반감을 샀고, 특히 나르세스는 서부 아르메니아를 로마에 할양한 것에 분노했다.

바흐람 2세는 이란의 7대 가문 중 하나인 미흐란 가문 출신의 미리안 3세에게 이베리아 왕위를 주어 코카서스에서 사산 왕조의 권위를 강화하려 했다.

제국의 동쪽에서는 바흐람 2세의 형제(혹은 사촌)인 호르미즈드가 사카, 쿠샨, 길란(:en:Gilan)의 민족을 규합하여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1] 호르미즈드는 '쿠샨의 샤한샤'라는 칭호를 새기고 자신의 화폐를 발행했다.^[1]

바흐람 2세는 동부 반란을 진압한 후, 황태자 바흐람 3세를 사카의 왕으로 임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1]

4. 1. 정권 확립과 내부 반란

바흐람 2세는 대신 장인인 메세네 왕 샤푸르와 조로아스터교의 카르티르 두 사람의 힘으로 정권을 굳혔다. 샤푸르는 여러 왕의 필두인 아르메니아 왕을 능가하는 하르그베드라는 칭호를 받았으며, 제국 내에서 제2위의 지위를 얻었다. 바흐람 2세가 발행한 화폐에는 황제뿐만 아니라 왕비와 황태자, 즉 샤푸르의 딸과 손자도 함께 새겨졌다.^[1]

카르티르는 평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귀족의 반열에 올랐고, 제국 전역의 모베드(제사장) 겸 판사, 제국의 옛 땅 이스타르(:en:Istakhr)의 아나히타 사원 관리자 겸 주관에 임명되었다. 게다가, "아후라 마즈다 신의 모베드", "바흐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자"라는 최고 등급의 칭호도 주어져, 종교계에서 비견할 자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

4. 2. 로마와의 전쟁

282년 카루스 황제가 유프라테스강을 넘어 메소포타미아로 쳐들어왔다. 바흐람 2세는 동방 아프가니스탄의 반란을 처리하느라 이에 대응할 수 없었다. 메소포타미아 일대는 파괴 및 약탈당했고, 셀레우키아와 크테시폰도 로마군에 의해 점령되었다. 그러나 카루스는 낙뢰로 사망했다.(암살설도 있다)

이로 인해 로마는 군대를 철수했고, 카루스의 아들 누메리아누스는 페르시아와 평화 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286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다시 페르시아와 전쟁을 시작했다. 그는 아르메니아의 왕자 티리다테스 3세가 페르시아에 반란을 일으키는 것을 지원했다. 몇 차례 전투 후, 아르메니아는 분열되었으며 티리다테스는 페르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였다.

티리다테스는 페르시아의 2개 군대를 격파하고 중요한 수비 거점을 함락시켰다. 이로써 그는 아르메니아의 지배자가 되었고, 페르시아에 의해 분리되었던 아르메니아의 국경을 넘어 페르시아 영토에서 승리를 얻어내었다.

이러한 동방 정세의 혼란 때문에, 바흐람 2세는 로마 측에 매우 유리한 휴전 협정을 맺게 되었다. 이 협정은 군부의 큰 반감을 샀고, 특히 아르메니아를 사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로마 측에 서부 아르메니아를 할양하게 된 나르세스를 격노하게 만들었다. 나르세의 세력을 꺾기 위해, 굳이 로마 측에 유리한 강화 조약을 맺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4. 3. 이베리아 왕국과의 관계

같은 해, 바흐람 2세는 이란의 7대 가문 중 하나인 미흐란 가문 출신의 이란 귀족 미리안 3세에게 이베리아 왕위를 주었다. 그 이유는 코카서스에서 사산 왕조의 권위를 강화하고 이베리아 수도 므츠헤타를 코카서스 산맥을 통과하는 중요한 통로의 입구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바흐람 2세에게 매우 중요했고, 그는 미르얀 3세의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직접 므츠헤타로 갔다고 한다. 그는 또한 일곱 살이었던 미르얀 3세의 후견인으로 미르바노즈(역시 미흐라니드)라는 고관을 파견했다. 미르얀 3세가 이전 이베리아 통치자 아스파쿠레스 1세의 딸 아베슈라와 결혼한 후, 40,000명의 사산 왕조 "선별 기병대/기병대"가 동부 이베리아, 코카서스 알바니아 및 구가르크에 주둔했다. 서부 이베리아에서는 7,000명의 사산 기병대가 미르얀 3세를 보호하기 위해 므츠헤타로 보내졌다.

4. 4. 동부 반란 진압과 죽음

제국의 동쪽에서는 바흐람 2세의 형제(혹은 사촌)인 호르미즈드가 사카, 쿠샨, 길란(:en:Gilan)의 민족을 규합하여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1] 로마 황제 카루스의 연대기엔 이 호르미즈드를 '사카의 왕 오르미에스'라고 기록하고 있다.^[1] 또한 호르미즈드는 자신의 화폐를 발행해, '쿠샨의 샤한샤'라는 칭호를 새겼다.^[1] 호르미즈드는 나르세스 1세와는 달리 로마라는 강대국 사이에 놓이지 않아, 장기에 걸쳐 페르시아 동부를 교란시킬 수 있었다.^[1]

동부 전역을 휩쓴 이 반란을 겨우 진압한 바흐람 2세는, 황태자 바흐람 3세를 사카의 왕으로 임명하고 머지않아 사망하였다.^[1]

5. 종교 정책

바흐람 2세 이전의 사산 왕조 샤들은 "미온적인 조로아스터교도"였다.^[1] 그는 아들에게 바흐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신의 새인 베레트라그나의 날개를 왕관의 핵심 요소로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이름과 신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바흐람 2세는 아버지처럼 영향력 있는 조로아스터교 사제 카르티르를 잘 대했다. 그는 카르티르를 자신의 멘토로 여겼으며, 그에게 귀족(''wuzurgan'') 지위와 제국 전체의 대법관(''dadwar'') 직책 등 여러 명예를 수여하였다. 이는 그때부터 사제들이 판사의 직함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카르티르는 또한 사산 왕가에서 관리하던 이스타크르에 있는 아나히드 불의 신전의 관리자로 임명되었다. 이로 인해 사산 왕들은 제국 내에서 종교적 권위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되었다. 이후부터 성직자들은 전국에서 판사 역할을 했으며, 다른 종교의 대표자들이 서로 갈등을 겪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소송이 조로아스터교 법학에 근거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흐람 2세 치하에서 카르티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제국에서 강력한 인물이 되었고, 카바-예 자르토슈트에 새겨진 비문에서 기독교, 유대교, 만다교, 마니교, 불교 등 비조로아스터교 소수민족을 "쳐부쉈다"고 주장했다.^[1] 현대 역사가 파르바네 푸르샤리아티에 따르면, "그러나 카르티르의 선언이 그가 옹호했을 것으로 보이는 조치의 실제 실행, 또는 성공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실제로 유대교와 기독교 자료에는 이 기간 동안의 박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카르티르는 평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귀족의 반열에 올랐고, 제국 전역의 모베드(제사장) 겸 판사, 제국의 옛 땅 이스타크르(:en:Istakhr)의 아나히타 사원 관리자 겸 주관에 임명되었다. 게다가, "아후라 마즈다 신의 모베드", "바흐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자"라는 최고 등급의 칭호도 주어져, 종교계에서 비견할 자가 없는 존재가 되었다.

6. 화폐와 암각 부조

바흐람 2세는 동전에 귀걸이를 착용한 모습으로 묘사된 최초의 샤였다.^[1] 그는 신성한 새인 베레트라그나의 날개를 상징하는 날개 달린 왕관을 쓴 첫 번째 샤이기도 했다. 그의 동전에는 "마즈다를 숭배하는, 신성한 바흐람, 이란(인)과 비이란(인)의 왕 중 왕, 그의 형상/광채는 신들로부터 온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바흐람 2세 시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전이 주조되었다. 혼자 있는 모습, 여성 인물과 함께 있는 모습, 높은 티아라(미디아 모자)를 쓴 수염 없는 젊은이와 함께 있는 모습, 여성 인물과 수염 없는 젊은이 모두와 함께 있는 모습 등이 묘사되었다. 여성 인물은 때때로 멧돼지, 그리핀, 말, 독수리 등 다양한 머리 장식을 착용하고 있었다.

동전의 문구에는 인물들의 지위에 대한 정보가 없어 분석하기 어렵다. 수염 없는 젊은이는 보통 왕세자 바흐람 3세로, 여성 인물은 바흐람 2세의 왕비 샤푸르두흐타크로 여겨진다.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바흐람 2세는 자신의 가족을 묘사한 동전을 주조한 최초이자 마지막 샤가 된다. 이란학자 토라즈 다랴에는 "이는 바흐람 2세의 흥미로운 특징으로, 그는 자신의 가족의 초상을 남기는 데 매우 관심이 있었으며, 이는 우연히 우리에게 궁정과 페르시아 왕실 연회(''bazm'')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현대 역사가 자므쉬드 초크시는 여성 인물이 실제로는 여신 아나히타를 묘사하고 있으며, 수염 없는 젊은이는 베레트라그나를 묘사한다고 주장했다. 동전 뒷면에는 두 명의 시종이 양쪽에 있는 전통적인 불의 제단이 묘사되어 있다.

바흐람 2세 시대에는 다양한 암각 부조가 조각되었다. 시라즈에서 북서쪽으로 27km 떨어진 가욤에는 바흐람이 혼자 서 있는 모습이, 카제룬 남쪽의 사르 마슈하드에는 바흐람이 죽은 사자 위에 서서 다른 사자를 칼로 찌르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그의 왕비 샤푸르두크탁이 그의 오른손을 잡고 있고, 카르티르와 또 다른 인물(아마도 왕자)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부셰르에서 북쪽으로 40km 떨어진 누라바드, 파르스 근처의 사라브-에 바흐람에는 바흐람 2세가 카르티르, 이베리아 총독 파팍, 그리고 두 명의 다른 귀족과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7. 유산 및 평가

바흐람 2세 치세 동안 사산 제국의 예술은 번성했으며, 특히 샤와 그의 측근을 묘사한 것에서 두드러졌다. 그는 7세기 사산 여왕 보란을 제외하고 동전에 여성이 묘사된 최초이자 유일한 샤이다. 현대 역사가 매튜 P. 카네파는 바흐람 2세를 비교적 나약한 샤로 평가하며, 그의 결점 때문에 카르티르가 일부 왕실 특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군사적으로 바흐람 2세는 더 성공적이었으며, 후제스탄과 동부 지역의 소요를 종식시키고 로마인들을 메소포타미아에서 몰아냈다. 다리아에와 레자카니에 따르면, 바흐람 2세의 치세는 "사산 행정부에 있어 안정과 증가하는 내성을 보여주는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