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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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악당은 영어 단어 villain에서 유래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사악하거나 해로운 행위를 하는 인물을 의미한다. 문학,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악당은 이야기를 전개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전 문학에서 악당은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되며, 셰익스피어는 샤일록과 같은 동정심을 유발하는 악당을 창조하기도 했다. 민담과 동화에서는 악당이 영웅에게 해를 가하거나, 영웅을 퀘스트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디즈니의 사악한 여왕과 같은 전형적인 악당이 등장하며, 최근에는 입체적인 악당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악당이 등장하여 현실의 악을 반영하거나 새로운 유형의 악당을 창조해왔다. 여성 악당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이나 성적 매력을 무기로 사용하거나, 감성 지능을 활용하여 상대를 조종하는 특징을 보이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악당은 사악한 행동을 하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 인물을 악당으로 묘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시대와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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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원
문학 작품, 특히 권선징악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악당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악당의 존재는 주인공의 선함을 부각시키고,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등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력적인 악당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악당'이라는 용어는 영어 단어 'villain'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앵글로-노르만어와 고대 프랑스어의 'vilain'을 거쳐 후기 라틴어 단어 'villanus'에서 파생된 것이다.[3] 'Villanus'는 원래 별장(villa)의 토지에 묶여 후기 고대 이탈리아나 갈리아의 영지와 같은 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4]
'Vilain'은 나중에 '농노(villein)'를 의미하게 되었으며,[5] 이는 기사 계급보다 낮은 신분의 사람을 가리키며 기사도 정신이나 예의가 부족하다는 뜻을 내포했다. 기사답지 못한 행동이나 배신, 강간과 같은 악행들이 점차 악당이라는 개념에 포함되었고, 'villein'이라는 단어 자체가 욕설처럼 쓰이면서 오늘날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6]
중세 유럽의 지주 귀족들은 'villanus'에서 파생된 중세 영어 단어 'vilain' 또는 'vilein'(마을 사람)을 '교양 없고 버릇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예절과 도덕성을 동일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단어의 의미는 점차 나빠져, 현대의 '악당(villain)'은 단순히 세련되지 못한 시골 사람이 아니라 고의적인 불량배나 범죄자를 뜻하게 되었다.[7]
한편, 중세의 'vilein' 또는 'vilain'은 '사악한', '가치 없는'을 뜻하는 단어 'vile'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13세기 후반부터 'vile'은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부패한, 사악한, 가치 없는, 저급한, 불쾌한, 추한, 굴욕적인, 낮은 신분의' 등 부정적인 의미로 널리 쓰였는데, 이는 앵글로-프랑스어 'ville', 고대 프랑스어 'vil', 그리고 '싸구려, 가치 없는'을 뜻하는 라틴어 'vilis'에서 유래한 것이다.[8]
3. 문학 속 악당
고전 문학에서 악당은 현대 작품과 다르게 묘사될 수 있는데, 이는 도덕적 경계가 모호하거나 특정 시대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36]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악당에게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하여 복잡한 악당상의 기초를 마련했지만, 역사적 인물을 다룰 때는 튜더 왕조의 정치적 선전의 영향을 받아 특정 인물을 부정적으로 그리는 편견을 보이기도 했다.[37]
러시아 옛이야기 연구가 블라디미르 프로프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 유형을 분석하며 악역의 기능과 역할을 체계화했다.[38] 프로프는 악당이 단순히 주인공과 대립하는 것을 넘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악행을 저지르거나, 주인공을 특정 방향으로 이끄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았다. 그의 분석은 민담이나 옛이야기 속 악당 캐릭터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을 제공하며, 악당의 영향력은 그가 사라진 후에도 다른 인물을 통해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38]
3. 1. 고전 문학
고전 문학 속 악당은 현대나 포스트모던 시대의 악당과 항상 같지는 않다. 도덕성의 경계가 모호성을 드러내기 위해 흐릿하게 그려지거나, 특정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적 사고방식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 문학에서는 영웅과 악당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9][36] 그럼에도 베오울프에 등장하는 그렌델처럼 명백히 악한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악당을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데 뛰어났다. 그는 악당에게도 복잡한 내면이 있음을 보여주며 현대 문학 속 악당상의 길을 열었다. 예를 들어, 샤일록 같은 인물은 관객의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역사적 인물을 다룰 때는 당시 튜더 왕조의 정치적 선전 내용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는 이러한 편견이 반영되어 특정 인물의 평판을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3세를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자신의 가족까지 파멸시키는 추악한 괴물처럼 묘사했다.[10][37] 반면, 오셀로의 이아고나 템페스트의 안토니오처럼 전혀 긍정적인 면모를 부여하지 않은 순수한 악역도 창조했다.
악당은 특히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은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악당이 거리낌 없이 악행을 저지름으로써 주인공의 선함이 더욱 부각되고, 결국 주인공에게 패배함으로써 독자나 관객에게 카타르시스(정화)를 선사한다. 이처럼 악당은 이야기의 기본 구조를 이루고 주역들을 돋보이게 하는 핵심적인 존재이며, 매력적인 악당은 이야기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러시아 옛이야기를 분석한 블라디미르 프로프는 대부분의 이야기에 8가지 주요 등장인물 유형(dramatis personae|드라마티스 페르소나이la)이 있으며, 그중 하나가 악역이라고 주장했다.[38] 이 분석은 러시아 외의 문화권 이야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프로프에 따르면 악역의 주요 행동은 다음과 같다.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캐릭터는 단순히 옛이야기에만 등장하는 비유적 존재가 아니라, 특정 행동을 통해 악역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악역은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거나, 주인공이 찾아 나서야 하는 대상으로 등장하며, 때로는 한 이야기 안에서 두 번 등장하여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38]
민담이나 옛이야기 속 악역은 단순히 주인공과 대립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과 싸우다 도망친 마녀를 주인공이 뒤쫓는 과정에서 마녀는 의도치 않게 주인공을 목적지로 이끄는 '인도자' 역할을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조력자처럼 기능할 수도 있다.[38]
프로프는 악역의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다른 원형(Archetype)을 더 제시했다. 첫 번째는 '거짓 영웅'이다. 이 인물은 자신이 영웅이라고 거짓 주장을 하며 주인공의 성공을 가로막고, 이야기의 해피 엔딩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체가 밝혀져야 하는 존재다.[38] 대표적인 예로,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유리 구두에 발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발 일부를 잘라내는 못된 의붓언니들을 들 수 있다.[39]
악역의 또 다른 역할 유형은 주인공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파견자'이다. 처음에는 선의로 부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의도는 주인공을 위험한 퀘스트로 보내 제거하려는 것일 수 있다.[38]
또한, 악역이 이야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가 사라진 후에도 다른 인물에게 이어질 수 있다. 악역의 유산은 종종 그의 혈통(가족)이나 충성스러운 추종자에게 계승된다. 예를 들어, 주인공에게 죽은 드래곤 악당의 자매가 나타나 오빠의 복수를 위해 주인공을 추격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다.[38]
3. 2. 민담과 동화
러시아의 옛이야기를 분석한 블라디미르 프로프는 대부분의 이야기에 8가지 주요 등장인물(dramatis personae) 유형이 있으며, 그중 하나가 악당이라고 보았다.[11][38] 이러한 분석은 러시아 외의 다른 문화권 이야기에도 널리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프로프에 따르면 악당은 주로 다음과 같은 행동을 통해 이야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11][38]
이러한 행동을 하는 등장인물이 곧 악당이며, 악당은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등장하여 사건을 일으키거나, 나중에 주인공이 찾아야 할 대상으로 등장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다.[11][38]
프로프의 분석에 정확히 부합하는 행동만 하는 캐릭터는 '순수한 악당'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민담이나 동화 속 악당은 다른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과 싸우다 도망치는 마녀는 주인공이 자신을 쫓아오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인공을 특정 장소나 상황으로 이끄는 '안내자'나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11][38]
프로프는 악당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다른 두 가지 원형을 제시했다.
악당의 역할이나 영향력은 다른 인물에게 이어지기도 한다. 악당이 죽거나 사라진 후에도 그 혈통(가족)이나 충실한 추종자가 복수를 위해 주인공을 위협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에게 죽은 용의 자매가 나타나 복수를 다짐하며 새로운 악당 역할을 맡는 경우이다.[11][38]
3. 2. 1. 악당의 전형
동화 장르에서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주인공의 여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서 악당을 활용한다. 다른 문학 형식에 등장하는 악당만큼 입체적이지는 않지만, 이들은 전형 또는 원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형적인 악당은 동화 장르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며, 주인공과 이야기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범주로 분류된다.
악당은 특히 권선징악 요소를 포함하는 이야기에서 필수적인 존재이다. 악당의 악행은 주인공의 선함을 부각시키고, 주인공이나 그 동료에게 패배함으로써 독자에게 카타르시스(정화)를 느끼게 한다. 기본적으로 악당은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매력적인 악당은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인다.
동화 장르에 자주 등장하는 악당의 원형은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
4. 애니메이션 속 악당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악당 캐릭터들의 고향이다. 윈저 맥케이는 1912년작 ''모기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만화 모기가 잠자는 사람을 괴롭히는 모습을 그렸고, 1925년 월트 디즈니는 ''앨리스 코미디'' 시리즈의 악당으로 피트를 창조했다. 피트는 나중에 미키 마우스와 친구들의 주요 적으로 등장하며 디즈니 최초의 대표적인 악당 캐릭터가 되었다. 플라이셔 스튜디오는 ''뽀빠이'' 만화 시리즈에서 브루터스를 악당으로 등장시켰으며, 한나-바베라는 ''톰과 제리''에서 톰을 제리의 적으로 설정했다. 워너 브라더스의 루니 툰 시리즈 역시 엘머 퍼드, 요세미티 샘, 마빈 더 마션, 블랙 자크 쉘락 등 개성 넘치는 악당들을 선보였다.
1937년, 디즈니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제작하며 사악한 여왕을 등장시켰다. 이후 디즈니는 동화 속 악당들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었고, 이들은 디즈니 악당이라는 프랜차이즈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미국의 토요일 아침 만화 시간대에도 딕 대스터들리, 머틀리, 스니들리 위플래시와 같은 악당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시기의 만화 악당들은 종종 깊이 없이 단순하고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인기를 얻으면서, 더욱 중요하고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악당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드벤처 타임'', ''중력 폭포'', ''릭 앤 모티''와 같은 작품들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지만, 특히 성인 시청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으며 복잡한 내면을 가진 악당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악당은 특히 권선징악의 주제를 다룰 때 필수적인 존재다. 악당의 뻔뻔하고 악한 행동은 주인공의 선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며, 결국 주인공이나 그 동료들에게 패배함으로써 관객에게 카타르시스(정화 작용)를 느끼게 한다. 악당은 이야기의 기본적인 구조를 이루고 주역 캐릭터들을 빛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매력적인 악당은 이야기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4. 1. 애니메이션 악당에 대한 논란
애니메이션, 특히 월트 디즈니 영화 등에 등장하는 악당들이 실사 영화의 악당보다 더 직접적으로 고정관념을 구현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악당 캐릭터 디자인이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 동성애 혐오적 고정관념의 과장된 특징을 희화화하여 만들어졌다는 비판이다. 또한, 여성 애니메이션 악당이 여성 혐오적인 사고방식과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묘사된다는 주장도 있다.[13]재커리 도이론은 애니메이션 악당들이 동성애 혐오적 고정관념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그는 여성스러운 남성 악당, 때로는 전문가들이 "계집애 악당"이라고 부르는 인물들을 언급하며, 이들의 행동 방식이 게이 남성과 관련된 고정관념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17] 또 다른 예는 남성적인 여성 악당의 묘사인데, 이는 드래그 퀸이나 터프한 레즈비언을 모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델리아 브라운은 인어 공주의 악당 우르술라에 대해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우르술라는 유명한 드래그 퀸인 디바인을 모델로 하여 짙은 화장, 모히칸 스타일의 머리, 밝은 빨간색 매니큐어 등의 외형을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우르술라의 목표는 여왕이 되고 아리엘과 에릭 왕자의 결합을 방해하는 것인데, 이는 악당 캐릭터를 드래그 퀸과 연결시켜 드래그를 하는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악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18]
5. 영화 속 악당
영화에서 악당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필수적인 존재이다. 악당의 악행은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고, 결국 악당이 패배함으로써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매력적인 악당은 이야기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초창기부터 다양한 악당이 등장했다. 1896년 조르주 멜리에스의 ''악마의 집''은 악마를 적으로 설정한 초기 공포 영화 중 하나이다. 1903년 에디슨의 ''대열차 강도''에서는 열차 강도들이 악당으로 등장했다. 이후 ''레 미제라블''(1909)의 자베르, ''오즈의 마법사''(1910)의 못된 마녀, ''베니스의 상인''(1914)의 샤일록 등 문학 작품 속 악당들이 영화화되었다.
1915년 영화 ''국가의 탄생''은 인종차별적인 시각으로 "북부 카펫배거"가 흑인 폭력을 선동하는 악당으로 묘사했다.[23] 1916년에는 ''해저 2만 리''의 찰스 덴버, ''백설공주''의 브롱고마 여왕 등이 악당으로 등장했다. 1923년 영화 ''십계''에서는 주인공의 형제가 십계명을 어기는 악당으로 그려졌다. 1937년 월트 디즈니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사악한 여왕을, 1939년 ''오즈의 마법사''는 서쪽의 사악한 마녀를 상징적인 악당으로 만들었다. 1940년대에는 ''배트맨'' 연재 영화처럼 슈퍼히어로 영화에 슈퍼빌런(다나 박사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49년 ''삼손과 데릴라''에서는 헤디 라마가 연기한 데릴라와 조지 샌더스가 연기한 가자시티의 왕자가 악당으로 등장했다.
1953년작 ''우주 전쟁''은 원작 소설처럼 침략자 화성인을 악당으로 설정했다. 세실 B. 드밀의 1956년 리메이크작 ''십계''에서는 율 브리너가 연기한 람세스 2세와 에드워드 G. 로빈슨이 연기한 다단이 주요 악당으로 등장했다.
1960년대에는 다양한 유형의 악당이 스크린을 채웠다. ''스파르타쿠스''(1960)는 로마의 실권자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를 악당으로 등장시켰고,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는 노먼 베이츠라는 새로운 유형의 악당 주인공을 선보였다. ''앵무새 죽이기''(1962)는 인종차별주의자 밥 이웰을 악당으로 그렸다. ''나바론 요새''나 ''대탈주'' 같은 영화에서는 나치가 주요 악당으로 등장했다. 1962년 ''007 살인번호''를 시작으로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에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악당들이 등장하여 시리즈의 성공에 기여했다. 어린이 영화에서도 ''101마리 달마시안''의 크루엘라 드 빌이나 1966년작 ''배트맨''의 만화책 슈퍼빌런들처럼 인상적인 악당들이 등장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반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다스 베이더와 황제 팰퍼틴이 대표적인 악당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에는 ''스타 트렉''의 칸, ''가라데 키드'' 시리즈의 존 크리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인공지능 스카이넷,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비프 테넌, 팀 버튼의 ''배트맨''에 등장한 조커, 코미디 영화 ''스페이스볼''의 다크 헬멧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개성 있는 악당들이 등장했다.
1990년대에는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모두에서 다채로운 악당 캐릭터가 나왔다. ''개미''의 맨디블 장군, ''쥬라기 공원''의 데니스 네드리, ''맨 인 블랙''의 외계인 에드가, ''쥬만지''의 사냥꾼 반 펠트, ''이집트 왕자''의 람세스, ''캐스퍼''의 캐리건 크리텐든, ''뮬란''의 샨유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 역시 기존 악당 외에 새로운 악당들을 선보였다.
2000년대에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 (그린 고블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투 페이스), ''해리 포터'' 시리즈 (볼드모트), ''반지의 제왕'' 시리즈 (사루만), 그리고 ''아바타'' (마일스 쿼리치)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 강력한 악당들이 등장하여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2010년대 이후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타노스 등)와 DC 확장 유니버스(조드 장군 등) 같은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수많은 슈퍼빌런들을 등장시키며 악당 캐릭터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속 악당은 단순히 주인공의 적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도덕관이나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고전 문학의 악당과 비교했을 때, 현대나 포스트모던 작품 속 악당은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지거나 복잡한 내면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36] 이러한 입체적인 악당 캐릭터의 원형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에게서 찾을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악당에게 다층적인 성격을 부여하여 현대 문학과 영화 속 악당 묘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다만, 셰익스피어가 리처드 3세와 같은 역사적 인물을 묘사할 때는 당시 튜더 왕조의 정치적 선전의 영향을 받아 부정적으로 그린 측면도 있다.[37]
6. 여성 악당
Sattar Sharmin과 Sanyat Tania는 애니메이션 악당들이 종종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특성을 보이는 여성, 또는 여성적 특성을 보이는 남성이라는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고 주장했다.[14] 여성적 특성을 가진 남성의 경우는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적인 관점에서 비롯될 수 있다.
'악당'이라는 용어는 독자나 관찰자가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특정 이상을 위한 촉매 역할을 하는 등장인물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이다. 하지만 "여악당"이라는 용어는 여성 정체성과 관련된 특정 특징, 예를 들어 남성 악당과 구별되는 고유한 능력이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24]
여악당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로 매혹적인 아름다움, 성적 매력 또는 감성 지능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스토리텔링에서 이러한 여성적 특성을 왜곡하여 사용하는 것은 서큐버스처럼 아름다움을 무기로 삼는 악마적인 모습을 연상시키며, 이는 현대 소설과 신화 속 많은 여악당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다.[24]
그러나 항상 아름다움이 무기인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여악당이 영웅인 주인공의 아름다움과 대조를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못생긴" 외모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는 매력적인 외모를 악과 연관시키는 동시에, 여악당을 여성 영웅에 비해 부정적으로 보이게 하여 캐릭터의 이중성을 드러낸다.[24] ''신데렐라''의 레이디 트레메인과 의붓자매들이 대표적인 예이다.[13]
또한, 이렇게 "불쾌한" 특성으로 묘사되는 여성 악당들은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뿐만 아니라, 악당이 된 동기가 매우 사소한 문제에 뿌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 데브라 브래들리의 디즈니 영화 설문 조사에 따르면, 사악한 여왕이나 레이디 트레메인 같은 여성 악당의 28%는 질투나 허영심 때문에 악행을 저지르는 반면, 남성 악당 중에서는 단 4%만이 같은 이유로 움직인다. 하데스나 후크 선장과 같은 남성 악당들은 주로 부와 권력이라는 동기를 가지며, 이는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가부장제에 대한 집착을 반영한다.[14]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머니나 할머니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닐 게이먼의 ''코렐라인''은 '다른 어머니'라는 존재를 통해 이를 보여준다. ''코렐라인''에서 다른 어머니는 처음에는 코렐라인을 새로운 삶으로 환영하고 어려움을 돕는 이상적인 부모처럼 보이지만,[15] 이러한 미화는 역설적으로 코렐라인의 진짜 어머니를 부주의한 존재로 보이게 하여 악당처럼 느끼게 만든다. 디즈니 영화 역시 악당으로서의 어머니라는 고정관념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16]
한편, 남성 악당 중에서도 전형적으로 여성적인 여러 특성을 가진 경우가 있다. 자파(''알라딘'')나 하데스(''헤라클레스'') 같은 캐릭터는 음영 처리된 눈꺼풀과 강조된 얼굴 특징 등 일반적으로 여성성과 관련된 외형적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13]
7. 동정심을 유발하는 악당
'''동정심을 유발하는 악당''' 또는 '''반 악당'''은 악당의 일반적인 특성을 가지면서도, 그 동기에서 차이를 보이는 인물 유형이다. 이들은 혼란을 일으키거나 악한 행동을 하려는 의도가 명확하지 않거나, 다른 복잡한 이유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때로는 공리주의적인 관점에서 더 큰 선을 추구하거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욕망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본질적으로 악한 경우가 많다.
반 악당은 반 영웅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반 영웅은 대체로 선한 편에서 싸우지만 동기가 의심스럽거나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는 반면, 반 악당은 악당처럼 행동하지만 관객이나 다른 등장인물이 공감할 수 있는 고귀한 명분을 위해 움직이기도 한다. 이들은 반 영웅보다 더 고귀하거나 영웅적인 면모를 보일 수도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착취적이거나, 부도덕하거나, 부당하거나, 단순히 악하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유형의 인물은 종종 그들을 더 인간적으로 만들고, 단순한 악역이 아닌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하여 독자나 시청자가 그들의 동기, 즉 '어떻게'와 '왜'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이 유형의 악당은 흔히 "반 악당"이라고 불린다.
미국의 작가 브래드 워너는 "사악하고 나쁜 모든 것의 이름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꿈을 꾸며 손을 비비며 기뻐하는 것은 만화 속 악당뿐"이라고 주장했다.[27] 또 다른 미국 작가 벤 보바는 작가들에게 작품에 악당을 포함하지 말 것을 권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작가들을 위한 팁''에서 "현실 세계에는 악당이 없다. 실제로 악을 행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설은 삶을 반영한다. 또는 더 정확하게는, 소설은 삶에서 아는 것을 집중하여 우리에게 더 선명하고 명확한 이해를 제공하는 렌즈 역할을 한다. 자신의 사악한 행위를 생각하며 손을 비비는 악당은 없다. 단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28]
이에 덧붙여 미국 작가 데이비드 루바는 악당 역시 "탐욕, 신경증, 또는 자신의 대의가 정당하다는 확신에 의해 움직일 수 있지만, 그를 움직이는 것은 영웅을 움직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29]
악당은 특히 권선징악과 같은 요소가 포함된 이야기에서 필수적인 존재이다. 악당이 뻔뻔하게 행동할수록 주인공의 존재감이 더욱 뚜렷해지며, 주인공이나 그의 동료에게 패배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카타르시스(정화)를 선사한다. 기본적으로 악당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고 주역들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매력적인 악당은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8. 역사적 인물과 현실 속 '악당'
역사 속 인물을 '악당'으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영웅'과 '악당'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은 복잡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고전 문학에서의 악당은 현대나 포스트모던 작품의 악당과 항상 같지는 않다. 도덕성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지거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사고방식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전 문학에서는 영웅과 악당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9][36] 물론 베오울프에 등장하는 그렌델처럼 명백한 악인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전형적인 악당 캐릭터에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하며 현대 문학 속 복잡한 악당상의 길을 열었다. 예를 들어, 그는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을 동정심을 유발하는 인물로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역사적 인물을 다룰 때는 당시 튜더 왕조의 선전물에 영향을 받아 편견을 드러내고 인물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3세를 원한에 사로잡혀 가족을 파멸시키는 추악한 곱추 폭군으로 묘사했는데, 이는 튜더 왕조의 정치적 선전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10][37] 반면, 오셀로의 이아고나 템페스트의 안토니오처럼 전혀 긍정적인 면모를 부여하지 않은 순수한 악당을 창조하기도 했다.
역사를 평가할 때 과거 인물들의 행동을 현대의 윤리적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학자나 역사가들조차 때로는 '영웅'과 '악당'이라는 이분법적인 틀에 갇혀 역사를 흑백논리로 재단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단순화된 구분은 수많은 영화, 소설 등 허구적 또는 비허구적 서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역사적 실체와는 거리가 멀 수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서로 다른 역사와 정치적 전통을 가진 문화들이 공존하고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에드먼드 버크와 같은 정치 이론가들은 이러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특정 역사적 인물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평가가 각국의 정치 문화와 결합하여 국가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특정 인물이 한 시대나 집단에 의해 악당으로 평가받는 현상은 그 시대의 가치관과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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