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의 역사

2. 삼국 시대 (372~676)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전진의 왕 부견이 사신과 승려 순도를 보내어 불상과 불경을 전하면서 불교가 한국에 공식적으로 전래되었다.^[1] 그러나 공식 기록 이전에도 불교가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양나라 승려 혜교가 저술한 《양고승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불교는 인도에서 직접 전래되지 않고 중국을 거쳐 전래되었으며,^[1] 발생 시기([기원전 6세기]])와 전래 시기([4세기]])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커 고타마 붓다 당시의 원시 불교와는 차이가 있었다.

전래 초기 불교는 무속신앙이나 도교 등 한국의 민간신앙과 큰 마찰 없이 융합되었으나, 신라에서는 이차돈의 순교에서 볼 수 있듯 고구려와 백제에 비해 융합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구려의 불교 전래는 소수림왕(재위 371~384) 2년인 372년에, 전진(315~394)의 왕 부견(재위 357~385)이 사신과 함께 순도를 보내 불상과 불경을 전한 것이 그 시초이며 2년 후인 374년에 아도가 들어와 성문사(혹은 초문사)와 이불란사를 세운 것이 한국 사찰의 시작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교를 통한 공식 전입으로, 실상 민간에 먼저 불교가 들어왔을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는 고국양왕 8년(391)에 "불법을 믿고 받들어 복을 구하라"는 교지를 내렸고, 다음 해인 광개토왕 2년(392)에는 평양에 9사(寺)를 세웠다. 이 밖에도 구법(求法)과 전교(傳敎)의 고승들이 나라 밖에까지 나가 많은 활동을 하였다.

고구려의 불교는 학술 외교불교라고 할 수 있다. 고구려의 학승들은 중국에 가서 경전을 배우고 연구함을 구법(求法)의 최상목표로 하였으며, 중국의 승려를 지도할 수 있는 고승도 있었다. 그 대표로 장수왕(재위 413~491) 때 태어난 승랑(僧朗: fl. 500년 전후)을 들 수 있다. 승랑은 중국에 들어가 삼론학(三論學)을 깊이 연구하여 학문적 체계를 완성함으로써 신삼론(新三論)이라는 새로운 사상을 개척했다.^[2] 승랑의 사상은 승전, 법랑(507~581^[3]), 길장(549~623)으로 이어졌으며, 길장에 의해 새 종파인 삼론종이 성립되었다. 승랑은 중국 사상계를 지도한 최초의 인물로서, 중국에서 일생을 마쳤다.^[4]

고구려 학승들은 중국만이 아니라 일본에도 건너가 불교 학술과 예술면에 큰 공헌을 하였다. 최초의 전교자인 혜편(惠便)을 위시해서, 혜관(惠灌)은 수(隋)의 길장(549~623)에게 삼론의 깊은 뜻을 배우고 돌아와 일본으로 가서 승정(僧正)이 되었고, 삼론종을 널리 펴서 일본 삼론종의 시조가 되었다.^[2] 고구려의 담징이 일본에 건너가 법륭사의 벽화를 그렸다는 사실도 익히 알려진 일이다. 또한 혜량(惠亮)은 551년 신라로 가 승통(僧統)이 되어 신라 불교를 일으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고구려 승려로 일본에서 포교활동을 한 최초의 인물은 혜편(惠便: fl. 584)이었다. 그는 일본 비다츠(敏達) 13년(584) 소가노 우마코(蘇我馬子)의 요청으로 사마달(司馬達)의 딸인 선신(善信)과 그밖에 선장(禪藏) '''·''' 혜선(慧善)의 세 여자를 비구니로 출가시켰으며, 일본 귀족들의 존숭을 받았다. 이것이 일본 불교사상 비구니 출가의 효시가 되었다.^[5]

영양왕 6년(595)에 일본에 건너간 혜자(惠慈)는 일본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성덕태자(聖德太子) 풍총(豊聰)의 스승이 되었으며, 《일본서기(日本書紀)》에서는 같은 해 백제에서 건너온 혜총(惠聰)과 더불어 혜자는 일본 불교의 동량(棟梁)이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혜자는 삼론학(三論學)을 위시하여 《법화경》·《유마경(維摩經)》·《승만경》과 같은 난숙한 발달을 보인 대승경전을 가르쳤는데, 후일 성덕태자가 불교정신을 뒷받침으로 한 정치를 베풀 때 이러한 불교정신이 통치 이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뿐 아니라 일본 문화 발전에도 큰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5]

같은 영양왕 때 일본으로 간 담징은 불교학은 물론 오경에도 능통하였고 채색(彩色), 지묵(紙墨), 공예(工藝)에 능하여 일본 미술사의 선구적 역할을 하였으며, 그가 그린 법륭사(法隆寺) 금당벽화(金堂壁畵)는 불후의 명작으로 전해 온다. 이 밖에 그는 맷돌 제조법도 가르쳐 일본의 문물 개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영류왕 8년(625)에 일본에 건너간 혜관(慧灌)은 일찍이 수(隋)의 길장(吉藏: 549-623) 밑에서 삼론학(三論學)을 배운 다음 일본에 건너갔다. 그는 일본 불교의 승정(僧正)이 되었고 삼론종(三論宗)을 가르쳐 일본 삼론종의 시조가 되었다.^[5]

같은 왕대(王代)의 도등(道登)도 일찍이 당(唐)나라 길장 밑에서 삼론을 배운 다음 일본에 건너가서 삼론을 강술(講述)하였다고 전한다. 그리고 도현(道顯)도 일본에 가 대안사(大安寺)에 머무르면서 교수(敎授)하는 한편 《일본세기(日本世紀)》라는 책자를 몇 권 지었다고 전한다. 또한 기록에 나타난 승려들의 이름 이외에도 망각된 고승들이 많았으리라 짐작되며, 고구려 불교가 일본에 끼친 영향은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선 문화 전반에 걸친 광범한 것이라고 믿어진다.^[5]

백제에는 불교가 고구려보다 12년 늦게 들어왔다. 침류왕 1년(384년)에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바다를 건너 동진(317~420)으로부터 왔는데 왕이 직접 환영하여 맞이하였고 궁중에 머물게 하였으며 예로써 공경하였다. 다음 해 한산에 절을 짓고 승려 10명을 양성했다. 왕이 외국의 승려를 직접 맞이하였고 궁중에 있게 한 것으로 보아 백제에도 그 이전부터 불교가 전해졌던 것으로 여겨진다.^[6]

그 뒤 140년쯤 지나 26대 성왕(재위 523~554) 때에 이르러 불교는 크게 번창했다. 왕은 겸익을 인도에 보내어 계율을 연구하게 했는데, 526년 산스크리트어본의 율장을 가지고 돌아오자 국내의 고승들을 불러 겸익을 도와 번역하게 하고 주석서를 짓게 했으며, 왕이 몸소 서문을 썼다고 한다. 성왕 23년(545)에 장륙 불상을 조성, 모든 중생들이 다 같이 해탈하기를 기원했다. 동 30년(552)에는 불교를 일본에 전파했으며, 이것이 일본에 불교가 전해진 시초이다. 그때 백제는 여러 가지로 일본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불교를 전함으로써 백제의 승려와 예술가와 기능공들이 건너가 일본의 문화를 크게 일으켰다. 백제는 일본 불교의 연원지가 되었다.^[2]

법왕 1년(599)에는 나라 안에 살생을 금하는 영을 내리고 널리 방생을 행하였으며, 고기 잡고 사냥하는 연장을 모두 불태워 버리게 하였다. 이듬해 수도 부여에 왕흥사를 세웠고, 무왕때에 미륵사를 창건하고 거대한 탑을 조성했는데, 백제에는 승려와 사탑이 많았었다는 사실이 중국의 문헌에도 전해지고 있다.

백제의 불교는 계율 중심의 불교, 예술 불교, 외교 불교라고 말할 수 있다.^[2][7]

인도로 유학하였던 겸익(謙益: fl. 526)은 백제 성왕 4년(526년)에 인도 상가나대률사(常伽那大律寺)에 이르러 산스크리트어를 익혀 율부(律部)를 깊이 공부하고, 백제 성왕 9년(531년) 《아비담장(阿毘曇藏)》과 《오부율(五部律)》을 가지고 인도의 승려 배달다 삼장(倍達多三藏)과 함께 귀국했다.^[7][8][9] 귀국 시에 겸익은 성왕의 환대를 받았으며, 그 후 흥륜사(興輪寺)에 있으면서 명승 28명을 소집하여 율부 72권을 번역하였다.^[7] 당시에 중국에는 《오부율(五部律)》 중 음광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파의 율부들은 이미 번역되어 있었다.^[10] 그러나 끝내 음광부의 율부는 중국으로 전해지지 못하였는데 이런 점에서 백제에 《오부율》 전체가 전해지고 인도에서 직접 가져온 산스크리트어 율부의 번역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11] 겸익의 이러한 활동에 의해 계율 중심의 백제 불교의 특징이 이루어졌다.^[7] 중국에서 율종이 성립된 때는 당나라의 도선(道宣: 596-667)이 법장부의 《사분율(四分律)》을 강설하고 저술한 624년인데,^[12] 백제에서 겸익에 의해 율종이 성립된 때(526년경)는 이보다 1세기 앞선 것이다.

백제는 성왕 30년(552)에 처음으로 일본에 불교를 전래시켰으며 많은 승려와 불서를 일본에 보냈다. 특히 위덕왕 24년(577)에는 고승들과 불공(佛工)들을 보냈고, 30년에는 일본왕이 고승 파견을 요청하여 일라(日羅)를 파견하였다. 그 후 무왕 3년(602)에 관륵(灌勒)이 각종 역서(譯書)를 가지고 가서 일본 최초의 승정(僧正)이 되었다. 백제는 일본 불교의 연원지(淵源地)가 되었으며 아울러 탁월한 불교 예술을 진작시켰다.^[2]

• 544년(왕 5년)에 흥륜사가 완공되었고, 3월에 출가하여 비구와 비구니가 되는 것을 국법으로 허락하였다.
• 황룡사'''·'''지원사'''·'''실제사 등 여러 사원들을 계속 새로 세웠으며, 566년(왕 27년)에 낙성된 황룡사는 13년 동안에 걸쳐 조성된 거찰(巨刹)이었다.
• 549년(왕 10년) 봄에 각덕을 위시한 유학승들이 계속 귀국하였고, 이때 불사리와 함께 경전을 들여왔다.
• 550년(왕 11년)에 대서성과 소년서성을 설치하여 불교의 제반 업무를 관장케 하였으며 안장법사를 대서성으로 삼았다. 551년(왕 12년)에는 신라로 귀화한 고구려승 혜량(fl. 551)을 승통으로 임명, 교단을 지도'''·'''육성케 하고 이 승통 밑에 대도유나'''·'''도유나랑 등을 두고 승관제를 정비하였다.
• 551년(왕 12년)에 승통인 혜량(fl. 551)에 의해 인왕백고좌법회와 팔관회가 시작되었다. 인왕백고좌법회는 《인왕호국반야경》의 내용에 따라 국가의 안태를 기원하고 내란과 외환을 소멸시키기를 비는 법회였으며, 팔관회는 본래 하루하나의 계를 닦는 법회였으나 신라에서는 전몰장병을 위한 위령제였다는 점에서 인왕백고좌법회와 함께 국가의 현실적인 의도와 이익에서 베풀어진 법회들이었다.
• 565년(왕 26년)에 진(陳)나라 사신 유사와 승려 명관이 귀국할 때 1700여 권의 경전을 들여왔다.
• 574년(왕 35년)에 황룡사 장륙존상을 주성(鑄成)하였다.
• 576년(왕 37년)에 안홍법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인도의 승려 비마라'''·'''농가타'''·'''불타승가 등이 그를 따라 입국하였고 이때 《능가경》'''·'''《승만경》 등 발전된 대승경전을 왕에게 바쳤다.

2. 1. 불교의 전래

2. 2. 고구려 (372~668)

2. 2. 1. 불교의 고구려 전래

2. 2. 2. 고구려 불교의 특징

2. 2. 3. 고구려 불교의 일본 전래

2. 3. 백제 (384~676)

2. 3. 1. 불교의 백제 전래 및 전개

2. 3. 2. 백제 불교의 특징

2. 3. 3. 백제 불교의 일본 전수

2. 4. 신라 (527~661)

• 544년(왕 5년)에 흥륜사가 완공되었고, 3월에 출가하여 비구와 비구니가 되는 것을 허락하였다.
• 황룡사'''·'''지원사'''·'''실제사 등 여러 사찰들을 계속 건립하였으며, 566년(왕 27년)에 완공된 황룡사는 13년에 걸쳐 조성된 큰 절이었다.
• 549년(왕 10년)에 각덕을 비롯한 유학승들이 계속 귀국하였고, 이때 불사리와 함께 경전을 들여왔다.
• 550년(왕 11년)에 대서성과 소년서성을 설치하여 불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고 안장법사를 대서성으로 임명했다. 551년(왕 12년)에는 신라로 귀화한 고구려 승려 혜량(fl. 551)을 승통으로 임명하여 교단을 지도하고 승관제를 정비하였다.
• 551년(왕 12년)에 승통인 혜량에 의해 인왕백고좌법회와 팔관회가 시작되었다. 인왕백고좌법회는 《인왕호국반야경》에 따라 국가 안녕을 기원하고 재난을 막는 법회였으며, 팔관회는 본래 하루 수행 법회였으나 신라에서는 전몰 장병 위령제였다는 점에서 국가적 이익을 위해 열린 법회였다.
• 565년(왕 26년)에 진(陳)나라 사신 유사와 승려 명관이 귀국할 때 1700여 권의 경전을 가져왔다.
• 574년(왕 35년)에 황룡사 장륙존상을 만들었다.
• 576년(왕 37년)에 안홍법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인도 승려 비마라'''·'''농가타'''·'''불타승가 등이 함께 왔고 《능가경》'''·'''《승만경》 등 발전된 대승경전을 왕에게 바쳤다.

2. 4. 1. 불교의 신라 전래 및 전개

2. 4. 2. 진흥왕과 불교 정책

• 544년(왕 5년)에 흥륜사가 완공되었고, 3월에 출가하여 비구와 비구니가 되는 것을 국법으로 허락하였다.
• 황룡사'''·'''지원사'''·'''실제사 등 여러 사원들을 계속 새로 세웠으며, 566년(왕 27년)에 낙성된 황룡사는 13년 동안에 걸쳐 조성된 거찰(巨刹)이었다.
• 549년(왕 10년) 봄에 각덕을 위시한 유학승들이 계속 귀국하였고, 이때 불사리와 함께 경전을 들여왔다.
• 550년(왕 11년)에 대서성과 소년서성을 설치하여 불교의 제반 업무를 관장케 하였으며 안장법사를 대서성으로 삼았다. 551년(왕 12년)에는 신라로 귀화한 고구려승 혜량(fl. 551)을 승통으로 임명, 교단을 지도'''·'''육성케 하고 이 승통 밑에 대도유나'''·'''도유나랑 등을 두고 승관제를 정비하였다.
• 551년(왕 12년)에 승통인 혜량(fl. 551)에 의해 인왕백고좌법회와 팔관회가 시작되었다. 인왕백고좌법회는 《인왕호국반야경》의 내용에 따라 국가의 안태를 기원하고 내란과 외환을 소멸시키기를 비는 법회였으며, 팔관회는 본래 하루하나의 계를 닦는 법회였으나 신라에서는 전몰장병을 위한 위령제였다는 점에서 인왕백고좌법회와 함께 국가의 현실적인 의도와 이익에서 베풀어진 법회들이었다.
• 565년(왕 26년)에 진(陳)나라 사신 유사와 승려 명관이 귀국할 때 1700여 권의 경전을 들여왔다.
• 574년(왕 35년)에 황룡사 장륙존상을 주성(鑄成)하였다.
• 576년(왕 37년)에 안홍법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인도의 승려 비마라'''·'''농가타'''·'''불타승가 등이 그를 따라 입국하였고 이때 《능가경》'''·'''《승만경》 등 발전된 대승경전을 왕에게 바쳤다.

2. 4. 3. 밀교의 전래

2. 4. 4. 신라 불교의 특징

2. 4. 5. 인도 구법순례승의 활동

3. 남북국 시대의 신라 (661~935)

남북국 시대의 신라 불교를 크게 3분하면 다음과 같다.^[18]

# 전성기(全盛期): 문무왕(재위 661~681)에서 혜공왕(재위 765~780) 때까지

# 침체기(沈滯期): 선덕왕(재위 780~785) 때부터 헌덕왕(재위 809~826) 때까지

# 선법전래기(禪法傳來期): 흥덕왕 원년(826)에서 신라 멸망기(935)까지

남북국 시대 신라 불교의 전성기는 문무왕(재위 661년~681년)에서 혜공왕(재위 765년~780년) 때까지로서 수많은 학승을 배출하여 대승의 종파와 교학이 크게 일어나게 된 학해불교 문화의 극치를 이룬 시기이다.^[18]

신라는 제30대 문무왕 때에 이르러 당나라의 원조를 받아 마침내 삼국통일(676년)의 대업을 성취했다. 겉으로는 당나라를 모방한 듯했지만, 안으로는 평화가 깃들여 태평성대를 구가했고 문화는 눈부시게 뻗어갔으며, 불교도 크게 융성했다. 신라의 승려들은 뒤를 이어 당나라에 들어가 그곳의 불교 교학을 배워 왔다. 그래서 한국 불교사상 유례가 없는 황금시대를 가져오게 되었다.

전성기에는 많은 고승들이 속출하였는데 그 대표적 인물로는 원효, 의상, 원측 등이 있다.^[18]

남북국 시대 신라 불교의 침체기는 선덕왕(재위 780~785) 때부터 헌덕왕(재위 809~826) 때까지로, 불교가 국가사회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 시기이다.^[18]

35대 경덕왕(재위 742~765) 때까지 활발했던 신라불교는 그 후 점점 침체되었다. 이 무렵, 직절 간명한 선(禪)불교가 중국에서 들어왔다. 이 새로운 선풍(禪風)은 중국에서 달마 이래 종풍이 확립되어 독특한 선종으로 성립, 발전된 것이다. 중국의 선종이 6조(六祖) 혜능(638~713)에 이르러 북선과 남선으로 나뉘면서 그 기세가 극성할 무렵 신라 학승들이 선법을 배워 온 것이다. 신수(?~706)의 북선은 흔적만 남을 정도로 미미했지만, 6조 혜능의 남선은 크게 일어나 신라의 선종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남북국 시대 신라 불교의 선법전래기(禪法傳來期)는 흥덕왕 원년(826년)에서 신라 멸망기(935년)까지로서 실천활동으로서의 선불교(禪佛敎), 특히 중국의 달마선(達摩禪)이 전래, 성행하게 된 시기이다.^[18]

한국에 전해진 선법은 6조 혜능의 남선(南禪)의 후손들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 첫 전법자가 도의(道義: d. 825)이다. 그는 선덕왕 5년(784년)에 당나라로 가서 마조(馬祖) 도일(道一)의 고제자 서당(西堂) 지장(智藏)에게서 법을 얻고 현덕왕 23년(831년)에 귀국, 선법을 일으키고자 했으나 신라에서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설(魔說)이라고 거부했다. 그래서 도의는 설악산에 은거, 그 법을 제자 염거(廉居)에게 전하니 염거는 다시 체징(體澄: 804년~880/890년)에게 법을 전했다. 설악산에서 도의(道義)의 법을 배운 체징(體澄)은 837년에 당나라에 건너갔으나 실망하고 840년에 신라로 돌아와서 장흥의 가지산(迦智山)에서 보림사(寶林寺)를 창건하고 도의의 종풍을 떨쳤다.^[19] 이로써 선종 9산의 일파로 가지산문이 최초로 성립되었다.^[19] 이렇게 해서 9산선문(九山禪門)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3. 1. 시기 구분 및 역사

남북국 시대의 신라 불교를 크게 3분하면 다음과 같다.^[18]

# 전성기(全盛期): 문무왕(재위 661~681)에서 혜공왕(재위 765~780) 때까지

# 침체기(沈滯期): 선덕왕(재위 780~785) 때부터 헌덕왕(재위 809~826) 때까지

# 선법전래기(禪法傳來期): 흥덕왕 원년(826)에서 신라 멸망기(935)까지

남북국 시대 신라 불교의 전성기는 문무왕(재위 661년~681년)에서 혜공왕(재위 765년~780년) 때까지로서 수많은 학승을 배출하여 대승의 종파와 교학이 크게 일어나게 된 학해불교 문화의 극치를 이룬 시기이다.^[18]

신라는 제30대 문무왕 때에 이르러 당나라의 원조를 받아 마침내 삼국통일(676년)의 대업을 성취했다. 겉으로는 당나라를 모방한 듯했지만, 안으로는 평화가 깃들여 태평성대를 구가했고 문화는 눈부시게 뻗어갔으며, 불교도 크게 융성했다. 신라의 승려들은 뒤를 이어 당나라에 들어가 그곳의 불교 교학을 배워 왔다. 그래서 한국 불교사상 유례가 없는 황금시대를 가져오게 되었다.

전성기에는 많은 고승들이 속출하였는데 그 대표적 인물로는 원효, 의상, 원측 등이 있다.^[18]

남북국 시대 신라 불교의 침체기는 선덕왕(재위 780~785) 때부터 헌덕왕(재위 809~826) 때까지로, 불교가 국가사회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 시기이다.^[18]

35대 경덕왕(재위 742~765) 때까지 활발했던 신라불교는 그 후 점점 침체되었다. 이 무렵, 직절 간명한 선(禪)불교가 중국에서 들어왔다. 이 새로운 선풍(禪風)은 중국에서 달마 이래 종풍이 확립되어 독특한 선종으로 성립, 발전된 것이다. 중국의 선종이 6조(六祖) 혜능(638~713)에 이르러 북선과 남선으로 나뉘면서 그 기세가 극성할 무렵 신라 학승들이 선법을 배워 온 것이다. 신수(?~706)의 북선은 흔적만 남을 정도로 미미했지만, 6조 혜능의 남선은 크게 일어나 신라의 선종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남북국 시대 신라 불교의 선법전래기(禪法傳來期)는 흥덕왕 원년(826년)에서 신라 멸망기(935년)까지로서 실천활동으로서의 선불교(禪佛敎), 특히 중국의 달마선(達摩禪)이 전래, 성행하게 된 시기이다.^[18]

한국에 전해진 선법은 6조 혜능의 남선(南禪)의 후손들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 첫 전법자가 도의(道義: d. 825)이다. 그는 선덕왕 5년(784년)에 당나라로 가서 마조(馬祖) 도일(道一)의 고제자 서당(西堂) 지장(智藏)에게서 법을 얻고 현덕왕 23년(831년)에 귀국, 선법을 일으키고자 했으나 신라에서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설(魔說)이라고 거부했다. 그래서 도의는 설악산에 은거, 그 법을 제자 염거(廉居)에게 전하니 염거는 다시 체징(體澄: 804년~880/890년)에게 법을 전했다. 설악산에서 도의(道義)의 법을 배운 체징(體澄)은 837년에 당나라에 건너갔으나 실망하고 840년에 신라로 돌아와서 장흥의 가지산(迦智山)에서 보림사(寶林寺)를 창건하고 도의의 종풍을 떨쳤다.^[19] 이로써 선종 9산의 일파로 가지산문이 최초로 성립되었다.^[19] 이렇게 해서 9산선문(九山禪門)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3. 1. 1. 전성기 (661~780)

남북국 시대 신라 불교의 전성기는 문무왕(재위 661년~681년)에서 혜공왕(재위 765년~780년) 때까지로서 수많은 학승을 배출하여 대승의 종파와 교학이 크게 일어나게 된 학해불교 문화의 극치를 이룬 시기이다.^[18]

신라는 제30대 문무왕 때에 이르러 당나라의 원조를 받아 마침내 삼국통일(676년)의 대업을 성취했다. 겉으로는 당나라를 모방한 듯했지만, 안으로는 평화가 깃들여 태평성대를 구가했고 문화는 눈부시게 뻗어갔으며, 불교도 크게 융성했다. 신라의 승려들은 뒤를 이어 당나라에 들어가 그곳의 불교 교학을 배워 왔다. 그래서 한국 불교사상 유례가 없는 황금시대를 가져오게 되었다.

전성기에는 많은 고승들이 속출하였는데 그 대표적 인물로는 원효, 의상, 원측 등이 있다.^[18]

3. 1. 2. 침체기 (780~826)

남북국 시대 신라 불교의 침체기는 선덕왕(재위 780~785) 때부터 헌덕왕(재위 809~826) 때까지로, 불교가 국가사회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 시기이다.^[18]

35대 경덕왕(재위 742~765) 때까지 활발했던 신라불교는 그 후 점점 침체되었다. 이 무렵, 직절 간명한 선(禪)불교가 중국에서 들어왔다. 이 새로운 선풍(禪風)은 중국에서 달마 이래 종풍이 확립되어 독특한 선종으로 성립, 발전된 것이다. 중국의 선종이 6조(六祖) 혜능(638~713)에 이르러 북선과 남선으로 나뉘면서 그 기세가 극성할 무렵 신라 학승들이 선법을 배워 온 것이다. 신수(?~706)의 북선은 흔적만 남을 정도로 미미했지만, 6조 혜능의 남선은 크게 일어나 신라의 선종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3. 1. 3. 선법전래기 (826~935)

남북국 시대 신라 불교의 선법전래기(禪法傳來期)는 흥덕왕 원년(826년)에서 신라 멸망기(935년)까지로서 실천활동으로서의 선불교(禪佛敎), 특히 중국의 달마선(達摩禪)이 전래, 성행하게 된 시기이다.^[18]

한국에 전해진 선법은 6조 혜능의 남선(南禪)의 후손들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 첫 전법자가 도의(道義: d. 825)이다. 그는 선덕왕 5년(784년)에 당나라로 가서 마조(馬祖) 도일(道一)의 고제자 서당(西堂) 지장(智藏)에게서 법을 얻고 현덕왕 23년(831년)에 귀국, 선법을 일으키고자 했으나 신라에서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설(魔說)이라고 거부했다. 그래서 도의는 설악산에 은거, 그 법을 제자 염거(廉居)에게 전하니 염거는 다시 체징(體澄: 804년~880/890년)에게 법을 전했다. 설악산에서 도의(道義)의 법을 배운 체징(體澄)은 837년에 당나라에 건너갔으나 실망하고 840년에 신라로 돌아와서 장흥의 가지산(迦智山)에서 보림사(寶林寺)를 창건하고 도의의 종풍을 떨쳤다.^[19] 이로써 선종 9산의 일파로 가지산문이 최초로 성립되었다.^[19] 이렇게 해서 9산선문(九山禪門)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3. 2. 전성기의 주요 승려

신라 불교의 전성기(661~780)는 또한 한국 불교사에서 유례가 없는 황금기이기도 하다. 이 때의 주요한 승려로는 원효 '''·''' 의상 '''·''' 원측이 있으며, 이들의 사상과 활동은 한국 불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원효는 신라 불교는 물론이요 한국 불교의 가장 위대한 고승으로 평가받고 있다.^[20][21]

원효(元曉: 617~686)는 45세때(문무왕 원년, 661) 의상(義湘)과 함께 당에 가던 도중 참된 법을 체험하고 도중에 돌아와 저술과 교화에 힘쓰다가 신문왕 6년(686)에 입적하였다.^[18] 그의 저술은 240여 권이라는 방대한 규모이며 오늘날 20부 22권의 전집에 수록되어 있다.^[18] 그의 중심사상은 일심사상에 의한 원융회통(圓融會通)으로, 모든 사상을 깊이 연구하여 서로 상통하는 원리를 구현시키고 있다.^[18]

의상(義湘: 625~702)은 문무왕 원년(661)에 당에 유학하여 지엄(至嚴)의 문하에서 학명을 떨치고, 문무왕 11년(671)에 돌아와 부석사(浮石寺)를 건립하여 화엄교학의 중심도량으로 삼았다. 이리하여 3000여 제자가 운집했으며 그 중에 뛰어난 제자 10인을 상문10덕(湘門十德)이라고 했다. 원효는 교화 '''·''' 연구 '''·''' 저술에 힘쓴 반면 의상은 후진교육 '''·''' 교단향상에 크게 이바지하였다.^[18]

원측(圓測: 613~696)은 왕손으로서 15세때 당에 유학하여 고승들에게 유식론(唯識論)을 배우고 산스크리트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했으며, 당 태종에게서 도첩(圖牒)을 받고 유가론(瑜伽論)유식론(唯識論)을 강의했다. 그는 규기(窺基)의 전통적 유식사상보다 앞선 대가였다.^[18]

이 밖에도 성덕왕(재위 702~764) 때의 혜초(惠超), 경덕왕(재위 742~764)때의 대현(大賢) '''·''' 진표(眞表), 고구려 출신의 승려 보덕(普德) '''·''' 혜량(惠亮) 등의 고승들이 있었다.^[18]

3. 2. 1. 원효

원효(元曉: 617~686)는 45세때(문무왕 원년, 661) 의상(義湘)과 함께 당에 가던 도중 참된 법을 체험하고 도중에 돌아와 저술과 교화에 힘쓰다가 신문왕 6년(686)에 입적하였다.^[18] 그의 저술은 240여 권이라는 방대한 규모이며 오늘날 20부 22권의 전집에 수록되어 있다.^[18] 그의 중심사상은 일심사상에 의한 원융회통(圓融會通)으로, 모든 사상을 깊이 연구하여 서로 상통하는 원리를 구현시키고 있다.^[18]

3. 2. 2. 의상

의상(義湘: 625~702)은 문무왕 원년(661)에 당에 유학하여 지엄(至嚴)의 문하에서 학명을 떨치고, 문무왕 11년(671)에 돌아와 부석사(浮石寺)를 건립하여 화엄교학의 중심도량으로 삼았다. 이리하여 3000여 제자가 운집했으며 그 중에 뛰어난 제자 10인을 상문10덕(湘門十德)이라고 했다. 원효는 교화 '''·''' 연구 '''·''' 저술에 힘쓴 반면 의상은 후진교육 '''·''' 교단향상에 크게 이바지하였다.^[18]

3. 2. 3. 원측

원측(圓測: 613~696)은 왕손으로서 15세때 당에 유학하여 고승들에게 유식론(唯識論)을 배우고 산스크리트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했으며, 당 태종에게서 도첩(圖牒)을 받고 유가론(瑜伽論)유식론(唯識論)을 강의했다. 그는 규기(窺基)의 전통적 유식사상보다 앞선 대가였다.^[18]

3. 2. 4. 기타

이 밖에도 성덕왕(재위 702~764) 때의 혜초(惠超), 경덕왕(재위 742~764)때의 대현(大賢) '''·''' 진표(眞表), 고구려 출신의 승려 보덕(普德) '''·''' 혜량(惠亮) 등의 고승들이 있었다.^[18]

3. 3. 승관 제도

승관 제도(僧官制度)는 신라 시대 사원(寺院) 및 교단(敎團)을 통솔하기 위한 승직제도(僧職制度)이다.^[22] 이 제도의 설치 시기 및 직무는 상세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을 통해 국통(國統) 또는 승통(僧統), 대서성(大書省), 소서성(小書省), 대도유나(大都維那), 도유나랑(都維那娘), 주통(州統), 군통(郡統) 등의 직제가 존립했음을 알 수 있다.^[22]

이 밖에 국통 밑에 군승정(軍僧正)이 있었고, 9명의 주통과는 달리 절주통(節州統)이 있었다.^[22]

원성왕 원년(785)에 설치된 정관(政官, 혹은 政法典)의 장(長)은 정법사(政法事)라 불렸으며, 이들 승관(僧官)은 행정사무, 국민 교화 지도, 군사적 기능까지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22] 또한 사천왕사(四天王寺)를 비롯한 7개 사원에는 사찰 운영과 영선(營繕)을 맡는 사성전(寺成典)이 설치되었다.^[22]

3. 4. 신라원과 적산 법화원

남북국 시대 신라와 당(唐)의 교역이 활발했던 산둥반도(山東半島)와 장쑤성(江蘇省) 등 신라인의 왕래가 잦았던 곳에는 신라인 집단 거주지인 신라방(新羅坊)이 설치되었고, 이곳에 세워진 사찰을 신라원(新羅院)이라 불렀다. 신라원은 당나라에 거주하는 신라인들의 신앙생활을 위한 장소였으며,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는 예배처였다.^[23]

흥덕왕(재위 826~836) 때 장보고가 산둥반도 적산촌(赤山村)에 세운 법화원(法華院)은 특히 유명한 신라원이었다. 적산 법화원은 해외 포교원 역할뿐만 아니라 신라와의 연락 기관 역할도 수행하여, 신라 도당승(渡唐僧)은 물론 일본 승려들도 이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일본 천태종 승려 엔닌(圓仁)이 대표적인 예이다.^[23] 적산 법화원은 상당한 재력을 보유했으며, 담표(曇表), 법청(法廳), 양현(諒賢), 성림(聖琳) 등 30여 명의 승려들이 상주했다. 궤범(軌範), 혜각(惠覺), 법행(法行), 충신(忠信) 등의 선사(禪師)들도 있었다. 연중행사로 신라의 예에 따라 8월 15일을 전후하여 3일간 축제를 열었고, 정기적인 강경회(講經會)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불교 행사를 진행했다.^[23]

3. 5. 사원 경제

신라시대 사원 운영을 위한 재원은 신도들의 재물 시납에 의존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사원경제가 형성되었다. 사원의 재산 형태는 토지와 노예가 있었고, 토지는 국가에서 주는 사전과 일반 신도들이 기진하는 장전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그 외에도 사찰은 이식을 도모하여 대곡의 형식으로 재원을 증대시켰고, 한편 사원에서 시주된 토지는 국가에서 면세조처를 받을 수 있어 수많은 전답이 사원에 기진되었다.

이러한 요인들은 사원경제를 비대하게 만들었고 상대적으로 국가의 재원을 고갈시켰다. 또 이식의 증대를 위한 대곡제는 농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어 가난에 허덕이게 하였다. 이러한 폐단은 이미 문무왕 4년(664)에 재화와 전지를 불사에 시주하는 일을 금하는 영까지 내리게 하였으나 전지의 시납은 계속되었다. 효소왕 2년(693)에 백률사에 1만 경의 전지가 시주되었고, 혜공왕 15년(779)에 취선사에 30결, 헌강왕 5년(879)에는 봉암사에 500결의 전지가 시납되었다. 한편 사원측에서 다량의 전답을 매입한 사실도 있어 그 매입문서가 남아 전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이 하여 신라의 불교 사원은 유력한 토지소유자로 군림하게 되었고 사원경제는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하여 군신들로 하여금 수차에 걸친 전답 시주 금지의 상소를 올리게 하였으며, 신라의 불교측으로는 내부적인 부패를 초래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3. 6. 사원 노비

사원 노비(寺院奴婢)는 신라 시대의 사원에 거주하던 비승려(非僧侶)로서, 사승(寺僧)을 도와 사원의 경영 및 제반 업무에 종사하던 신분이다.^[25] 성별에 따라 남자는 사노(寺奴), 여자는 사비(寺婢)라 불리었다.^[25] 이들은 농노제(農奴制) 사회에 있어서의 노비와는 다른 성격을 지녔는데, 왕족궁척, 귀족, 죄인 등 세 종류로 구성되었다.^[25]

• 왕족궁척(王族宮戚): 법흥왕(재위 514~540)이 사문(沙門)이 되어 흥륜사에 들어갈 때 궁척들을 사예(寺隸)로 사찰에 시주하였고, 그 후 한동안 사예는 왕손(王孫)이라 호칭되었다.^[25]
• 귀족: 태종 무열왕(재위 654~661) 때 재상 김량도(金良圖)는 자기의 두 딸 화개(花開), 연보(蓮寶)를 사비(寺婢)가 되게 하는 등 귀족의 자녀가 스스로 불사(佛寺)에 몸을 바쳐 사원 노비가 되기도 하였다.^[25]
• 죄인: 태종 무열왕 때 역신(逆臣) 모척(毛斥)의 가족을 노비로 삼는 등 역적이나 죄인의 일족을 노비로 삼았다.^[25]

4. 고려 시대 (918~1392)

고려 시대(918~1392)에는 불교가 국교로서 융성하였으며, 국가적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크게 발전하였다. 왕실과 귀족들은 불교를 적극적으로 후원하였고, 사찰 건립과 불경 간행 등 불교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고려 초기에는 태조가 훈요십조를 통해 불교를 장려하고 사찰의 난립을 막는 정책을 펼쳤다. 광종은 승과 제도를 실시하여 승려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균여와 같은 고승들을 등용하여 불교 발전에 기여했다. 균여는 화엄종을 중심으로 교종을 통합하려 노력하였고, 보현십원가를 지어 불교 대중화에 힘썼다.

고려 중기에는 의천이 천태종을 창시하여 교종과 선종의 통합을 추구하였다. 의천은 교관겸수(敎觀兼修)를 강조하며, 이론과 실천의 조화를 강조하였다. 지눌은 조계종을 중심으로 선종을 혁신하고, 수선사를 중심으로 정혜쌍수(定慧雙修)와 돈오점수(頓悟漸修)를 강조하며 수행 전통을 확립했다.

고려 말기에는 불교가 권문세족과 결탁하여 폐단이 심해지기도 했다. 사찰은 대규모 토지를 소유하고 고리대금업을 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돈과 같은 승려들이 개혁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 문화가 융성하여 팔만대장경과 같은 뛰어난 문화유산이 만들어졌다. 팔만대장경은 몽골의 침입을 부처의 힘으로 막고자 하는 염원에서 만들어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완벽한 대장경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려 불화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유명하며,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달은 불경의 보급과 불교 지식의 확산에 기여했다.

4. 1. 고려 전기·중기 (918~1101)

4. 1. 1. 고려 전기·중기 불교의 개요

고려 태조(재위 918~943)는 신라 말기에 출현한 도선(道詵: 826~898)의 도참설에 영향을 받았으며 도선의 사후에도 그를 숭배했다. 태조는 불교 신앙에 의해 민심을 수습하고 국운의 가호를 얻으려고 했다. 그래서 불교 외호(外護)에 힘쓰고 절을 짓고 법회를 열었다. 송도(松都)에 호국도량(護國道場)으로 10개의 절을 짓고 서경(西京)에 9층석탑을 세우며, 몸소 불교를 널리 펼 것을 발원하는 글을 썼다. 특히 계계승승 왕가에서 불교를 믿도록 하기 위해 〈훈요10조(訓要十條)〉를 만들고, 팔관회(八關會)와 함께 연등회(燃燈會)를 열 것을 당부했다. 불교의 의식과 법회에 의해서 나라를 보호하려는 태조의 염원은 고려불교의 성격과 방향을 개국 초부터 굳혀버린 것이다. 고려조 전체를 통하여 이와 같이 고정화되어 버린 속신적(俗信的) 기복(祈福)의 저속성은 국민사상을 구제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시대정신을 선도할 역량을 교단에서도 잃어버렸다.

태조는 불교를 외호하는 데 있어서 종파에 차별을 두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무인적인 성격에서 자연 선종을 좋아하여 선승(禪僧)에게 귀의하였고, 왕사(王師)와 국사(國師) 제도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958년 관리등용을 위해 과거제도를 쓴 데에 견주어, 승려의 위계질서를 가리려고 승과(僧科)를 설치했다. 이것은 승려를 존경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 그들을 통제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신라 말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9산선문은 고려에 와서 이엄(利嚴: 866~932)의 수미산파의 성립으로 마침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선법의 영향으로 여러 종파의 교학이 빛을 잃은 듯했으나 화엄교학만은 그 세력을 잃지 않았다. 남북국 시대에 의상(義湘: 625~702)이 화엄을 널리 펼친 이래 끊임없이 연구되어 고려에 계승된 것이다. 화엄교학은 고려조 전체를 통해 선종이나 교종을 막론하고 널리 연구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대승보살의 실천적 행동을 강조한 사상이었기 때문이다. 균여(均如: 923~973)의 《보현십원가》도 이 화엄교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섬네일|250px|대각국사 의천]]

|섬네일|250px|경천사 십층석탑: 고려 충목왕 4년 (1348), 대한민국 국보 제 86호]]

고려시대에는 왕자들의 출가가 많았는데, 의천(義天: 1055~1101, 대각국사(大覺國師))은 문종의 제4왕자로 11세에 출가하여, 영통사의 왕사 난원(爛圓)에게서 화엄을 배웠다. 그는 송(宋)에도 유학하였으며, 그때 천태학(天台學)을 전수받고 귀국 후에는 천태교관(敎觀)을 널리 강설했다. 그는 또 교장도감을 설치, 국내외의 논저(論著)를 널리 수집하여 《속장경(續藏經)》을 출판했다. 대각국사가 국청사에서 천태교학을 강의한 뒤부터 천태종이 성립(1097)되었다.

4. 1. 2. 고려 태조와 불교

왕건(877~943)은 고려의 태조(재위 918~943)가 되어 왕위에 오르자 고려국의 건설은 불법(佛法)의 가호(加護)에 의한 것이라고 믿어 불교에 귀의하게 되었다. 따라서 국운의 번영을 위해 많은 사탑(寺塔)을 세우고 불사를 크게 일으키며 불교 옹호에 힘썼다.^[41]

태조는 즉위 원년(918)에 팔관회를 베풀었고, 이것을 연례행사로 삼았다. 동 2년에는 송악(개성)에 천도하고 성내에 법왕사, 자운사, 내제석원 등의 10대사(十大寺)를 세웠으며, 많은 사탑을 새로 개수하였다. 고승을 맞아들여 사사(師事)하였고, 또 자기의 옛집을 광명사라는 절로 만들었으며, 사문 홍경이 당에서 대장경 1부를 싣고 예성강에 이르렀을 때 왕은 친히 이를 맞이하여 제석원에 안치하였다. 그 후 태조 23년(940)에 개태사를 세우고 낙성화엄법회(落成華嚴法會)에 왕이 소문(疏文)을 짓기도 했다. 또한 무차대회를 연례행사로 베풀었고, 그의 제5대 왕자 증통국사는 출가까지 시켰다. 그 외에도 왕은 경유와 충담을 왕사로 삼고 현휘를 국사로 삼았으며, 신라가 9층탑을 세워 3국을 통일한 고사를 본떠서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고자 개성에 7층탑, 평양에 9층탑을 세웠다. 개국사를 지을 때는 병사들을 동원하였으며 병기를 건축자재에 충당하였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신심(信心)을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그는 500곳의 사원을 세웠으며 불상과 탑을 모두 합하면 3,500여개나 된다고 한다.^[41]

4. 2. 고려 중기·후기 (1101~1392)

4. 2. 1. 고려 중기·후기 불교의 개요

고려는 초기부터 선(禪)이 성하였으나 천태교학이 들어온 뒤부터 중기에는 재래의 선종(6조 혜능의 영향을 받은 조계종)은 심히 부진하게 되었다. 이때 고승 지눌(知訥: 1158~1210)이 나와 조계선종의 중흥을 이루었다. 많은 선승이 끊이지 않고 배출되어 고려불교의 후기는 선종 일색이 되었는데, 지눌은 9산선문의 교리를 종합하여 한국 불교의 정통인 조계종을 확립하기에 이르렀다.

고려시대에 특기할 것은 역시 《고려대장경》의 판각이다. 태조(재위 918~943) 때부터 강조된 국가를 위한 신불(信佛) 사상은 《고려대장경》이란 거대하고 찬연한 민족문화 사업을 이루어 놓았다. 이 《고려대장경》은 양과 질에 있어서 세계 모든 대장경의 표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문화유산을 남긴 불교이지만 고려말에 이르러서는 국권의 쇠퇴와 함께 불교도 함께 기울어졌다. 그런 중에도 인도에서 온 지공(指空: ?~1363)과 태고(太古: 1301~1382) '''·''' 백운(白雲: 1299~1375) '''·''' 나옹(懶翁: 1320~1376) 등 4선승은 고려말을 장식한 찬란한 별들이었다.

4. 2. 2. 사원경제

사원경제의 구성요소는 인적자원으로서의 각종 노비(奴婢)의 증대 및 그들 노비에 의한 다양한 노역(勞役)과 물적자원으로서의 왕실귀족 등에 의한 사여전(賜與田) '''·''' 시납전(施納田), 양민(良民)에 의한 투탁전(投託田), 기타 점탈(占奪)에 의한 전지(田地)의 증대 등이 기초가 되었다. 이러한 재원을 토대로 사원 내의 승려들은 각종 수공업과 상업을 진흥시켜 사재(寺財)의 충실을 기하였다.^[26]

사원의 특권적 지위는 사령내(寺領內)의 전토(田土)에 대한 면세권(免稅權) 행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귀족 및 양민들은 자기 소유의 토지를 사원 명의로 하여 과세를 면하려 하였으며, 또 정부의 주구(誅求)를 피하기 위하여 전지를 투탁(投託)함으로써 사원의 소작인이 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원은 곡물과 주류를 양조하고 또는 염전을 경영하여 그것을 판매함으로써 사재를 확충시켰다.^[26]

이와 같은 경향은 한편으로 승려의 사생활을 호화롭게 할 뿐만 아니라 극단의 사치생활을 영위하게 하였으며, 본래의 사명을 망각한 승려들의 수가 늘어나자, 세인의 반감과 원성이 높아지고 유신(儒臣)들의 배불론(排佛論)이 대두하기에까지 이르러 국가 발전에 장해를 주기도 하였다.^[26]

4. 2. 3. 교단의 문란

지나치게 번잡한 불교행사는 고려(918년~1392년) 사회에 많은 폐단을 가져왔다. 사탑(寺塔)의 남설(濫設)과 행사(行事)의 번다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은 극도로 궁핍하였으며, 또한 병역(兵役)의 의무를 피하여 출가를 가탁(假託)하는 자가 많아 승려의 질이 저하되었다.^[27]

고종(재위 1213년~1259년) 때에 와서는 권신(權臣) 최우(1166년~1249년)의 서자 승(僧) 만종 '''·''' 만전이 악승(惡僧)을 모아 재화를 늘리는 일로 업(業)을 삼아 금은곡백(穀帛)을 쌓았으며, 그 문도(門徒)들은 각 사원에 분산되어 심한 횡포를 부렸다. 충렬왕(재위 1274년~1308년) 때는 원조(元朝)의 위압(威壓)이 컸으며 토번승(吐蕃僧: 서장승/བོད་པ།^bo)들이 인심을 무혹(誣惑)하였고, 또 라마의 미신은 신앙계를 흐려 놓았다. 특히 요술(妖術)로 사녀(士女)들을 유혹하고 사설(邪說)로 인심(人心)을 어지럽히는 사례가 많았다.^[27]

4. 2. 4. 배불론의 대두

고려 후기 유생들 사이에서는 불교의 지나친 부패와 타락에 대한 비판으로 배불론(排佛論)이 대두되었다. 성종 때 최승로(崔承老: 927~989)는 상서를 올려 불교의 폐단과 부패를 지탄하고 시정을 촉구했다.^[28] 문종은 조칙을 내려 계율을 어기고 영리와 음주, 노래와 춤으로 법도를 어기는 승려들의 기강을 바로잡으라고 하였다.^[28]

공민왕 때 국자감 생원이었던 이색(李穡: 1328~1396)과 이조판서 강회백(姜淮伯)은 조불조탑(造佛造塔)으로 국가 재정이 탕진되는 폐단을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28] 창왕 때 조인옥(趙仁沃: ?~1396), 공양왕 때 김자수(金子粹) '''·''' 김초(金貂) '''·''' 정도전(鄭道傳: 1342~1398) '''·''' 박초(朴礎) 등은 상소를 통해 불교의 폐해를 강하게 비판하였다.^[28] 특히 정도전은 조선 건국 이후 강력한 숭유억불 정책을 추진하여, 불교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는 고려 왕조를 지탱하던 사상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성리학적 질서를 확립하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4. 3. 고려시대 불교의 종파

4. 3. 1. 고려 불교의 종파

신라 시대에 5교종(五敎宗)과 9산선문(九山禪門)이 형성되었지만, 중국처럼 뚜렷한 종지를 갖춘 종파는 고려 시대에 들어서야 나타났다.^[29]

대각국사묘지명(大覺國師墓誌銘)은 불교 종파 기록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자료이다. 숙종 6년(1101)에 쓰인 개성 흥왕사(興王寺) 대각화상 묘지에는 계율종(戒律宗)·법상종(法相宗)·열반종(涅槃宗)·법성종(法性宗)·원융종(圓融宗)·선적종(禪寂宗) 등 6종(宗)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선적종은 선종(禪宗)이라고도 불렸다.

선종은 신라 후기에 20여 개 선파(禪派)가 생겨났다가 나말여초(羅末麗初)에 9산(九山)으로 정리되었다. 9산(九山)은 가지산 도의(道義), 실상산 홍척(洪陟), 사굴산 범일(梵日), 사자산 철갑선사, 희양산 진감(眞鑑), 봉림산 현욱(玄昱), 수미산 이엄(利嚴) 등을 말한다. 이로써 6종(六宗) 혹은 5교9산(五敎九山)으로 불렸다.

대각국사 이후 5교9산은 5교양종(五敎兩宗)으로 바뀌었다. 5교양종은 원종 때(1206년)부터 조선 태종(1418년) 때까지의 각 종파를 총칭한 것으로, 사실상 7종이 성립된 것이다. 대각국사가 송(宋)나라에서 돌아온 후 중국 교종(敎宗)의 한 종파였던 천태종(天台宗)이 한국에서는 선종(禪宗)에 가까운 불교로 성립되었다. 5교(五敎)도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 계율종(戒律宗) → 남산종(南山宗)
• 법상종(法相宗) → 자은종(慈恩宗)
• 원융종(圓融宗) → 화엄종(華嚴宗)
• 법성종(法性宗) → 중도종(中道宗)
• 열반종(涅槃宗) → 시흥종(始興宗)

6종 시대에는 5교 9산으로 통칭했으나, 7종 시대에는 5교양종(五敎兩宗)으로 불렀다. 5교양종은 5교종과 양선종(兩禪宗)을 뜻하며, 양선종은 조계종과 천태종을 가리킨다. 천태종은 중국에서 창종된 교종의 하나였으나, 고려에서는 선종의 하나로 취급되었다.^[29]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년~1101년)은 교종(敎宗)과 선종(禪宗)을 융합하되 교종의 입장을 유지했고, 보조국사 지눌(知訥: 1158년~1210년)은 선(禪)의 입장에서 선(禪)·교(敎)의 일치를 주장하여 이 두 사상이 양종(兩宗)의 대조적인 선풍을 이루게 되었다.

고려 불교에서 주목할 만한 사상가는 보조국사 지눌로, 한국의 독자적 선(禪) 사상을 개발하여 조계종을 중흥하고 새로운 면모를 세웠다. 이후 혜심(慧諶)·진각(眞覺) 등 16국사(國師)가 뒤를 이었다.

고려 말에는 태고(太古) 보우(普愚: 1301년~1382년)가 9산선종(九山禪宗)을 통합하였고, 이후 선계의 모든 스님들은 태고(太古)에 맥을 댔다.

4. 3. 2. 의천과 천태종의 성립

신라에도 현광(玄光)이나 연광(緣光) 같은 천태교학에 밝은 학승(學僧)은 있었으나 천태종이 성립된 것은 대각국사가 국청사에서 천태교학을 강의한 뒤부터이다(1097년). 숙종 4년(1099년)의 식년(式年)에는 제1회 천태종의 승선(僧選)을 행하였다. 이로부터 천태종은 공인(公認)된 한 종이 되었다.

국청사를 천태종의 근본도량(根本道場)으로 하고 천태학을 강의하여 많은 승려들이 모여들었는데, 그 중에는 구산선문이나 화엄종의 승려도 많았다. 이리하여 근본도량인 국청사 외에도 전국에 6대본산(六大本山)을 두어 종풍(宗風)을 크게 떨쳤다.

당시 불교는 선(禪)과 교(敎)가 서로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폐단을 갖고 있었는데, 이러한 폐단을 타파하고 전(全)불교가 대동단결하는 종합적이고 이론적인 체계를 수립하여 교관겸수(敎觀兼修)의 통일적 사상을 전개한 것이 천태종이었다.

4. 3. 3. 지눌과 조계종지의 성립

조계종이란 말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조계종지가 성립된 것은 지눌(1158년~1210년)에서부터였다. 지눌은 일찍이 《육조단경》과 이통현의 《화엄론》에서 체용이 곧 정혜라는 것과 화엄원돈지와 선지가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고 《대혜어록》에서 힘을 얻은 바가 있었다.

이와 같이 그는 화엄 '''·''' 천태 '''·''' 선학 등을 정혜겸수로써 포괄하고, 그 위에 돈오점수를 제창하였다. 당시 9산선문은 모두 이 종지의 영향을 받아 한국 선종사에 획기적인 비약을 가져왔다.

지눌은 또 선의 입장에서 염불문을 흡수하여 자심미타의 도리를 밝혔다. 선과 교가 저마다의 주장에 치우친 편견을 시정하여 선교일치 사상을 주장하고, 정혜겸수를 제창하여 조계산 수선사를 창설하고 종풍을 수립했다.

4. 3. 4. 보우와 구산선문의 통합

고려 말, 승려들의 타락과 사원 규범의 붕괴로 승단(僧團)은 부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신(儒臣)들은 배불(排佛) 정책을 펼쳤다.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이 조계종을 통해 불교의 내면적 통일을 이루었으나, 9산의 문파들은 각자의 산문(山門)을 내세우며 서로 우열을 다투었다. 태고 보우(1301~1382)는 9산선문(九山禪門)의 이러한 병폐를 걱정하여, 조계종이라는 이름으로 9산을 통합하고자 공민왕(재위 1351~1374)에게 건의하였다. 공민왕은 광명사(廣明寺)에 원융부(圓融府)를 설치하고 9산 통합을 허락하였다. 이로써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 한국 특유의 종지가 확립되어 내면적인 통일이 이루어졌고, 공민왕 5년 태고 보우에 의해 외면적으로 통일된 조계종이 성립되었다.

4. 4. 대장경 조판

고려 시대에 있어서 《대장경》의 조판은 전후 두 번에 걸쳐 있었다. 처음은 현종(顯宗: 재위 1009~1031) 때이고, 다음은 고종(高宗: 재위 1213~1259) 때이다. 이것을 《초조장경(初雕藏經)》·《재조장경(再雕藏經)》이라 한다.

== 초조대장경 ==

현종(재위 1009년~1031년) 2년(1010년)에 거란의 성종이 쳐들어와 의주, 선천을 빼앗고 평양을 포위하였다. 이때 법언 등 승려들도 적병을 물리치고자 싸웠으나 적군은 수도까지 함락시켰다. 이에 왕은 나주로 피란하면서 국난을 극복하고 외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대장경》 판목 조조에 착수하였다. 왕이 《대장경》 조판을 시작한 것은 적을 물리쳐 국난을 극복하고자 불법에 기원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모의 명복까지도 빌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 뒤 적은 물러가고 이어서 덕종(재위 1031년~1034년)과 정종(재위 1035년~1046년)을 거쳐서 문종(재위 1046년~1083년)에 이르기까지 전후 약 40년에 걸쳐 《대장경》 조판을 완성하였다. 이 《대장경》은 1,106부 5,048권으로 《고려 구장경》 또는 《초조장경》이라 한다.

이 대장경판을 팔공산 부인사에 봉안하여 국가를 진호하게 하고 국민의 신앙이 집중되게 하였다. 그러나 고종(재위 1213년~1259년) 19년(1231년)에 몽고병이 쳐들어와서 부인사의 장경판과 황룡사의 9층탑을 태워버렸다.

== 재조대장경 ==

고종(高宗: 재위 1213~1259) 19년(1231)에 몽고병이 침입하여 이듬해 왕은 강화도로 천도(遷都)하고 국난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동 24년(1236)에 대장도감(大藏都監)을 설치하고 《대장경》 재조에 착수하였다. 이것은 앞서 현종(顯宗: 재위 1009~1031)이 《대장경》을 조조(雕造)하여 외적을 퇴치시키고자 한 것처럼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부처의 가호(加護)를 빌기 위한 것으로《재조장경(再雕藏經)》이라고 한다.^[36]

고종은 전국의 학자와 기술자를 동원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강화(江華)에 대장도감 본사(本司)를 두고 진주(晋州)에 분사(分司)를 두어 국력을 기울여 16년간이나 걸려 왕 39년(1251)에 완성을 보았다. 총 81,258판을 양면에 새겼으므로 162,516면이나 된다. 여기에 수록된 경이 1,512부 6,791권이다. 당시 각종 이판(異板)들과 대교(對校)하여 정밀히 교정했기 때문에 각국에서 개판(開板)된 어떤 《대장경》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한역대장경》이며 한국 문화의 지보이다.^[36]

현재 해인사(海印寺)에 봉안되어 있는데 이 판(板)을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이라 하며 속칭 《팔만대장경》이라고도 한다.^[36]

4. 4. 1. 초조대장경

현종(재위 1009년~1031년) 2년(1010년)에 거란의 성종이 쳐들어와 의주, 선천을 빼앗고 평양을 포위하였다. 이때 법언 등 승려들도 적병을 물리치고자 싸웠으나 적군은 수도까지 함락시켰다. 이에 왕은 나주로 피란하면서 국난을 극복하고 외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대장경》 판목 조조에 착수하였다. 왕이 《대장경》 조판을 시작한 것은 적을 물리쳐 국난을 극복하고자 불법에 기원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모의 명복까지도 빌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 뒤 적은 물러가고 이어서 덕종(재위 1031년~1034년)과 정종(재위 1035년~1046년)을 거쳐서 문종(재위 1046년~1083년)에 이르기까지 전후 약 40년에 걸쳐 《대장경》 조판을 완성하였다. 이 《대장경》은 1,106부 5,048권으로 《고려 구장경》 또는 《초조장경》이라 한다.

이 대장경판을 팔공산 부인사에 봉안하여 국가를 진호하게 하고 국민의 신앙이 집중되게 하였다. 그러나 고종(재위 1213년~1259년) 19년(1231년)에 몽고병이 쳐들어와서 부인사의 장경판과 황룡사의 9층탑을 태워버렸다.

4. 4. 2. 재조대장경

고종(高宗: 재위 1213~1259) 19년(1231)에 몽고병이 침입하여 이듬해 왕은 강화도로 천도(遷都)하고 국난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동 24년(1236)에 대장도감(大藏都監)을 설치하고 《대장경》 재조에 착수하였다. 이것은 앞서 현종(顯宗: 재위 1009~1031)이 《대장경》을 조조(雕造)하여 외적을 퇴치시키고자 한 것처럼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부처의 가호(加護)를 빌기 위한 것으로《재조장경(再雕藏經)》이라고 한다.^[36]

고종은 전국의 학자와 기술자를 동원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강화(江華)에 대장도감 본사(本司)를 두고 진주(晋州)에 분사(分司)를 두어 국력을 기울여 16년간이나 걸려 왕 39년(1251)에 완성을 보았다. 총 81,258판을 양면에 새겼으므로 162,516면이나 된다. 여기에 수록된 경이 1,512부 6,791권이다. 당시 각종 이판(異板)들과 대교(對校)하여 정밀히 교정했기 때문에 각국에서 개판(開板)된 어떤 《대장경》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한역대장경》이며 한국 문화의 지보이다.^[36]

현재 해인사(海印寺)에 봉안되어 있는데 이 판(板)을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이라 하며 속칭 《팔만대장경》이라고도 한다.^[36]

4. 5. 승과제도

승과제도(僧科制度)는 승려를 선발하기 위해 국가에서 실시하는 시험 제도로,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었다.^[37] 921년(태조 4년)에 해회(海會)라는 승려 선발 제도가 있었으나, 국가적인 승과는 958년 이후 광종 10년에 과거제도를 실시하면서 일반 관리 등용과 함께 승려도 선발하기 위해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37]

승과에는 각 종파 내에서 실시하는 종선(宗選)과 국가에서 주관하는 대선(大選)이 있었다. 종선에 합격해야 대선에 응시할 수 있었다. 대선은 선종대선(禪宗大選)과 교종대선(敎宗大選)으로 나뉘어 각각 광명사(廣明寺)와 왕륜사(王輪寺)에서 시행되었다.^[37]

대선에 합격하면 대선이라는 초급 법계를 받고, 이후 선종과 교종의 법계에 따라 승진했다. 선종법계는 대선·대덕·대사·중대사·삼중대사·선사·대선사 순이었고, 교종법계는 대선·대덕·대사·중대사·삼중대사·수좌·승통 순이었다. 삼중대사 이상, 즉 선종의 선사·대선사, 교종의 수좌·승통에 이르면 왕사(王師)나 국사(國師)로 추대되었다.^[37]

이러한 승과제도는 조선시대 중엽까지 계속되었다.^[37]

4. 6. 승록사

'''승록사'''(僧錄司)는 불교의 제반 사무를 맡아보기 위해 중앙에 둔 관청이다. 신라시대에도 있었던 듯하나 자세하게 전하는 것이 없다. 고려에 와서는 초기부터 관련 기록이 보이고 있다. 양가(兩街)라든가 좌가승록(左街僧錄) '''·''' 우가승록(右街僧錄) 또는 좌우양가도승록(左右兩街都僧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모두 승록사 또는 그 일부의 직제를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상세한 내용을 전하는 기록이 없으므로 기능과 역할, 구성조직 같은 것을 알기는 힘들다.

표면상의 기록과 명칭에 의하면 승록사에는 좌우 양가(兩街)가 있어서 그 양가에 각각의 승록이 있었다. 승록은 그 가(街)의 승려와 교단의 제반사를 관리하고 모든 불교행사를 주관하였던 것 같다. 양가의 승록 위에 도승록(都僧錄)이 있어 전(全)승록사를 대표하고 양가를 총괄하여 관장하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4. 7. 법회

고려시대의 법회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법회, 법석, 대회, 도장, 재 등으로 불렸다.^[39] 신라에서부터 전해 온 백고좌법회와 팔관회는 호국적인 불교행사였다.^[39] 연등회 역시 신라로부터 전해졌다.

태조는 화엄법회, 무차대회를 창설하였고, 이후 비로자나참회법회, 무차수륙회, 장경도장, 소재도장, 기상영복도장, 금광명경도장, 오백나한도장, 금강경도장, 인왕도장, 우란분재, 금광법석, 오교법석 등 다양한 법회가 열렸다.^[39]

이러한 법회들은 기복, 양재, 진병, 치역, 시식, 기우, 기청 등 다양한 성격과 내용을 지녔다.^[39]

5. 조선 시대 및 대한제국 (1392~1910)

5. 1. 조선 시대 불교의 개요

조선은 고려 후기 사원경제의 폐해 등 불교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억불책을 시행하였다.^[40] 이에 따라 불교의 모든 종단이 위축되었고, 세종 때 5교양종이 선교양종으로 통합되었다.^[40] 세종 7년(1424년)에 조계종, 천태종, 총남종을 선종으로, 화엄종, 자은종, 중신종, 시흥종을 합하여 교종으로 통합하고, 흥천사를 선종도회소로, 흥덕사를 교종도회소로 삼았다.^[40] 성종 때는 도첩제를 폐지하여 승려가 되는 길을 막았다.

조선 불교가 쇠퇴했다는 견해가 있지만, 김용태 교수 등은 다른 견해를 제시하며, 손성필 또한 조선시대를 단순한 불교 쇠퇴기로만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발표하였다. 불국사 재건에 유림이 기여한 사례도 있다.

조선 시대에는 무학 자초, 《현정론》을 제시한 함허 기화 등의 승려들이 있었다. 명종 때 문정왕후의 비호 아래 허응당 보우는 불교 부흥을 시도하였다.^[40] 허응당 보우는 판선종사가 되어 도승법과 승과를 시행했고, 그 결과 서산대사 휴정, 사명대사 유정이 등용되어 선 '''·''' 교 양종판사가 되어 인재를 발굴하고 법맥을 유지하며 발전시켜 왔다.^[40]

조선 시대에는 숭유배불 정책으로 인해 신라나 고려와 같은 왕성한 교학적 성격을 띄지 못했다.

5. 2. 조선 전기 (1392~1506)

5. 2. 1. 조선 전기 불교의 전개

조선 건국을 주도하였던 관학파 신진 사대부들은 고려말 불교의 많은 폐단을 봄에 따라, 도첩제를 시행하는 등 국가적인 억불책을 펼쳤다. 고려말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유생(儒生)들의 배불(排佛)운동은 불교를 사교(邪敎)로 이단시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정도전(鄭道傳)은 《불씨잡변》을 통하여 당시 불교계의 타락상을 비판하였다.

이와 같이 억압책 속에서 불교계에서는 태조의 창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무학(無學: 1327~1405)을 비롯한 고승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교학상 혹은 선리(禪理)상 독창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태조(재위 1392~1398) 자신은 개국공신인 정도전과 조준 등의 진언으로 억불정책을 쓰면서도, 역성(易姓)혁명으로 인한 많은 인명을 살상한 죄업을 두려워하고 개국 초의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전시대의 신앙을 존중하려 하였다. 태조는 즉위 초에 해인사 고탑을 중수하고 《대장경》을 인출하여 탑 속에 안치, 국리민복(國利民福)을 꾀하였다. 태조 6년(1397)에는 왕후 강씨를 위해 흥천사를 세우고, 수륙재를 베풀어 고려 왕씨들의 원혼을 달래기도 했다.

그러나 태종(재위 1400~1418)은 국가의 재정과 국방을 위해, 즉위하자 곧 불교 탄압에 착수, 종파를 병합하고 사원의 수를 줄이고 승려를 강제로 환속시켰으며, 사찰 토지를 몰수하고 왕사와 국사의 제도를 철폐하였다.

세종(재위 1418~1450)도 태종의 억불정책을 계승, 더욱 강행하였다. 이러한 억불책 때문에 세종 1년과 3년에 승려들이 명나라로 가서 국내의 심한 박해를 호소한 일도 있었다. 세종 때에는 여러 종파들을 선(禪) 교(敎)의 양종으로 폐합하고 성 밖의 승려에게 성안 출입을 금하게 하였다.

한편 세조(재위 1455~1468)는 일찍부터 신미(信眉) 학조(學祖) 등의 당시 고승들을 가까이 하였다. 그는 왕위에 오르자 호불정책(護佛政策)을 썼다. 승려들에게는 다시 도성 출입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출가도 제한을 받지 않았으며, 관속들이 함부로 사찰에 침입하는 것을 금했다. 그 중에도 세조의 업적으로는 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 불경의 번역과 간행에 힘쓴 일을 들 수 있다. 《월인석보》 등을 간행하고 《대장경》을 인출했다.

5. 2. 2. 조선 태조와 불교

태조는 창업 이전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었으며 불교 신자였다. 그는 즉위하기 전에 이미 태고 '''·''' 나옹 등의 고승들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특히 무학대사와는 관계가 깊었다. 그리고 그의 창업에 전기를 가져다 준 위화도 회군 때에는 승장 신조의 도움이 컸으며 등극 후에는 곧 무학을 왕사로 삼고 어려운 건국사업을 완성하고자 하였다.^[41]

태조는 즉위 초에 연복사탑을 중창하고 문수회를 베풀었으며, 해인사 고탑을 중수하고 《대장경》을 탑 속에 안치하여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번영을 빌었다. 태조 3년(1394년)에는 천태종의 조구를 국사로 삼고 승려 100명을 내전에서 반사하였다. 6년(1397년)에는 흥천사를 세워 조계선종의 본사가 되게 하였고, 이듬해에는 강화도 선원사에 있던 대장경판을 지천사로 옮겼다. 이 밖에도 건국경찬사업으로 《대장경》 인경과 금은자 사경을 하게 하였다.^[41]

《실록》에 전하는 불교행사만 해도 인경 12회, 소재회 14회, 불사법석 35회, 반승 9회 등을 들 수 있다. 주위 여론이 비구'''·'''비구니를 도태시키고 사원을 혁파해야 한다고 했으나 태조는 개국 초기부터 그렇게 할 수 없다 하여 척불에 휩쓸리지 않았다.^[41] 정도전 '''·''' 조준 등도 척불을 주장했으나 태조의 신불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자호를 송헌거사라 하였고, 왕위를 떠난 뒤에도 염불삼매로 만년을 보냈다.^[41]

5. 2. 3. 배불정책

불교 자체의 부패와 유생들의 척불(斥佛)은 태종(太宗: 재위 1400~1418)이 즉위하면서부터 정치적으로 배불정책(排佛政策)을 단행하게 하였다.^[42]

태종은 배불정책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을 실시하였다.^[42]

:① 종파(宗派)를 병합하고 사원(寺院)수를 줄이며 승려를 환속(還俗)시켰다.

:② 사찰 토지를 국유(國有)로 몰수하고 사원에 딸린 노비(奴婢)를 군정(軍丁)에 충당하였다.

:③ 도첩제(度牒制)를 엄하게 하고 왕사 '''·''' 국사를 폐지하였다.

:④ 능사(陵寺)의 제도(制度)를 금하였다.

태종 2년(1402)에 왕은 서운관(書雲觀)의 상언(上言)에 좇아 경외(京外)의 70사(寺)를 제외한 모든 사원의 토전(土田) '''·''' 조세(租稅)를 군자(軍資)에 영속케 하고 노비를 제사(諸司)에 분속(分屬)시켰다.^[42]

태종 5년(1405) 11월에는 의정부(議政府) 상서에 좇아 개성(開城)과 신경(新京: 지금의 서울)에 각종(各宗)의 사원 1사(寺)씩, 목(牧)과 부(府)에는 선종 사찰 하나와 교종 사찰 하나, 각 군현(郡縣)에는 선종 '''·''' 교종 가운데서 1사(寺)씩만 두고 다른 사원은 모두 없애게 하였으며, 노비의 수도 대폭 줄이고 토지는 국가에서 몰수하였다. 그러나 연경사(衍慶寺) '''·''' 화장사(華藏寺) '''·''' 신광사(神光寺) '''·''' 석왕사(釋王寺) '''·''' 낙산사(洛山寺) '''·''' 성등사(聖燈寺) '''·''' 진관사(津寬寺) '''·''' 상원사(上元寺) '''·''' 견암사(見岩寺) '''·''' 관음굴(觀音窟) '''·''' 회암사(檜巖寺) '''·''' 반야사(般若寺) '''·''' 만의사(萬義寺) '''·''' 감로사(甘露寺) 등만은 노비(奴婢)와 토지를 감(減)하지 않았다.^[42]

이듬해 태종 6년(1406) 3월에는 의정부(議政府)의 계청(啓請)에 좇아 전국에 남겨둘 사찰의 수를 다음과 같이 정하여 이밖의 사원은 모두 폐지하도록 하였다.^[42]

• 조계종(曹溪宗)과 총지종(摠持宗)을 합해서 70사
• 천태소자종(天台疏字宗)과 법사종(法事宗)을 합해서 43사
• 화엄종(華嚴宗)과 도문종(道門宗)을 합해서 43사
• 자은종(慈恩宗) 36사
• 중도종(中道宗)과 신인종(神印宗)을 합해서 30사
• 남산종(南山宗) 10사
• 시흥종(始興宗) 10사

그리고 신 '''·''' 구 양경(兩京)에는 선종 '''·''' 교종의 각 1사(寺)에 200결(結)의 속전(屬田)과 100명의 노비로써 100명의 승려를 상양(常養)하게 하고 그외 경내(京內) 각사는 속전 100결에 노비 50인으로 50명의 승려를 상양케 했으며, 각도 수관지(首官地)에는 선 '''·''' 교 중에서 1사에 100결의 속전과 50명의 노비로써 50명의 승려를, 각 관읍내(官邑內)의 자복사(資福寺)에는 급전(給田) 20결에 노비 10명으로써 승려 10명을, 읍외(邑外)의 각사에는 급전 60결에 노비 30명으로써 승려 20명을 상양케 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가혹한 정부의 처사에 석성민(釋省敏) 등이 수백 명의 승려를 이끌고 신문고(申聞鼓)를 쳐서 복구를 호소하였으나 관철되지 못하였다.^[42]

세종(世宗: 재위 1418~1450) 역시 억불정책(抑佛政策)을 강행하려 하였으나, 세종 원년과 3년에 승려들이 명나라에 가서 명제(明帝) 성조(成祖)에 호소한 사실에 의해서 세종의 배불은 완화되었다. 그러나 세종 6년에는 종단을 폐합하여 선(禪) '''·''' 교(敎) 양종(兩宗)으로 하고 태종에 의하여 전국 242개 사찰로 축소되었던 것을 다시 36개사로 줄였으며, 성외(城外) 승려에게 성내(城內) 출입을 금하였다.^[42]

다음 문종(文宗: 재위 1450~1452)도 역시 승려의 왕성(王城) 출입을 금하고 민간인의 출가(出家)를 막았다.^[42]

성종(成宗: 재위 1469~1494)은 일반이 상(喪)을 당했을 때 불승(佛僧)에게 공재(供齋)하는 풍습을 엄금하고 국왕의 탄신일에 신하가 사원에 가서 설재(設齋)하는 일을 금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도승법(道僧法)의 폐지와 승려의 환속으로 승려의 수가 줄어들었다.^[42]

연산군(燕山君: 재위 1494~1506)은 선종(禪宗)의 본사(本寺)인 흥천사(興天寺)와 교종의 본사인 흥덕사(興德寺) '''·''' 대원각사(大圓覺寺)를 폐하고 관가의 건물로 삼았다. 삼각산 각 사찰의 승려를 쫓아내어 빈 절로 만들고, 성내(城內)의 니사(尼寺)를 헐고 니승(尼僧)은 궁방(宮房)의 비(婢)로 삼았다. 또 승려를 환속시켜 관노(官奴)로 삼거나 취처(娶妻)하게 하였으며, 사사(寺社)의 토지를 모두 관부(官府)에 몰수하였다. 이때 승과(僧科)도 중지되고 양종(兩宗) 본사(本寺)도 없애버렸다.

중종(中宗: 재위 1506~1544)은 승과를 완전히 폐지시키고 경주(慶州)의 동불상(銅佛像)을 부수어 군기(軍器)를 만드는 한편 원각사(圓覺寺)를 헐어 그 목재를 연산군 때 헐린 민가(民家)의 재축(再築) 자재로 나누어 주었다.^[42]

이러한 국가적 배불정책의 결과로 조선 시대 전체를 걸쳐 불교는 겨우 그 명맥만을 유지해 오게 되었다.^[42]

5. 2. 4. 종파의 폐합

태종 6년(1406) 3월 의정부 상계에는 조계종, 총지종, 천태소자종, 천태법사종, 화엄종, 도문종, 자은종, 중도종, 신인종, 남산종, 시흥종 등 11종의 명칭이 나타난다. 그러나 다음 해 의정부 계서에는 조계종, 화엄종, 자은종, 중신종, 총남종, 시흥종의 6종만 보인다. 이는 태종 6년에 총지종과 남산종을 합쳐 총남종으로, 중도종과 신인종을 합쳐 중신종으로, 천태소자종과 법사종을 합쳐 천태종으로 만들어 11종에서 7종으로 통합했기 때문이다.^[43]

세종 6년(1423)에는 예조의 계청에 따라 7종이던 종단을 2종으로 폐합하였다. 조계종, 천태종, 총남종을 선종으로, 화엄종, 자은종, 중신종, 시흥종을 합하여 교종으로 하여 양종을 만들었다. 이로써 양종 각각 18개사, 총 36개사만 남기고 모든 사원을 폐지하였다.^[43]

이러한 불교 종파의 폐합은 사찰 수와 종파를 축소하여 사재(寺財)와 노비를 몰수하고 재정적 이득을 취하려는 정치적 목적과 더불어, 조선 왕조의 숭유억불 정책, 즉 배불(排佛) 의도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불교 탄압 정책은 진보적인 불교 사상의 발전보다는 보수적인 성격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43]

5. 2. 5. 세조의 호불정책

세조는 본래 불교에 대한 믿음이 깊었다. 신미, 수미, 설준, 홍준, 효운, 지해, 해초, 하지, 학열, 학조 등의 고승과 가깝게 지내며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하여 불교를 좋아하고 잘 알았으며, 왕위에 오른 후에는 불교를 보호하고 진흥하는 정책을 펼쳤다.^[44]

세조의 호불정책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44]

# 승려의 권익 옹호

# 사원 중흥 및 삼보 숭봉 등에 의한 불사 진흥

# 불경 번역 및 간행

세조의 호불정책으로 승려들은 도성 출입이 자유로워졌고, 출가에 대한 제한도 받지 않았다. 범죄 혐의를 받은 승려라도 국왕의 허가를 받은 후에 신문하도록 하였고, 관리가 함부로 사찰에 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였다. 또한 도승선시 제도를 정하여 《경국대전》에 명시하여 후대에도 따르도록 하였다.^[44]

세조는 지금의 파고다공원 자리인 흥복사 터에 원각사를 건립하고, 불상, 종, 탑을 세웠다. 그 외에도 해인사, 상원사, 월정사, 복천암과 금강산, 오대산의 유명한 절들을 찾아 공양하고 불사를 일으켰다.^[44]

세조는 불교 경전의 한글 번역과 간행 사업을 장려했다.^[44] 해인사의 《대장경》을 인쇄하고, 《월인석보》를 간행했다. 《월인석보》는 세종의 명으로 세조가 편찬한 《석보상절》을 세종이 보고 부처의 공덕을 찬양한 《월인천강지곡》을 세조 5년(1459)에 합쳐서 간행한 것이다. 세조 6년(1460)에는 불교음악인 영산회상곡을 작곡하고, 세종 때 폐지되었던 도성경행을 부활시켰다. 이듬해 6월에는 간경도감을 설치하여 불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간행했다.^[44]

5. 3. 조선 중기 (1506~1637)

5. 3. 1. 조선 중기 불교의 전개

세조(재위 1455~1468)의 호불(護佛) 이후 성종, 연산군, 중종을 거치며 불교는 다시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13대 명종(재위 1545~1567) 즉위 후 문정왕후 윤씨(1501~1565)가 섭정을 하면서 불교는 잠시 부흥하였다. 문정왕후는 유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폐지되었던 선종과 교종 양종제를 부활시켜 허응 보우(1515~1565)를 선종판사, 수진(守眞)을 교종판사로 삼고 승과를 다시 시행케 했다. 조선 불교의 거승(巨僧)인 휴정(1520~1640)과 사명(1544~1610) 등이 모두 이 때의 승과 출신이었다.

휴정과 그의 동문 부휴(1543~1615)는 조선의 고승이었으며, 그들의 문하에서 선(禪)과 교(敎)의 명승들이 다수 배출되어 한때 장관을 이루었다. 휴정의 제자 사명은 1604년 일본에 강화사(講和使)로 건너가 임무를 완수하고, 포로로 잡혀갔던 동포 3500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이들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쳐 구국의 길에 앞장섰다. 서산과 사명이 없었다면 조선 불교는 적막했을 것이다.

숭유배불의 수난으로 조선의 승려들은 깊은 산속에 묻혀 개인 수도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종교의 사회적 기능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현종(재위 1659~1674) 때 백곡 처능(1617~1680)은 가혹한 배불정책에 분개하여 8만여 언(言)의 상소문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로 척불(斥佛)정책을 규탄했다. 그러나 억불책(抑佛策)은 늦추어지지 않았고 승려들은 산중으로 들어가 도성 안에는 발도 디딜 수 없게 되었다.

5. 3. 2. 문정왕후와 보우

세조의 불교 진흥 정책 이후 성종, 연산군, 중종을 거치며 불교는 심한 박해를 받았다. 13대 명종이 즉위하고 그의 어머니 문정왕후가 섭정을 시작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45]

문정왕후는 중종의 배불정책에도 불구하고 독실한 불교 신자였으며, 승려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명종 6년(1551) 설악산 백담사의 허응당 보우(普雨)를 불러들여 불교 부흥을 꾀했다. 유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봉은사에 선종을, 봉선사에 교종을 두어 양종제를 부활시켰다. 보우를 판선종사 도대선사 봉은사 주지로, 수진을 판교종사 도대사 봉선사 주지로 임명하고, 도승제와 승과를 다시 시행하였다.^[45]

명종 6년(1551)에 승과 예비시험을, 7년(1552)에 본시험인 승과를 실시하여 교단은 활기를 되찾고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서산대사 휴정도 이때 승과 출신으로, 교종판사와 선종판사를 역임했다. 사명당 유정 역시 그 후 승과에 합격했다. 그러나 각지에서 보우를 타도하라는 상소가 빗발쳤고, 성균관 유생들은 관을 비우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45]

명종 20년(1565) 4월, 문정왕후가 사망하면서 불교 진흥 정책은 중단되었다. 보우는 요승으로 몰려 제주도로 유배되었고, 결국 목사 변협에 의해 장살(杖殺)되었다.^[45]

다시 배불 정책이 시작되어 명종 21년에 양종과 승과가 폐지되고 도승법도 금지되었다. 그러나 15년간의 불교 진흥 정책은 교계에 유능한 인재를 배출시켜 불교의 명맥을 유지하고 국난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였다.^[45]

5. 3. 3. 휴정과 유정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 1520~1604)은 승과에 급제하여 선(禪)·교(敎) 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의 승직을 가지고 교강(敎綱)을 바로 잡고 문도(門徒)를 양성하였다. 왜병의 침입으로 임진왜란의 국란을 당하게 되자 70노구로 전국 사찰에 격문(檄文)을 띄워 승군(僧軍)을 모집하고 참전하여 공을 이루었고 이에 선조(宣祖)가 선교도총섭부종수교(禪敎都摠攝扶宗樹敎)의 사호(賜號)를 내렸다. 특히 그의 저서인 《선가귀감(禪家龜鑑)》은 선시불심(禪是佛心)·교시불어(敎是佛語)를 제창하여 선과 교의 동체 2면(同體二面)을 주장하고, 불교 총화에 노력하였다.^[46]

사명당(四溟堂) 유정(惟政: 1544~1610)은 휴정의 문하로서 임진왜란 시에 승병(僧兵)을 통솔하여 공을 이루었고, 전후에는 강화사(講和使)로 일본에 가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나라를 구하고 국민을 살렸다는 공적으로 보제생령 홍제존자(普濟生靈弘濟尊者)라는 법호(法號)를 받았고, 조선 시대 불교 중흥의 기초를 마련했다.^[47]

5. 3. 4. 간폐석교소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는 조선 시대의 척불책(斥佛策)과 배불사상을 논파(論破)한 유일한 소문(疏文)이다.^[48] 당시 현종(顯宗: 재위 1659~1674)이 즉위하여 억불책(抑佛策)을 강행하였다. 현종 4년에는 서울 장안의 니승(尼僧)을 성밖으로 축출하고 문정왕후의 내원당(內願堂)으로서 5,000의 니승을 수용했던 자수(慈壽) '''·''' 인수(仁壽) 두 니원(尼院)을 폐하였으며, 모든 사찰 소속의 노비와 위전(位田)을 본사(本司)에 돌리게 하고 승니를 엄중히 단속하였다.^[48] 이때 백곡 처능(百谷處能: 1617~1680)이 불교의 탄압에 항의하는 소(疏)를 올린 것이다.^[48] 이 소문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긴 상소문(上疏文)이기도 하며, 조선시대 전체에 걸쳐 척불의 부당함과 불교의 정당성을 간쟁(諫諍)한 오직 한 번뿐인 소문이다.^[48] 그러므로 처능의 《간폐석교소》는 불교사의 중요한 자료이다.^[48]

5. 4. 조선 후기 및 대한제국 (1637~1910)

5. 4. 1. 조선 후기 및 대한제국 불교의 전개

명종 20년(1565년) 4월에 문정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흥불 사업이 중도에서 꺾어지고 억불책이 다시 시행되었다.^[45] 그 후 승려들은 도성 출입이 다시 금지되었고 깊숙한 산사에 묻혀 개인의 수도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고종 32년(1895년) 4월 입성(入城) 금지령이 해제되었다. 그것도 일본 승려들의 요구에 의해서였다. 그때 일본의 승려들은 마음대로 성안 출입을 하는데 정작 자국의 승려들은 출입을 금지당한 모순을 보고 일본 일련종(日蓮宗)의 승려 사노(佐野)가 총리대신 김홍집에게 상서하여 고종의 허락을 받게 된 것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발을 들여놓지 못하던 성(城) 안에 자유로이 전교할 수 있게 되자 암담했던 불교는 겨우 숨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일제에게 나라가 송두리째 넘어가고 말았다.

이때는 일본의 각 종파의 승려들이 드나들면서 전도에 종사하고 있었다. 정부에서도 뒤늦게서야 배불정책을 지양하고 관리서(管理署)를 두어 국가적인 관리를 꾀하게 되고, 1899년 동대문 밖에 원흥사(元興寺)를 세워 국내 수사찰(首寺刹)을 삼고, 13도에 각각 1개의 수사(首寺)를 두어 사찰의 사무를 총괄하게 하였다.

불교계 자체에서도 전국 사찰의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1908년 3월에 전국 승려 대표자 52인이 원흥사에 모여 그동안 종명(宗名)마저 없어져 버린 한국 불교를 개탄하고 원종(圓宗)이라고 종명을 의정(議定)했다. 그때 해인사 주지이던 이회광(李晦光)을 대종정으로 추대했다.

5. 4. 2. 선문수경과 선론

《선문수경(禪文手鏡)》은 백파 긍선(白坡亘璇: 1767~1852)의 저술로서 선학(禪學) 연구의 한 지침서가 되었으며, 새로운 선론(禪論)이 일어나게도 하였다. 백파는 《선문수경》에서 선(禪)에 3종(三種)을 세워 조사선(祖師禪) '''·''' 여래선(如來禪) '''·''' 의리선(義理禪)이 있다고 하였다.^[49]

그러나 초의 의순(草衣意恂: 1786~1866)은 반론을 폈다. 의순은 그의 《선문사변만어(禪門四辯漫語)》에서 의리선(義理禪) '''·''' 격외선(格外禪) '''·''' 여래선(如來禪) '''·''' 조사선(祖師禪)의 4변(四辯) 또는 살인검(殺人劍) '''·''' 활인검(活人劍) '''·''' 진공(眞空) '''·''' 묘유(妙有)의 4변(四辯)으로 백파의 선론을 반박하였다.^[49]

또 우담 홍기(優曇洪基: 1822~1881)도 백파의 《선문수경》이 고석(古釋)에 어긋나서 그것을 고쳐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선문증정록(禪門證正錄)》을 지어 백파의 선론에 반대했다.^[49]

이에 대하여 백파의 문인(門人)이며 법손(法孫)인 설두 유형(雪竇有炯: 1824~1889)은 《선원소류(禪源溯流)》를 지어 의순의 《선문사변만어》와 홍기의 《선문증정록》을 번박(飜駁)하였다.^[49]

그 후 서진하(徐震河: 1861~1926)는 《선문재정록(禪門再正錄)》을 지어 백파의 《선문수경》과 의순 '''·''' 홍기 '''·''' 유형의 모든 선론에 대하여 논술하였다. 여기서 그는 백파의 설에 대해 찬 '''·''' 반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나 선론을 집대성(集大成)하고 총정리하지는 못하였다.^[49]

이와 같이 백파의 선론을 중심하여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종지로 하는 선에 기석(記釋)과 이론의 쟁변(諍辯)이 있었던 것은 조선 말기 불교의 특징이다.^[49]

5. 4. 3. 미타신앙

신라 후기에도 미타신앙(彌陀信仰)이 성하였으나 정토종(淨土宗)의 성립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조선 말기에 와서 사찰은 염불당(念佛堂)을 두어 만일회(萬日會)를 베풀고 정토왕생(淨土往生)을 염원하였다.^[50]

건봉사(乾鳳寺)의 만일회는 전후 3회에 걸쳐 대법회를 가졌었다. 처음은 순조(純祖: 재위 1801~1834) 때 용허(聳虛)가 시작하여 마쳤고, 두 번째는 철종(哲宗: 재위 1850~1863) 때 벽오(碧梧)가, 세 번째는 만화(萬化)가 고종 18년(1881)에 시작하여 융희(隆熙) 2년(1908)에 마쳤다.^[50]

5. 4. 4. 승려 입성의 해금

고종 32년(1895년) 4월에 승려의 입성(入城) 금지령(禁止令)이 해제되었다. 그때 일본 일련종 승려 사노는 한국의 승려가 성내에 들어오지 못함을 보자 총리대신(總理大臣) 김홍집에게 상서하고 다시 김홍집이 고종에게 상주(上奏)하여 비로소 승려의 입성이 허가되었다.^[51]

그 뒤 3년이 지나서 광무 2년(1898년)에 또다시 성 안의 승려를 축출하는 영(令)이 내려져 승과 니의 입성을 금하였으나 이것은 실행되지 않고 해제되었다. 이리하여 오랫동안 발을 들여놓지 못하던 승려의 성내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되었으나, 오래지 않아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되었고 또 일제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었다.^[51]

5. 4. 5. 승단의 국가관리

광무 3년(1899년)에 동대문 밖에 원흥사(元興寺)를 세워 국내 수사찰(首寺刹), 즉 한국 불교의 총종무소(總宗務所)로 삼고 13도(道)에 각각 하나씩의 수사(首寺)를 두어 전국 사찰의 사무를 총괄하였다. 이와 같이 사찰 통일의 뜻을 관철하고 나아가 국가 관리로 하기 위하여 광무 6년(1902)에는 궁내부(宮內府) 소속으로 관리서(管理署)를 설치하였다.^[52]

이에 관리서에서는 사사관리세칙(寺社管理細則), 즉 사찰령(寺刹令) 36조를 발포하고 전국 사찰 및 승려에 관한 일체 사무를 맡아 보았다. 이리하여 관리서에서 대법산(大法山)과 중법산(中法山) 제도를 실시하여 전국 사찰을 관리했다. 원흥사가 국내 수사찰로서 대법산이 되고, 중법산은 각 도내 수사찰로 16개 사찰이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오랫동안 관심 밖으로 방치되었던 국내의 사찰 및 승려는 이제 국가행정의 범위 안에 들게 되었다.^[52]

그러나 그 후 관리서와 대법산도 오래 가지 못하고 광무 8년(1904) 1월에 폐지되어, 관리서의 소관사무는 내부관방(內部官房)에 옮겨졌다가 동년 2월에 칙령 제15호로써 사사(寺社)에 관한 사무는 내부지방국(內部地方局)의 주관으로 되었다.^[52]

5. 4. 6. 불교연구회

관리서가 폐지된 뒤 광무 10년(1906) 2월에 홍월초(洪月初) '''·''' 이보담(李寶潭) 등이 불교연구회(佛敎硏究會)를 창립하여 원흥사에 본부를 두고 지방 각 사찰에 지부를 두었다. 불교연구회는 일본 정토종(淨土宗)의 영향을 받아 설립된 것으로서 정토종을 종지로 하였다. 그리고 불교 교육기관으로 명진학교(明進學校)를 설립하였다. 초대 회장은 홍월초, 그 뒤를 이어 이보담이 회장이 되고 명진학교 교장(校長)을 겸직하였다.^[53]

5. 4. 7. 원종의 성립

융희(隆熙) 2년(1908년) 3월 전국 승려 대표자 52인이 원흥사에 모여 회의하고, 원종 종무원(圓宗宗務院)을 세웠다. 배불정책으로 말미암아 종명(宗名)마저 없었던 일부 불교계에서는 일본 불교의 각 종파(宗派)의 활동에 자극을 받아 종명(宗名)을 밝힐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전국승려대표자회의를 열어 원종(圓宗)이라 결의하고 대종정(大宗正)으로 이회광이 추대되었다.^[54]

융희 4년(1910년)에는 각황사를 창건하여 조선불교중앙회의소 겸 중앙포교소로 하였다. 이해 가을 종정 이회광은 일본으로 가서 일본 조동종(曹洞宗)의 관장(管長) 이시가와를 만나 원종과 일본 조동종의 연합체맹(聯合締盟)에 합의를 보고 7조의 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것은 국내 교계와 아무런 의논도 없이 단독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므로 그 조약이 조선불교를 일본에 팔아먹는 매교행위(賣敎行爲)라는 반대운동이 일어났다.^[54]

5. 4. 8. 이판승과 사판승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승려는 사회 최하층 계급으로 전락하여 천대받았다. 유역, 지역, 혜역, 잡역 등 가혹한 천대가 극심해지자, 많은 사원들이 황폐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승려들은 이판승과 사판승으로 나뉘게 되었다.^[55]

당시 수행에 힘쓰던 유능한 승려들은 산속으로 은둔하였고, 학문과는 거리가 멀고 다소 무지한 승려들이 사원에 남아 실무를 담당하며 사원을 유지했다. 비록 이들은 학문적 소양은 부족했지만, 조선 말기 불교 교단의 명맥을 유지하고, 관청의 가혹한 수탈과 잡역을 감당하며 사원을 지켜낸 공로는 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때부터 참선, 간경, 염불 등 수도에 전념하는 승려를 이판승이라 칭하고, 사원 운영과 실무를 담당하는 승려를 사판승이라 칭하였다.^[55]