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 정책

3. 비판

근대 민주주의 사회 이전에는, 특권 계급이 민중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민 정책이 정당화되기도 했다. 민중의 봉기나 민주 혁명 등을 막기 위해, 인체에 비유하여 특권 계급을 두뇌로, 민중을 육체로 보는 고대 신분 개념에 기초한 권위주의적 가치관 아래에서는 지배층이 지식을 독점하고 민중을 무지한 상태로 두는 것이 용인되었다. 이러한 차별적 가치관은 "신의 대리자를 정점으로 하는 사회적 피라미드 구조"를 유지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을 기본 가치로 하는 근대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우민 정책은 부당한 차별 정책으로 비판받게 되었다. 이에 일부 권위주의자들은 "지성은 반드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만은 아니며, 모르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거나, "과도한 교육에는 비용이 들며 한정된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하여 오히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논리를 내세워 우민 정책을 정당화하려 시도했다. 심지어 사람들의 학습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쾌락주의적 공리주의의 원칙인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이념적으로 사회적 평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실리적으로도 공리주의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 즉 '권력에 의한 다수의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비판에 직면한다. 실제로 우민 정책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전쟁이나 테러 활동, 타국의 경제 파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권력의 남용을 정당화하거나 방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나치 독일 등의 역사적 사례는 우민 정책이 결국 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고 파시즘이나 인종차별주의(레이시즘)와 같은 극단적인 전체주의를 낳는 위험한 정책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는 직접적인 교육 기회 박탈 외에도, 황색 언론을 통한 대중 세뇌나 유흥, 오락 산업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정치·사회 문제로부터 멀어지게 하여 특정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는 방식 등이 우민화의 주요 사례로 연구된다. 이는 표면적으로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지배 권력이 대중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우민화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 역시 그의 저서 『국가』에서 중우정치(衆愚政治)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우민화된 사회는 결국 선동가에 의해 이끌리는 참주 정치로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4. 사례

우민 정책은 역사적으로 특정 계층의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대와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주로 대중에게 스포츠, 오락 등 말초적인 즐거움을 제공하여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빵과 서커스, 3S 정책 등), 교육 기회를 제한하고 특정 정보의 유통을 통제하여 비판적 사고 능력을 저하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분서, 언론 통제, 교육 과정 개입 등). 이러한 정책은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교묘하게 시행되어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래에서는 국내외의 구체적인 우민 정책 사례들을 살펴본다.

4. 1. 국외

• 고대 그리스 지역에서 행해진 올림픽 경기는 대중의 관심을 정치 외적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 로마 제국의 빵과 서커스 정책은 시민들에게 식량과 볼거리(예: 콜로세움에서의 검투사 경기, 올림픽)를 제공하여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중세 유럽에서는 특정 철학(플라톤주의 학파, 스토아 학파, 피타고라스 학파 등) 서적이나 과학 서적을 금지하는 분서(焚書) 정책을 통해 지식의 확산을 통제하려 했다.
• 일본의 에도 막부는 농민 교육을 금지하는 한편, 바둑의 대중화, 유곽 증설, 지역 축제 조장 등을 통해 민중의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
• 1850년대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교육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하여 공교육을 후퇴시키는 정책을 폈다.
• 1860년대 미국에서는 야구와 같은 대중 스포츠를 육성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 1890년대 미국에서는 언론사 사주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와 《뉴욕 저널》 간의 과도한 선정주의 경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선정적인 보도와 전쟁 선동에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옐로우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이라는 용어를 낳았다.^[2]
• 1925년 미국에서 발생한 스콥스 재판은 진화론 교육을 둘러싼 논쟁으로, 특정 지식이나 사상의 전파를 막으려는 시도의 일례로 볼 수 있다.
• 나치 독일은 폴란드 점령 기간 동안 지식인 계층을 의도적으로 살해하고, 교육 내용을 읽고 쓰는 법과 500까지의 숫자 세기 등으로 제한하는 극단적인 우민화 정책을 시행했다.
•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파시스트 정권은 3F 정책(Football, Fátima, Fado)을 통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는 점령 하의 일본에서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 섹스(Sex)를 장려하는 이른바 3S 정책을 실시하여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고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3] 이는 일본 내에서 각종 유흥 및 성매매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인종 차별 정책의 일환으로 흑인에 대한 교육을 의도적으로 제한했다. 이는 흑인 사회의 저항과 국제적인 비판을 초래했으며, 대규모 봉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 1970년대 일본에서는 편차치 제도와 주입식 교육이 강화되었는데, 이는 비판적 사고력보다는 획일적인 지식 암기를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4]
• 폴 포트 정권 하의 민주 캄푸치아에서는 극단적인 농본주의 정책과 함께 지식인과 도시민에 대한 학살이 자행되어, 국가 전체의 지적 기반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 식민지 시대의 라오스에서도 교육 기회 제한 등 우민화 정책이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1]
• 현대 미국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인종 차별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사립학교에 공적 자금을 지원하고 공립학교 예산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 공공도서관 확충 예산안 삭감, 중앙도서관 및 자료센터 이용의 복잡화, 자료 열람 시설의 특정 지역 집중화 등도 정보 접근성을 낮추어 우민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4. 2. 일본

• 에도 막부는 게이안 어촉서 등을 통해 농민에 대한 교육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바둑의 대중화, 유곽 증설, 지역 축제 조장 등을 통해 민중의 관심을 돌리려 했다는 주장이 있다.
•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는 일본 내에서 이른바 3S 정책(Screen, Sports, Sex)을 추진했다. 이는 영화, 스포츠 등 대중 오락과 성 산업을 장려하여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비판을 받는다.^[3]
• 1970년대 일본에서는 편차 제도에 기반한 주입식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이는 교육의 획일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4]

4. 3. 대한민국

• 제5공화국 시기에 실시된 3S 정책. 이는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섹스(Sex)를 이용하여 국민의 관심을 정치 외적인 사안으로 돌리려는 우민화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 2012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교과서 진화론 삭제 사건. 이 사건은 과학 교육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 공공도서관 확충 예산안 삭감, 중앙도서관 및 자료센터 이용 절차의 복잡화, 자료 열람 시설의 특정 지역 집중화 등은 국민의 정보 접근성을 제한하고 지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5. 연구

각 국가의 학제·연구 수준과 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의 비중 등으로 우민화의 정도를 평가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연구 방법으로 보기 어렵다. 설령 학제·연구 수준과 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 비중이 높더라도, 이것이 특정 계층에 한정되거나 교육 기관 간 교육 수준의 평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우민화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황색 언론을 통한 대중 세뇌나 기타 유흥, 오락 등을 통해 대중의 성향이 특정 방향으로 쏠리는 정도를 지표로 삼아 우민 정책이나 우민화 사례를 연구한다. 일부 학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정치 지배자의 대중 억압이 합법적이지 않고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우민 정책이 오히려 상수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참조

_[1] 웹사이트 文教大学教育研究所 http://www.bunkyo.ac[...]
_[2] 서적 Yellow Journalism: Puncturing the myths, defining the legacies Praeger 2001
_[3] 서적 主権在米経済―「郵政米営化」戦記―これからも貢ぎ続ける日本でいいのか？ 光文社
_[4] 간행물 「知の衰退」からいかに脱出するか? 光文社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